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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피가 도는 100년 전통 노점거리(2) 대만 타이베이 스린야시장
  • 수정 2017.11.01 17:01
  • 게재 2014.09.24 09:10
  • 호수 190
  • 9면
  • 김예린 기자(beaurin@gimhaenews.co.kr)

1796년 건립 도교사찰 중심으로 형성
교역지 지룽강변 끼고 상권 점차 확대
인근 대학·고교 많아 학생들 주요 고객
액세서리·거리음식 등 즐길거리 다양



대만 국민의 90% 이상은 불교나 도교를 믿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래 전부터 사찰 주변에는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됐다. 대만 타이베이에는 이렇게 해서 생긴 10여 개의 크고 작은 야시장이 있다. 그 중 스린(士林)야시장은 가장 규모가 커서 타이베이의 명물이자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스린야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노점 뒤로 빨간 등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사찰을 발견할 수 있다. 야시장 형성의 중심이 된 도교사찰 자함궁이다. 1796년에 지어진 사찰이라고 한다. 자함궁은 지룽강이 갈라지는 지점에 있다. 옛날부터 상인들은 자함궁 앞에서 상품을 적재해 지롱강 하구를 따라 단수하강으로 물품을 운반했다. 이 때문에 이곳은 일찍이 교역의 중심지로 활용됐다. 자함궁을 중심으로 커지던 상권은 아침시장이 됐고, 1945년 일본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이후에는 야시장으로 바뀌었다.
 

   
▲ 20대 젊은층이 자주 찾는 덕에 밤이 깊을수록 활기를 찾는 스린야시장.

■'젊은피'가 야시장 활기의 원동력
타이베이전철 젠탄역 1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걸으면 스린야시장이 보인다. 오후 6시쯤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상인들은 저마다 자리를 찾아 수레를 끌고 좌판을 펼쳤다. 시장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야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데도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우산가게 앞에서는 점원이 개구리 모양의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며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0㎝가 족히 넘어 보이는 통굽신발과 화려한 수가 놓인 티셔츠는 젊은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 돈으로 1만 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은 마음을 붙잡았다.

손님을 끌어당기거나 밀어넣는 호객행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게들의 상품 진열은 백화점 수준이었다. 옷과 신발 모두 색상·스타일별로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시장에서 그어놓은 상품 진열선은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시장골목 안으로 더 들어갔다.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미간을 찡그리게 했다. 취두부 냄새였다. 두부를 허브·새우 등 해산물로 만든 소금물에 발효시킨 중국의 대표적 음식이었다. 취두부 냄새가 더 진하게 느껴질 때쯤 골목 안을 오가는 사람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먹을거리가 들려 있었다.

골목 구석구석에는 고구마볼인 티과치오(地瓜球), 고기만두 수에진에파우(水煎包)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파는 길거리 음식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징어·꽃게 등 해산물에서부터 소시지에 이르기까지 석쇠에 잘 구워진 다양한 꼬치들은 침샘을 자극했다. 즉석에서 갈아 만든 열대과일주스는 후덥지근한 여름공기를 식혀주고 있었다.

길거리 음식의 가격은 500~3천 원 정도여서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도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성인 얼굴만한 크기로 유명한 닭튀김 지파오를 파는 길거리 노점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지파오를 산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과 비교하며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흔히 손님들이 먹고 난 뒤 길거리에 버린 꼬챙이나 종이봉투 때문에 시장 골목은 지저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린야시장의 골목은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청소부는 성인 어깨높이만한 빗자루를 들고 수시로 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시장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과 오·폐수 처리시설 덕분에 쓰레기가 많이 배출돼도 불쾌한 냄새와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 스린야시장에는 저렴한 먹거리를 파는 길거리 음식점이 즐비해 대만 사람들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의 인기를 끈다. 타이베이=전은영 jey@gimhaenews.co.kr


한국관광객 이지은(28·여) 씨는 "시장골목에 쓰레기를 쌓아두거나 버린 장면을 보지 못했다. 사람마다 미각에 차이는 있겠지만 길거리 음식들도 모두 맛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제임스(37) 씨는 "밤이 깊을수록 야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 같다. 길거리 음식이 입맛에도 잘 맞고 가격도 정말 저렴해 즐겁다"고 말했다.

