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곤 김해시장이 추석을 앞두고 '다시' 김해시청 공무원들에게 '청렴서한문'을 보냈다. 기자가 '다시'라는 표현을 쓴 것은 김 시장이 청렴서한문을 발송한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해시는 이 서한문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김 시장의 서한문을 읽다보니 불현듯 프랑스의 나폴레옹 황제가 했다는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김 시장의 서한문은 마치 '내 사전에 사과와 반성이란 없다'는 선언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김 시장은 서한문에서 공직 비리와 관련해 이렇게 적었다. '대형사건이 있을 때마다 터져나오는 공직 비리는 많은 국민에게 실망감과 불신을 안겨주었다.' 이게 끝이었다. 김해시에서 연이어 발생한 공직 비리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은 당연히 찾아볼 수 없었다.

약국·병원에서 돈을 받은 김해시보건소 직원, 화물자동차 운수사업허가증을 부정 발급한 김해시청 공무원, 이른바 '카드깡'으로 국민 세금을 빼돌린 김해시청 공무원들…. 최근 김해에서 공론화 된 대표적 공직 비리들이다. 전국적으로 보도도 많이 됐다. 김해시는 전국에서 공직 비리로 인해 가장 많이 '두들겨 맞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여기에다 김 시장 본인도 6.4지방선거 때 기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와 성 접대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김 시장은 서한문에 이렇게 썼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올해도 각종 공직비리로 인해 시민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는 처지다. 저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여러분들의 수장으로서 부끄럽다. 저를 뽑아준 시민들에게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대오각성하겠다.'

김 시장은 또 서한문에서 '열린 마음으로 더 낮고 더 겸손한 자세로 직원 여러분과 공감·소통·화합하여 신바람 나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공감·소통·화합, 참 좋은 표현이다. 그런데 김해시청 공무원 사회에서 공감·소통·화합을 가장 크게 저해하고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김 시장이 지난 6월 재선에 성공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그는 "시의 계장급 이상 공무원 가운데 70% 이상이 줄서기를 했다. 공무원의 정치 중립 사명을 망각하고 부화뇌동한 직원에게 분명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의 이 말 한 마디 때문에 김해시청 공무원 사회에서는 난리가 났다. 특정 고등학교 출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살생부가 작성됐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김 시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썼어야 하지 않을까. '선거가 끝난 뒤 제가 잠시 승리의 감정에 도취돼 순간적인 흥분을 참지 못하고 공무원 사회에 분란을 일으켰다. 사랑하는 공무원 가족 여러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줘 정말 죄송하다.'

김 시장은 서한문에서 최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교황의 행보는 권위를 내려놓고 실천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권위를 내려놓은 자리에 소통과 신뢰가 쌓였다'고 말했다. 김 시장에게 교황이 남긴 교훈을 제대로 실천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교황이 했다는 말 한마디를 추석 선물로 전하고 싶다. '사제에게서는 양 같은 냄새가 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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