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윤권 ㈔시민참여정책연구소 소장
예로부터 부모의 죽음을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 하여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 자식의 죽음은 무엇이라고 할까. 슬플 참(慘)자와 슬플 척(慽)자를 써서 모든 슬픔 중에서 가장 큰 슬픔이라는 의미의 '참척(慘慽)'이라고 썼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이 참척의 슬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자식을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이런 상황은 상상하기조차도 싫을만큼 끔찍한 일이다. 모든 부모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설가 박완서는 자식을 잃고 다음과 같이 썼다. "자식을 앞세우고도 살겠다고 꾸역꾸역 음식을 처넣는 에미를 생각하니 징그러워서 토할 것만 같다." 자식을 잃고 음식을 먹는 것마저 죄스럽게 느껴지는 에미의 심정을 그대로 나타낸 표현이리라.
 
이 참척의 슬픔을 당한 뒤 자식을 따라 죽기로 각오하고 40여 일 동안 곡기를 끊고 하루하루를 살았던 사람이 있다. 그에게는 차라리 삶이 죽음만 못할 것이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태는 이렇게 한 아버지를 참척의 고통에 빠뜨리고 또 먹기를 거부하게 만들었다. 이 아비는 해골같은 얼굴로 자식 잃은 죄를 조금이라도 갚고 싶다며, 왜 자식이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정확하게 알고싶다고 외치고 있었다. 평소에 못난 아비로 살아서 애들에게 제대로 해 준 것도 없는데,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혀서 자식에게 아비 역할을 하고 싶다고 홀로 울부짖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에서 이웃의 슬픔을 같이 나누어야 한다고 평생을 배워왔는데, 이 울부짖는 아비의 슬픔을 같이 나누어야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아비가 굶어죽지 않고 자식을 위해 마지막으로 맺힌 한을 풀 수 있게 도와줘야 할 거라고 생각했고 또 모두들 그렇게 할 거라고 믿었는데….
 
누군가 인터넷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유민이 아빠라는 자야.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 그게 네가 진정 딸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을 대변한다는 한 국회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이며 천안함 때보다 과잉배상되면 안 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최근 유민이 외삼촌이란 사람은 '유민 아빠는 기본적으로 아빠 자질이 없고 애들을 고생만 시켰다'고 얘기하면서, 그 근거로 양육비·보상금 등 민감한 사항까지 페이스북에 올려 유민 아빠가 애들과의 카카오톡 내용과 통장이체 내역까지 공개하게 만들기도 했다. 유민 엄마의 항의를 받고 급하게 삭제한 글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나 글 내용은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얼마전 필자의 카카오톡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이른 시간 안에 많이 전달해 주세요. 김영오, 일명 유민 아빠, 광화문에서 단식하는 놈. 어쩐지 심상치 않다 했더니 전직 민주노총 조합원이네. 와 놀라와라. 10년 전에 이혼한 놈이 이제 와서 딸 때문에 농성이라? 돈 때문에? 새민련 비례대표 한 자리 때문에? 무척 냄새 난다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유민이 외삼촌이 다 밝혔어. 참 더러운 세상이로군."
 
언론도 빠지지 않았다. 보수 언론에서는 앞다퉈 유민 아빠의 신상털기에 나섰고, 국궁이라는 월 3만 원짜리 취미 활동을 호화 취미로 보도했다. 전직 대통령이 귀향하기 위해 지은 집을 어마어마한 아방궁이라고 보도하여 전 국민의 비난을 샀던 상황이 오버랩되는 기사들이었다.
 
참으로 잔인하다. 참척의 고통 속에서 목숨을 걸고 단식하고 있는 아비에 대해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잔인하다. 아이 잃은 슬픔이 진정이라고 제발 좀 믿어달라고 아이들과의 대화 내용까지 공개하게 만드는 대한민국은 무자비하다. 수만 년 전 먹이를 얻기 위해, 살기 위해 사냥에 나서 죽여야만 했던 야만의 시대로 돌아간 듯하다. 2014년은 다시 야만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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