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히잡을 두른 '카사블랑카'의 주인 카르티나(37·여) 씨가 소소한 체험단을 반겼다. 히잡은 이슬람교를 믿는 여성들이 머리와 목 등에 두르는 가리개를 말한다.
 
소소한 체험단은 '앗 살라무 알레이쿰'이라는 아랍어 인삿말을 예상했는데 그 예상은 빗나갔다. 소소한 체험단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카사블랑카의 이국적인 인테리어를 이리저리 살피면서 식당 2층으로 향했다.

▲ 소소한 식탁 체험단이 모로코 음식 전문점 카사블랑카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고 있다.
베르베르인·아프리카인·유대인 등
다양한 인종 사는 식생활 문화 영향
빵·수프·샐러드에 찜요리 구성까지
향신료와 재료에 대한 거부감 없이
푸짐하고 독특한 맛에 "손이 바빠요"
 
카르티나 씨의 고향인 모로코는 아프리카 북서부 끝에 위치한 나라다. 아프리카 대륙에 속해 있지만 지중해를 통해 유럽과 맞닿아 있어 유럽색이 짙은 국가이다. 베르베르인, 아프리카인, 유대인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어서 요리 종류가 다채로운 몇 안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모로코에는 열대과일과 채소뿐만 아니라 양과 소·닭·해산물을 포함해 육류에 이르기까지 요리 재료가 풍부하다. 국교가 이슬람교인 모로코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슬람 신도가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과일·야채·육류·어패류 등 할랄 식품만 사용해 음식을 만든다.
 
이슬람교 신도인 카르티나 씨가 카사블랑카를 열게 된 것도 할랄 식품과 관련이 있다. 그는 모로코에서 일하던 남편을 만나 2003년에 한국으로 왔다. 처음에는 식사하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할랄 식품만 먹을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직장을 다니느라 할랄 식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식사 때면 참치와 밥만 먹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할랄 식품을 찾기 힘들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부원동에서 노점을 차려 모로코 쿠키를 팔았다. 다른 모로코 사람들이 음식점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래서 2010년에 카사블랑카를 열었다."
 
카르티나 씨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식탁 위에 낯선 음식들이 차려졌다. 첫 번째로 나온 음식은 당근, 오이 등으로 만든 샐러드인 슬라다와 수프인 하리라, 빵인 람산만과 호보즈였다.
 
모로코에서는 밥을 먹을 때 슬라다에 이어 빵이 나온다. 빵은 끼니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카르티나 씨는 "모로코에서는 아침식사 때 빵에 치즈나 달콤한 잼을 발라서 간단하게 먹는다. 점심, 저녁 때는 소고기나 양고기를 넣어 만든 타진이라는 전통 찜 요리를 먹곤 한다"고 말했다. 슬라다는 두 가지가 나왔다. 썬 당근을 향신료로 양념한 것과 토마토, 오이, 파프리카를 깍둑썰기해 식초에 묻혀 만든 것이었다. 전민수(27·내외동) 씨는 "당근 슬라다는 정말 맛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채소로 만들었는데, 처음 접하는 맛이어서 손길이 자꾸 간다"고 말했다.
 
람산만은 밀가루와 버터를 얇게 반죽해 만든 빵으로 납작한 페스츄리 비슷했다. 호보즈는 씹으면 씹을수록 달았다. 람산만과 호보즈를 하리라에 찍어 먹는 것도 별미였다. 하리라는 당근, 토마토 등 채소를 푹 익힌 뒤 잘게 부순 보리와 병아리콩을 넣어 만든 수프다. 병아리콩은 이집트콩, 칙피 등으로도 불리며, 원산지는 중동이다. 인도와 지중해, 중앙아시아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김귀희(55·여·동상동) 씨는 "빵에 조미료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것 같다. 하리라의 달콤하면서도 신맛은 담백한 람사만, 호보즈와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나온 음식은 마로와 양고기 타진, 감자튀김 타진이었다. 마로는 당근과 건포도 등 야채를 넣고 향신료 샤프란을 가미해 만든 볶음밥이다.
 
타진은 모로코 냄비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찜기와 비슷하다. 타진에 담긴 음식을 모두 타진이라 부른다고 한다. 닭, 양, 소고기 등을 넣은 뒤 그에 맞는 채소를 듬뿍 올려 쪄먹는 찜 요리다. 양고기 타진은 양갈비를 짭조름한 양념을 가미해 찐 뒤 건포도를 올렸다.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날 것이라 생각했던지 체험단은 모두 조심스러워 했다. 하지만 양고기란 사실을 잊을 정도로 고기가 부드러웠고 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갈비찜과 맛이 흡사했다.
 
러시아음식점을 운영하는 러시아 출신의 장 알레브티나(46·여·동상동) 씨는 "러시아에서는 돼지·소·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즐긴다. 모로코는 유럽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러시아와 비슷한 음식이 많은 것 같다. 타진도 입맛에 맞다"고 말했다. 감자튀김 타진은 닭고기와 향신료, 올리브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뤘다. 오븐에 구운 닭요리와 맛이 비슷했다.
 
마지막으로 식탁 위에 꾸스꾸스가 차려졌다. 꾸스꾸스는 아랍어로 '동그랗게 잘 뭉친'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모로코에 가장 오래 거주한 베르베르인들의 유산으로 여겨지는 음식이다. 모로코뿐만 아니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한다.
 
꾸스꾸스를 만들 때는 밀가루와 물을 고슬고슬하게 반죽해서 찐 뒤 건포도·계피가루·설탕·견과류 등을 넣어서 섞는다. 그 위에 양배추 등 각종 채소와 향신료·소고기·양고기 등을 얹어 먹는다. 이경애(50·여·삼방동) 씨는 "꾸스꾸스는 채소와 고기의 영양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음식을 다 즐긴 뒤에는 에체이라는 페퍼민트 차가 주전자에 담겨 나왔다. 카르티나 씨는 "모로코에서는 페퍼민트 차를 즐겨 마신다. 가족과 수다를 떨거나 식사를 마친 후에 빠지지 않는 차"라고 설명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자 입 안에 남아있던 음식 냄새가 싹 가셨다.
 
소소한 체험단은 모로코 음식의 경우 향신료나 재료에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며 즐거워 했다. 이들은 "모로코 음식은 푸짐한 게 특징인 것 같다. 단체 회식을 하거나 가족끼리 와도 즐겁게 식사하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카사블랑카 /김해점·가락로 94번길 6(서상동 82-17). 부산점·부산시 금정구 금단로 113-15(남산동 32-14). 010-2397-8801. 꾸스꾸스 1만 5천 원. 타진 1만 3천 원~1만 5천 원. 꾸스꾸스는 조리 시간이 1시간 30분 걸리기 때문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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