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가까운 시간 기자 6명 바통 취재
기록과 단순 향수 자극 뛰어넘어선 성과
행정 차원 후속 작업 서둘러야 할 때

2011년 11월 진례의 상촌마을에서 시작했던 <김해의 뿌리-자연마을을 찾아서>의 기획연재가 2014년 9월 생림의 봉하마을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약 3년 동안 6명의 기자들이 바통을 주고받으며 100개나 되는 김해의 자연마을을 답사했다.

자연마을에 유별난 정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외동이나 삼계동, 또는 장유나 진영의 신도시같이 인위적인 도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자연적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어 이루었던 마을을 가리킨다. 백과사전도 자연마을은 마을의 다른 말로 설명하고 있다. 원래 마을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인공적 직선 도로와 사각형 블록으로 구획된 도시와는 다른 동네로, 이런 자연마을들이 모여 김해라는 큰 마을을 이루었다. 그래서 <김해뉴스>는 김해의 뿌리가 되었던 자연마을들을 둘러보면서 김해의 원형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100개나 되는 자연마을이 아직도 존재하는가 하고 놀랐다. 필자가 '산꼭대기의 무릉도원'이라 표현했던 진례의 고령마을처럼, 잘 남아 있지만 이번 시리즈의 취재에서 빠진 곳도 있다. 그러나 최근 20년 동안에 무려 35만 이상 되는 인구가 새로 들어와 살아야 했고, 셀 수 없는 새 공장들의 입주를 위해서는 그 만큼의 자연환경과 자연마을의 파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 그래픽 = 박나래 skfoqkr@

이런 형편 때문에 "다 변해버린 것을 찍고 기록해 뭘 하냐"는 자연마을 여러분들의 자조적인 말씀도 있었다. 그러나 연재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던 박현주 기자는 "이조차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두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김해의 자연마을을 연재했던 목적이었다. 필자도 똑 같은 필요성에 대해 <김해뉴스>에 연재했던 '새로 쓰는 김해지리지'에서 거듭 천명했지만, 이번 연재는 마을이장님을 비롯한 현지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살아있는 사람 사는 마을을 생생하게 전달했던 차이가 있다.

물론 단순한 기록만을 위한 기획은 아니었고, 과거에 대한 향수만을 자극하려던 기획도 아니었다. 100회의 연재를 읽다보면, 현재의 무차별적 개발주의에 대한 경종과 개발방향에 대한 새로운 비전의 제시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김해시의 최소행정단위로 집계되는 727개의 마을 가운데 불과 100여개 정도의 자연마을만이 남게 되었다는 보고를 통해, 우리가 경제발전의 대가로 잃었던 것이 무엇이었으며, 과연 미래의 어떤 마을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동네로서 이상적일까 하는 문제의식 앞에 우리를 서게 했던 것이다.

100개의 자연마을에는 대동의 24개 마을이 가장 많이 포함되었다. 비슷하게 전원지역이어야 할 주촌 진례 생림 한림 상동 등에서 10개 마을 정도만이 다뤄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동안 대동지역의 많은 부분이 그린벨트에 묶여 있었다는 법적 강제가 그 배경이 되었음을 다시 말할 필요는 없다.

여기에 "농사밖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대동 감천마을 어르신의 말씀이나, 취재에 응했던 이장님들 대부분이 공장의 난립으로 깎여 나간 산과 오염된 하천을 한탄하고 있음을 볼 때 결론은 자명하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개발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해의 자연마을에는 같은 성씨끼리 모여 사는 10여개 정도의 집성촌도 있지만, 대개는 다른 지역에서 다른 성씨들이 역사의 파도에 밀리거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모여 들었던 마을이다. 산과 들에 논밭을 일구고, 강과 바다에서 고기를 잡으며, 고갯길에 가게를 열기도 하면서 마을은 태어났다. 이것이야말로 김해의 원형이면서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이란 생각이 든다. 동아시아 무역의 중심이었던 가야시대부터 이제 국제적 다문화사회로 향해가는 김해는 각종의 문화와 주장들이 함께 들끓는 용광로 같은 동네다. 출향인의 귀향처로서,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전원생활처로서 느림의 철학과 건강한 먹을거리를 중심에 앉힐 수 있는 작은 자연적 테마파크 같은 자연마을의 보존과 양성화를 생각해 볼 때다.

경남 20개 시군에서 유일하게 한 번의 시사도 편찬한 적이 없었던 김해시는 얼마 전에 특정 개인이 작위적으로 편찬했던 <활천지>같은 것 말고, 이만큼이라도 남아 있는 자연마을에 대한 기록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