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문학동네/352p/1만 5천800원)

전작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에서 바다가 차려주는 먹을거리 묘사로 독자들의 침샘을 자극했던 소설가 한창훈이 이번에는 아예 술상을 차려냈다. <자산어보>의 원저자 정약전이 1814년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써낸 지 꼭 200주년이 되는 2014년, 한창훈이 자산어보 2탄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를 완성해 돌아왔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라면서 그가 책 속에 푸지게 차려낸 것은 '오직 바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상'이다. 그의 바다에선 여전히 보리멸, 숭어, 참치, 쥐치, 상괭이, 고래 들이 펄펄 뛰논다. 온갖 싱싱한 먹을거리, 아니 안주가 상 위에 그득하다. 책장을 넘기면 다음에는 어떤 안주가 나올까 하면서 그야말로 술생각이 절로 나는 책이다. 하지만 이번의 술상 자산어보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생명체는 무엇보다 바다를 바라보며 술을 마시는 '사람'이다. 물고기는 바닷속에서 말없이 살고, 사람은 말 못할 일이 있을 때 바다로 가서 술을 마신다. 소설가 한창훈이 바닷가에서 술잔을 들며 만난 무수한 물고기와 사람들의 생이 이 책에 있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지친 몸에 술이 퍼지듯 인생의 지난함과 쓸쓸함이 마음에 스며든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무심히 쏟아놓고 가는 인간 앞에 영원히 깊고 푸르게 펼쳐져 있을 바다의 경이에 홀연히 취해버릴지도 모른다. 술 한 잔 마시지 않아도, 푸른 바다가 입안에서 요동치는 해산물 안주가 없어도 취할 것만 같은 책이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가이드북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지음/사회평론아카데미/456p/2만 7천 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1866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변호사 존 제이가 미국만의 박물관이 필요하다고 선포한 후 4년이 지난 1870년에 설립됐다. 현재 연간 500만 명이 방문하는 미국 최대 박물관이다. 파리 루브르박물관, 런던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일컬어지는데, 그 중에서 역사는 가장 짧지만 예술을 일반 대중에게 제공하겠다는 사명감과 함께 빠르게 성장해왔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세계에 박물관을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로 공식 가이드북의 개정판을 30년 만에 10개 언어로 펴냈다. 그 개정판에는 한국어도 포함됐다. 이번 한국어판 출간은 한층 높아진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다. 가이드북은 박물관이 소장한 5천 년에 걸친 세계 전 지역의 작품 330만 점 중에서 엄선한 대표작 600점을 시대와 콘셉트에 따라 각각 '고대', '다양한 문화', '유럽', '미국', '근대'의 다섯 파트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보살반가상', 고려의 '뚜껑 있는 함'과 '수월관음보살상', 조선의 백자 '달항아리' 넉 점도 '다양한 문화' 파트에 실려 있다. 박물관이 소장한 걸작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박물관을 소개받는 것을 넘어 미술 감상에 최적인 가이드북이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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