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항공기 사고 보며 봉사 관심
회원 1천500명 이끌며 6·7대 회장

인제경로식당 등 9개 분야 팀 통솔
물심양면 지원 남편·딸 '최고의 우군'

오전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 갓 지은 밥 냄새가 구수하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도는 반찬들과 손질을 마친 제철 과일들도 배식 창구에 가지런히 배열돼 있다. 식당 앞 복도 양쪽으로 길게 자리한 의자에는 어느새 점심 배식을 기다리는 어르신들로 가득하다.
 
"하루 평균 4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점심을 드시죠. 노인대학이 열리는 매주 수요일에는 더 많은 분들이 오시기 때문에 더욱 바쁘답니다."

▲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자원봉사회 우일복(왼쪽) 회장이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인제경로식당에서 점심식사 배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인제경로식당에서 만난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자원봉사회 우일복(57·여) 회장은 배식판을 받아든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 배식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올해로 10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따뜻한 점심 한 끼를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넉넉해지고 행복해지지요."

우 회장은 1천500명에 달하는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자원봉사회 회원들을 대표해 6대와 7대 회장직을 맡아오고 있다. 그의 자원봉사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락을 배달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김해에 유난히 큰 사고가 많았던 게 지난 2002년이었어요. 그해 4월 중국 민항기가 추락해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죠. 여름엔 집중호우 탓에 한림면 장방리 신봉마을이 침수피해를 당하기도 했고요. 뭔가 힘을 보태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마음만 안타까웠어요. 그러다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에 자원봉사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우 회장은 현재 자원봉사회 산하 9개 분야의 팀을 이끌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분야는 인제대학교가 김해시로부터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는 '인제경로식당'이다.

생활형편 등을 고려해 무료급식 혜택을 받고 있는 어르신들이 150명 가량이다. 250명 에게서는 한 끼에 2천 원의 식대를 받고 있다.

"토요일까지 일주일에 6일을 급식하는 곳은 경남에서 이곳이 유일합니다. 전국적으로도 드물죠. 뿐만 아니라 도시락도 6명씩 두 팀으로 나눠 내외동과 칠산서부동 어르신 20명에게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배달하고 있어요. 지역 어르신들에게 그만큼 많은 급식 혜택을 줄 수 있으니 자원봉사자들의 자부심도 큽니다."

이밖에도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자원봉사 동아리, 문화적 재능을 기부하는 문화공연봉사단, 무료강사 문화사업, 지적장애인 재활프로그램 보조, 동화장애인주간보호소, 치매·뇌졸중 노인환자 노인복지센터, 저소득층 대상 푸드마켓 등 우 회장의 손길이 닿아야 할 곳은 많다.

이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우 회장에게 자원봉사란 어떤 의미일까. "사회적으로 낮은 곳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과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맞아 힘겨워 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지만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홀몸 어르신들의 경우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도와주면 그 감사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때마다 참 고맙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가족의 응원은 큰 힘이 된다. 늘 바깥일로 바쁜 아내를 이해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는 든든한 남편은 최고의 우군이다.

엄마의 봉사활동을 지켜본 딸 송영희(25) 씨는 대학 진학을 사회복지학과로 하기도 했다. "딸이 엄마가 하는 일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나봐요. 지금은 외국에서 요리공부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복지 쪽에 관심이 많죠."

무엇보다 큰 힘이 되는 건 자신의 시간을 쪼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시간이 남아서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없어요. 다들 자식 키우고 가정을 보살피느라 두손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사람들이죠. 지난 5~8월 자원봉사에 참여한 인원만 해도 500명이 넘어요. 게다가 후원한 사람들은 500명에 이르고, 후원금은 8천여만 원이나 되고요. 세상이 따뜻하다고 느끼는 건 이런 분들의 마음과 노력 때문이죠."

자원봉사회는 해마다 연말이면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을 위한 행사를 연다. 그동안의 노고를 서로 격려하고, 앞으로 보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다짐하는 자리이다. 가을에는 나들이도 간다. 계절마다 발간하는 소식지 '민들레'는 자원봉사자들의 훈훈한 정을 오롯이 실어 펴내고 있다.

"봉사는 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고귀하고 감사한 기쁨이에요. 자원봉사회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나눠줄 수 있습니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누구라도 언제든 오세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후원을 기다립니다."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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