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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외지인들 모여 일군 행복동네(100·끝) 봉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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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4.09.17 10:34
  • 호수 189
  • 2면
  • 김명규 기자(kmk@gimhaenews.co.kr)

봉수대 있던 '봉화산 아랫마을'에서 유래
 6·25전쟁 이후 사람들 하나둘씩 정착
화포천 늪지대 농지 개간해 벼농사 시작
마을 앞 60만㎡ 들녘 친환경농법 농사
정월대보름엔 달집 태우기로 주민 화합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유명한 봉하마을은 진영읍 본산리 동쪽 끝에 위치해 있다. 봉하마을의 '봉하(烽下)'는 '봉화산(烽火山·해발140m) 아래'를 뜻한다. 진영읍과 한림면의 경계에 위치한 봉화산에는 봉화를 올리는 봉수대가 있었다. 옛날에는 '자암'이라는 암자가 산 안에 있었다고 해서 자암산으로 불렸다.

   
▲ 봉화산 정상에 있는 봉화대

진영읍사무소에 보관돼 있는 <진영읍지>에는 '1940년대까지 봉하마을에는 3~4가구만 살고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봉하마을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 것은 1950년 6·25전쟁 이후부터다. 봉하마을 주민 이강옥(72·여) 씨는 "봉하마을은 집성촌이 아니다. 외지인들이 하나둘씩 모여 생긴 마을이다. 6·25전쟁 직후 낙동강 근처로 내려온 사람들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에 정착하기 위해 김해 곳곳을 찾아다녔다. 당시 김해평야 근처는 김해에서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반면 화포천이 가까워 습지가 대부분이었던 봉하마을은 농민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고 말했다.

1950년대 봉하마을에 정착한 주민들은 화포천의 늪지대를 농지로 개간해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는 '마을 뒤가 허전하면 큰 인물이 나지 않고 아픈 사람이 생긴다'고 해서 주민들은 마을 뒤편에 넓은 대나무밭을 만들었다고 한다.

주민 황순자(68·여) 씨는 "성씨가 다른 사람들이 봉하마을에 모여 살았지만, 주민들은 예로부터 이웃 간에 정이 돈독하고 협동심이 강했다. 여름이면 마을에 물난리가 나서 한해 농사를 망치는 주민들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이웃들이 쌀을 모아 나눠주기도 했고, 다함께 힘을 모아 수해복구에 나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재 봉하마을에는 40여 가구에 100여 명이 모여 살고 있다. 대부분 60대다. 봉하마을이 노 전 대통령 귀향 및 서거 이후 김해의 대표 관광지로 떠올랐지만, 이 마을에는 아직까지도 원주민들만 모여 살고 있다.

대부분 주민들은 현재 오리와 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농법으로 벼농사를 하거나 마을 뒤 과수원에서 단감 농사를 짓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봉하마을 입구에서 가게나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봉하마을 성구봉(48) 이장은 "2002년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한동안 봉하마을로 이주하려고 다른 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하지만 당시 마을에 빈집이 없었다. 집을 팔고 나가겠다는 주민들도 없어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홍수가 발생하고 농사가 잘 되지 않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지켜낸 마을이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의미를 굳이 두지 않더라도 주민들은 마을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하다"고 말했다.

   
▲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봉하마을의 논.

봉하마을 앞에는 약 60만㎡(18만 평)에 이르는 넓은 논이 펼쳐져 있다. 마을 뒤편에는 수령을 알 수 없는 당산나무가 금줄을 매달고 서 있었지만 2003년 태풍 '매미'로 훼손됐다고 한다. 지금은 마을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가 당산나무로 모셔지고 있다.

농사가 많은 봉하마을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마다 마을 앞 논에서 볏짚으로 세운 달집 태우기 행사를 열고 있다. 김해에서 열리는 달집 태우기 행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이날이면 진영읍 본산리의 각 마을 주민들이 모두 봉하마을에 모여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고 있다고 한다.

성 이장은 "봉하마을은 노 전 대통령 덕분에 김해에서 가장 유명한 농촌마을이 됐다. 지금도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명소이기 앞서 주민들에게는 평생을 지켜온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다. 주민들이 고향에서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방문객들이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마을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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