스린야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외국인 관광객보다 교복을 입은 대만 고등학생이나 한껏 멋을 부린 20대 등 젊은층이 더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옷을 구경하는 20대 여성들은 짧은 치마에 높은 구두를 신고 멋을 뽐내며 시장 곳곳을 누볐다. 이들을 겨냥한 듯 양쪽에 늘어선 상가에는 옷·신발·액세서리·가방·우산 등이 진열돼 있었다.

스린야시장이 100여 년의 세월 동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기본 동력은 스린야시장 인근에 위치한 많은 학교들 덕분이었다. 문화대학교, 명전대학교, 양명고등학교 등 인근 학교에서 2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매년 야시장을 방문한다. 야시장은 젊은층의 입맛과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파는 가게들로 채워졌다. 이 덕분에 스린야시장의 열기는 밤늦도록 식을 줄을 모른다. 단정우(23·여) 씨는 "스린야시장은 교통이 편리해 접근성이 좋다. 학생들이 자주 찾다보니 다른 야시장에 비해 전체적으로 상품 가격이 저렴하다. 싸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들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 정부·상인회 끊임없는 변화 모색
스린야시장 상인연합회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상인연합회는 매년 10회에 걸쳐 시장 내 도교사찰인 자함궁 앞 광장에서 야외영화와 인형극을 상영한다. 또 외국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해마다 두 차례 중국의 고전연극인 경극을 공연한다. 스린야시장 상인연합회 소문산(蘇文山·48) 이사장은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다. 옛 것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스린야시장에 있는 도교사찰 자함궁 내부. 1796년에 세워졌으며, 야시장 형성의 중심이 됐다.


대만 정부도 야시장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7년에는 대만 전역의 전통시장들을 각자의 특성에 맞춰 전면적으로 새롭게 변화시킬  계획안을 만들었다. 이 계획에 따라 매년 200여 개의 시장을 선택한 뒤 시장마다 주요 업종 8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향 등을 지도했다. 대만 정부는 나아가 전국의 시장을 대상으로 해마다 1천600개의 노점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5년간 6천880개 이상을 만들 계획이다. 외국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각 나라에 파견된 대만관광청을 통해 대만 야시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시장상인들도 인문교육 받아야"

스린야시장 상인연합회 소문산 이사장

상점 운영과 개선·발전 방안의 원동력
아이템 개발·환경개선 실천도 뒤따라야


"여러 계층을 겨냥한 새로운 아이템 개발과 끊임없는 시장 환경 개선이 필요합니다."

스린야시장 안 도교사찰 자함궁에서 만난 스린야시장 상인연합회 소문산 (蘇文山·48) 이사장의 말이다. 그는 4년째 상인연합회 이사장 자리를 맡아 야시장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린야시장 상인들에게는 별도의 규약이 없다. 하지만 상인들은 스스로 야시장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정해진 구역 외에는 물건을 진열하거나 쌓아두지 않는 등 질서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소문산 이사장은 "스린야시장에는 상인연합회 외에도 스린옛거리상권번영촉진회가 있다. 촉진회에서는 스린야시장의 환경정리, 청결, 소방안전 유지에 힘쓰고 있다"면서 "이런 노력들이 스린야시장의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대만 정부는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3년간 스린야시장 환경개선 작업을 벌이기 시작했고, 상인들을 대상으로 인문교육을 실시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소문산 이사장은 "전통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인문교육을 통해 가게를 가진 상인들은 물론 노점상인들도 상점 운영계획, 개선방안을 끊임없이 강구해야 한다. 지속적인 교육이 야시장의 발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소문산 이사장은 "시장이 살아남으려면 시장을 찾는 고정 고객들을 유지하고 새로운 상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먹을거리는 나눔이다. 나눔은 곧 정을 뜻한다. 스린야시장은 고객들에게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나아가 인근에 있는 국립고궁박물관 등 관광지를 홍보하면서 스린야시장이 저명한 국제적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힘쓸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타이베이=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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