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구찜 아이가. 요리를 해놓으면 식구들이 좋아라하면서 잘 먹는 음식이기도 하지." 부원동 '성자아구찜'의 문성자(65) 사장이 한 말이다.
 
㈔김해문화예술진흥원 정귀자 대표에게 단골음식점에서 밥을 먹자고 했더니, 정 대표는 망설임 없이 '성자아구찜'을 추천했다. 정 대표는 "성자아구찜이 부원동에 문을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아구찜을 먹으러 오고 있다"며 "문 사장과는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낼 만큼 오랜 단골"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님이 없는 시간을 골라서 가는 게 좋겠다"며 토요일 오후 3시로 약속 시간을 잡았다.

▲ "성자아구찜은 콩나물이 최고입니다." 정귀자(오른쪽) 씨의 자랑에 문성자 사장이 미소를 짓고 있다.
통영에서 직거래로 구입해오는 아귀
영양 고추밭서 손수 사오는 고춧가루
1998년부터 이어진 소문난 맛집
"음식에 관한 한 철저한 프로이지요"
 
성자아구찜을 향해 난 좁다란 골목 양쪽에는 화분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음식점이 아니라 친한 사람의 집에 밥을 먹으러 가는 기분이 들었다. 인기척을 들었는지 주방 쪽에서 문 사장이 고개를 내밀면서 "인자 오나, 어서 온나"라며 반가워 했다. 문 사장은 이날 모시적삼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엄하지만 속마음은 푸근한 할머니를 대하는 듯 했다.
 
아구찜 작은 걸 시킨 뒤 정 대표는 김해문화예술진흥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해문화예술진흥원은 김해신포니에타의 공연을 비롯해 김해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의 공연과 전시회 등을 후원하는 단체이다. "3년 전 쯤 음악을 좋아하는 김해예술애호가들의 봉사단체인 '디딤돌'에 가입했어요. 디딤돌은 김해신포니에타의 공연을 접한 예술애호가들이 '이토록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예술단체가 운영난 탓에 공연을 하기 힘들어지면 결국 김해시민들의 손해'라는 생각을 한 끝에 설립한 문화예술 후원단체입니다. 이 디딤돌을 모태로 한 사단법인이 김해문화예술진흥원입니다." 그러고 보니 정 대표는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고, 직접 선·각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공예인이기도 하다.
 
정 대표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 문 사장이 아구찜을 들고 왔다. 문 사장은 먹기 좋도록 아구찜을 가위로 잘라주었다. 문 사장은 "며칠 전에 태양초 고춧가루를 구하러 경북 영양에 다녀왔다"며 아구찜의 재료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문 사장은 직접 태양초 고추밭에 가서 고추를 확인한 뒤에라야 선택한다고 했다. 문 사장은 "제대로 된 고춧가루는 아구찜을 빨간 색으로 물들이지만 쓸데없이 매운 맛은 없다"고 말했다. 물론 매운 맛의 농도는 손님이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성자 언니는 모든 재료를 직접 고르고, 다듬고, 요리 한다"면서 "특히 이 집은 콩나물이 최고"라고 거들었다. 그는 "한때 식품회사를 경영하면서 콩나물을 직접 길러봐서 아는데, 언니는 무공해 콩나물, 좋은 콩나물만 쓴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을 듣고 콩나물을 한 입 가득 먹어보았더니, 마지막까지도 아삭아삭한 식감이 남아 있었다.
 
아귀는 통영의 살아있는 아귀를 직거래한다. 통영에 사는 올케가 직접 보내준다고 한다. 그래서 성자아구찜에는 '애'와 '아구수육'이 있다. 그러고 보니 아구찜을 주문했을 때 문 사장이 "'애' 좋아하나? 많이 넣어 주까? 고마 담백한 맛으로 묵을라카먼 빼주까?"라고 물었던 기억이 났다. 애를 넣으면 고소한 맛이 더해지고, 넣지 않으면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
 
이번에는 빨간 양념 속에 파묻혀 있는 아귀의 흰 살을 입에 넣어보았다.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아귀찜만 계속 먹고 있으니 문 사장이 반찬그릇을 내밀었다. "새우 넣은 박 볶음하고 표고버섯무침도 먹어봐라. 나는 표고버섯도 나무에 달린 것만 산다. 새벽 4시면 새벽시장에 나가서, 시골 할매들이 직접 기른 것들만 골라서 시장을 봐온다. 일일이 내가 다 다듬고 만든다." 반찬을 권하는 문 사장의 말투가 집안사람을 두루 보살피는 할머니의 그것처럼 여겨졌다. '반찬투정하면 못써'하는 마음이 담겼다고나 할까. 도라지무침, 꽈리고추, 고구마줄기 무침까지 모두 맛보았다. 담백하고 깨끗한 맛이었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기 때문일까?

정 대표는 문득 문 사장의 손을 들어보였다. 십 수 년 간 식재료를 직접 확인하고 다듬느라 엄지손톱이 반쯤 들려있는 듯 보였다. 한때는 오토바이를 타고 김해읍내를 누비며 화장품 장사를 했다는 문 사장이었다.
 
"아구찜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가족들도 내가 만든 아구찜을 맛있게 잘 먹었다. 친구들 계, 친척들 계 모을 때 옛날에는 다들 집에서 음식을 해서 먹었지. 우리 집에서 계 모을 때는 내가 만든 아구찜하고 추어탕을 먹었다. 계원들도 먹고, 동네사람들도 먹고…. 그러다가 이렇게 아구찜 장사를 하게 됐지." 문 사장의 옛날이야기가 펼쳐졌다.
 
성자아구찜은 처음에는 동상동에서 3년 정도 있었다. 지금의 부원동 자리로 옮긴 지는 14년째.

"<김해뉴스>에서 맛집 취재 온다니까, 우리 며느리가 수저통 위에 이래 예쁜 그림을 그려왔더라." 문 사장이 슬쩍 수저통 자랑을 했다. 수저통 뚜껑에는 'SINCE 1998 성자아구찜'이라는 글씨와 예쁜 아구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며느리의 마음 씀씀이가 흐뭇했다.

문득 정 대표와 문 사장의 끈끈한 자매애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정 대표는 "언니는 음식에 관한 한 철저한 프로이다. 어느 분야든 프로를 인정하는 그 마음이 서로 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도타운 정을 쌓아 온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으니, 마치 친자매처럼 보였다. 손수 아귀찜 속의 아귀 살을 잘라주고, 반찬그릇을 앞으로 당겨주는 문 사장의 손길은 식사를 하는 내내 이어졌다. 문 사장은 "지금은 손님이 없으니까 이래 챙기주는데, 바쁠 때는 단골손님 얼굴 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불경기라고 하는데, 사실 요즘처럼 힘들고 어려운 때는 없었던 것 같다"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힘주어 말했다. "그래도 성자아구찜은 국산 식재료, 좋은 식재료만 사용한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 아이가!"


▶성자아구찜 /김해시청 인근 상아예식장에서 왼쪽으로 10m. 055-321-6262. 아구찜 3인용-3만 원, 4인용-4만 원, 5인용-5만 원.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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