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여고 천문관측 동아리 '페르세페' 회원들이 망원경을 조립하고 있다.
김해 유일 천문관측 동아리
회원 42명 학교 내 인기 '짱'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별을 보며 소원을 빌었던 유년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보석처럼 빛나던 그 별들은 얼마나 큰 위안이었던가?
 
이번 주 '모꼬지 세상 속으로'는 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아나섰다. 김해에는 괜찮은 천문대가 있어 별을 공부하는 낭만적인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천문대에 문의해 본 결과 개인적으로 별에 관심있는 사람은 있지만 동아리는 없다고 한다. 김해가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하늘을 쳐다볼 여유마저 잃어버린 것일까?
 
아이템이 날아갈 낭패에 빠진 기자를 구원해 준 천문대 직원의 한마디가 있었으니, 김해여고에 유일하게 별을 보는 동아리가 있다는 것이다.
 
'페르세페'. 김해여고 천문관측 동아리의 이름이다. 13년 전 생긴 이 동아리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성단(별의 군집)의 이름을 따왔다. 밤 하늘에 펼쳐진 뿌연 먼지같은 것을 갈릴레오 갈렐레이가 망원경으로 관찰해 성단임을 밝혀낸 페르세페는 날씨가 좋으면 육안으로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취재를 위해 김해여고를 방문한 8일 마침 페르세페 회원들이 신선영(31·여) 교사의 지도로 관측 망원경을 조립하고 있었다. 삼각대를 놓고 가대를 조립한 후 렌즈가 들어있는 경통을 올리고 마지막으로 파인더를 설치하는 과정을 배우는 아이들은 진중했다.
 
"고등학생이면 공부하느라 바쁜 줄만 알았는데 별도 보내요?"라는 질문에 신 교사는 "그렇잖아도 페르세페가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다가 올해 다시 활동을 시작한 셈"이라고 대답했다.
 
정규 시간표에서 동아리 활동 시간이 일주일에 1시간에서 격주 1시간으로 줄어들면서 활동이 뜸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올해 들어 격주 2시간으로 다시 늘면서 동아리를 재정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마침 지도교사인 신 교사도 1년 휴직을 마치고 학교로 복귀해 망원경 조작법, 별 관측법, 천문대 견학 등의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 수 있었다.
 
신 교사는는 "고등학교 때는 공부로 심신이 지칠 때라서 가끔 하늘의 별을 보면서 안정과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면서 "아이들이 광활한 우주를 보면 좁은 교실에서의 경쟁과 답답함을 훌훌 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페르세페는 생각보다 인기있는 동아리다. 회원들이 42명이나 된다. 요즘 아이들에게 별 보는 일이 따분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동아리 회원 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태도도 진지했다. 천문학자를 꿈꾸는 아이도 있고, 별 관측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오빠에게 영감을 받아 페레세페에서 활동하는 학생도 있었다.
 
천문학자가 꿈이라는 김정민(17·1학년) 양은 "어릴 때부터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별 이야기만 보면 어쩐지 관심이 갔다"면서 "이따금 밤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거부할 수 없는 마력같은 것을 느끼곤 했었다"고 말했다.
 
배민경(18·2학년) 양은 오빠의 권유로 별 관측 동아리에 들었다. "오빠가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면서 오리온, 북두칠성 등 별자리에 대해 이야기 해주곤 했다"는 배 양은 "동아리에 들어와 직접 망원경을 조립하고 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망원경 조립법을 배우고 나면 페르세페 회원들은 1학기 중으로 천문대로 직접 별을 보러 갈 예정이다. "날씨가 좋아 별들이 잘 보였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소망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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