▲ 곽승국 자연과사람들 대표
지난 3월 황새(J0051) 한 마리가 일본 도요오카시에서 바다를 건너 김해 화포천습지로 왔다. 그 후 5개월. 이 황새로 인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일들과 변화들 앞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가져야 할 중요한 가치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려 한다.
 
황새는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이다. '멸종위기야생동물1급'으로, 국제적(IUCN)으로는 위기종으로 보호되고 있다. 1971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이미 멸종해버려 복원을 하고 있는 새이다. 지금도 전 세계에 2천500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은 매우 귀한 새이다. 그 새 한 마리가 바다를 건너 화포천습지에 온 것이다. 왜 이곳에 왔을까? 누구나 궁금해 할 질문이다. 답이 어려운 것 같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답은 '이곳에서는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황새는 5개월을 이곳에서 살았다. 황새는 대식가로서 하루에 500g 정도의 먹이를 사냥해서 먹어야 한다. 물고기가 주식이며 곤충이나 쥐, 뱀도 잡아먹는다. 먹이가 없는 곳은 황새가 살 수 없는 곳이다. 이 황새가 고향으로부터 수천㎞를 방황하다 선택한 땅이 바로 화포천습지와 인근 논들이다. 그럼 이 곳엔 무슨 비밀이 있을까?
 
이 비밀을 풀려면 7년여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때만 하더라도 화포천은 쓰레기와 오수로 신음하는 죽음의 공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귀향에 따른 친환경농업과 화포천습지살리기가 시작되었다. 화포천 주변의 지역민과 시민들이 나서서 화포천을 청소하고 가꾸기 시작했다. 농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매년 친환경농업단지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노 전 대통령의 봉하뜰과 퇴래뜰, 장방뜰 등을 아울러 거의 70만 평의 대규모 친환경 농업지대가 조성되었으며,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이 완공되어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노력에 따라 무엇보다도 자연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2종이었던 멸종위기종이 18종으로 늘어났고 종의 종류도 점차 늘어 800여 종의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반딧불이가 1천500마리 이상 관찰되었고, 겨울이면 독수리 200여 마리가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왔다.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희귀한 생물들이 화포천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 중에 황새가 찾아온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모두 우연이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그동안의 노력의 결과이다.
 
그간 지역민들의 자연보존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었지만 이번에 황새가 오고 난 이후로는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씩 더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국에서 황새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찾아왔다. 일본에서도 황새복원전문가와 기자가 왔다 갔다. 그리고 황새를 40여년간 복원하고 있는 도요오카시에서 나를 초청했고, 나는 1천500명의 청중과 일본 왕세자, 총리부인이 참석한 가운데 발표도 했다.
 
도요오카시의 아이들도 화포천을 직접 찾아왔다. '도연스님'은 황새에게 '봉순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4개월째 매일 황새를 살펴보고 지키고 있다. 무엇보다 인근 마을 사람들이 매일 황새를 보러 온다. 수상한 사람이 마을에 나타나면 직접 나가 망도 보고 불법으로 물고기 잡는 사람들도 쫓아낸다. 화포천습지생태학습관에 오셔서 황새에 대한 강의도 듣고 간다. 얼마 전에는 한림면 이장단 회의에서는 황새를 보존하기 위한 설명회도 개최됐다.
 
이런 가운데, 올겨울에 새들이 쉴 수 있는 겨울 무논을 조성하기 위해 화포천습지 주변의 친환경농업단지 농민들과 시가 협력하고 있다. 주민들의 건의로 시에서는 조만간 황새 쉼터도 만들기로 했다. 이제 이 분들의 입에서는 화포천습지보존, 친환경농업, 생태관광, 마을사업 등 여러가지 건강한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현재 김해시의 민·관 전문가 들은 이곳의 미래를 함께 생각하고 있다. 그 계기가 바로 단 한 마리의 황새였다. 자연과 농업, 생물과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고민을 이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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