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각 부산외국어대 교수·전 동아일보 기자
진영읍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단감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한국 문학에서 상징하는 바도 매우 크다. 분단문학을 대표하는 '명작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작가 김원일의 대표작인 단편 <어둠의 혼>, 장편 <노을>, 대하소설 <불의 제전>의 작품 무대가 진영읍이다.
 
신도시가 생겨나 지금은 활력이 떨어졌지만 진영리, 여래리 곳곳이 소설에 등장한다. 세 작품 모두 광복 이후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과 6·25 전쟁을 다루고 있다.
 
아쉽게도 진영읍에서 김 작가의 작품 무대를 안내하는 이정표나 기념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진영읍에서 김원일의 이름을 볼 수 있는 곳은 여래리 금병공원에 있는 '김원일 문학비'뿐이다. 반면 그의 소설 <마당 깊은 집>이 배경이 된 대구에는 김 작과의 사진과, 책과 관련된 동상이 세워져 있다. 대구 중구청은 이 일대를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골목 투어'로 꾸며놨을 정도다.
 
김 작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소장한 장서가 1만 권가량 되는데 여러 곳에서 기증 요청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고향이자 내 문학의 모태인 진영에 기증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문학의 거장 가운데 한 사람인 김 작가가 태어난 곳에 달랑 기념문학비 하나만 있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2014년 현재 한국문학관협회에 등록된 문학관은 60여 곳. 대부분이 특정 문학작품이나 작가의 이름을 딴 문학관이다. 해당 자치단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재단 또는 사단법인이 설립돼 문학정신을 기리고 있다.
 
그의 문학사상과 업적을 기념하는 가칭 '김원일 문학관'이나 '김원일 도서관'이 진영에 들어서야 할 필요성이 있다. 행정기관이 나서기 힘들다면 뜻있는 시민이 직접 나서 분단문학의 성지를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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