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림산단반대범대책위원회와 생림면 봉림리 산성마을 주민 등 10여 명은 지난달 28일 오후 1시 창원의 경남도청 앞에서 1시간 동안 봉림산업단지 및 개별공장 설립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봉림산단 조성사업 안건을 다룰 경남도 지방산업단지계획 심의위원회가 도청에서 열렸기 때문이었다.

집회에 참가한 주민들의 얼굴에는 반드시 봉림산단을 막겠다는 굳은 결의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의 다른 쪽에서는 숨길 수 없는 실망감도 엿보였다. 집회에서 주민들이 하는 말을 통해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주민들을 실망시킨 사람들은 김맹곤 김해시장과 김해의 시·도의원들, 그리고 경남도였다.

봉림산단대책위는 지난 6·4지방선거 때 김해시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 봉림산단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맹곤 시장은 봉림산단 조성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의 약속을 어기고 경남도에 봉림산단 안건을 상정해버렸다. 봉림산단대책위 관계자는 "김맹곤 김해시장은 선거 전 봉림산단 조성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한다고 약속했지만 당선 이후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시·도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봉림산단대책위에서는 이들에게 지지를 요청했지만, 어느 누구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대책위 관계자는 "생림면 지역구 시·도의원들에게 봉림산단 조성 반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연락했지만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았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시·도의원 뿐만이 아니었다. 경남도청 기자실에 앉아 있는 많은 언론사 기자들 가운데 <김해뉴스> 등 2곳을 제외하고는 이들의 집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밀양사태'에 대해서는 지면을 할애해 연일 상세하게 보도하던 일부 신문사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김해시장과 시·도의원들에게 실망한 봉림산단대책위 및 산성마을 주민들을 한 번 더 실망시킨 것은 경남도였다. 경남도 지방산업단지계획 심의위원회는 이날 봉림산단 안건 결정을 유보했다. 경남도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봉림산단 조성사업 안건은 유보됐다. 결과에 대해 김해시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해시가 유보 사유와 산단 조성 조건을 사업자에게 알릴 것이다. 사업자가 이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산단 조성을 포기하는 것이고, 수용한다면 안건이 재상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유보가 될 경우 관례적으로 두 달 뒤에 재상정된다"고 덧붙였다.

심의위원회는 봉림산단을 무산시킨 게 아니었다. 산단 조성 조건이라는 것을 덧붙였지만, 과거 전례로 볼 때 사업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은 아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었다. 게다가 "유보 사유와 산단 조성 조건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대해 경남도 측은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봉림산단대책위와 산성마을 주민들은 1시간여 동안 집회를 가진 뒤 김해의 고향마을로 돌아갔다. 버스에 오르던 봉림산단대책위 관계자는 "봉림산단이 들어서면 마을 주민들은 현재 거주지에서 살 수 없게 된다. 주민들은 끝까지 봉림산단과 개별공장 조성에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맹곤 시장, 시·도의원, 언론, 지역주민들은 과연 언제쯤에나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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