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랑 한식뷔페에서 음식을 즐기고 있는 봉심회 김학길 회장. 그는 저렴한 가격으로 넉넉하게 음식을 들 수 있어 회원들과 함께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한식 요리 무려 35가지 구색 갖추고도
어른 5500원·어린이 3000원에 제공
개점 1년만에 입소문 번져 단골 북적
주인장 "맛있게 드시면 그것으로 만족"

일정 금액만 내면 다양한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곳. 바로 뷔페다. 주로 '결혼이나 돌잔치가 있으면 가는 곳', '특별한 날에만 가는 곳'으로도 인식되어 있다.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다양한 음식을 두루 맛볼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한 끼 식사비용으로 2만~3만 원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해에는 성인 1인당 5천500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뷔페가 있다. 혹시 음식이 부실한 건 아닐까? 수로왕릉과 허왕후릉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봉사단체 봉심회의 김학길(72) 회장과 삼계동에 있는 '아리랑 한식뷔페'를 찾아갔다.
 
아리랑 한식뷔페는 삼계동 롯데리아 사거리 인근에 위치해 있다. 뷔페는 웨딩홀이나 대형마트, 대형쇼핑몰 내부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곳은 일반 상점가에 들어서 있다.
 
뷔페 입구에는 '대인 5천500원, 소인 3천 원'이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선불로 돈을 내고 뷔페 내부로 들어갔더니 먼저 온 손님들이 꽤 많았다. 뷔페는 보통 저녁시간에 손님이 많은데, 이 곳은 점심시간인데도 가족단위 손님들이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자리에 앉기 전에 차려진 음식부터 둘러봤다. 각종 외식업체에서 저마다의 브랜드를 내걸고 운영하는 뷔페와 달리 음식의 종류가 화려하진 않았지만, 한정식 식당에서나 접할 법한 음식들이 제법 구색을 잘 갖추고 있었다. 흰쌀밥과 잡곡밥, 주먹밥, 호박죽과 야채죽, 잔치국수, 쌈 채소, 8가지의 나물과 다양한 밑반찬 그밖에도 먹음직스러운 한식요리가 다양하게 비치돼 있었다. 뷔페 직원에게 음식 가지 수를 물었더니 무려 35가지나 된다고 했다.
 
호박죽 한 그릇과 잡채, 불고기, 부추전, 생선구이, 낙지젓갈, 햄 볶음밥 등을 접시에 담아 자리에 앉았더니 김 회장이 입을 열었다. "이 곳에 오자고 한 이유가 있습니다. 식당 주인이 남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봉사단체 회원들과 종종 이 곳을 찾곤 합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넉넉하게 먹을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식당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실제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이나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음식 맛도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식사하시죠."
 

▲ 다양한 음식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는 아리랑 한식뷔페 내부 전경.
김 회장의 말대로 이 뷔페의 음식은 특별히 고급 재료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음식 하나하나마다에서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윤기가 흐르는 잡채와 금방 구운 듯 따뜻한 전, 생선구이만 해도 그런 정성을 웅변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이 뷔페의 음식이 마음에 드는 건 화려함은 없어도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입니다. 맵거나 짜거나 너무 달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음식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맛도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활동하고 있는 봉심회 회원들은 모두 김수로왕의 자손들이라고 한다. 김해김씨와 김해허씨 종친회 회원들이 수로왕과 허왕후의 능소를 보살피기 위해 1980년에 결성한 봉사단체다. 회원 수는 30여 명으로, 대부분 60~70대이다. 올해 수로왕 추향대제는 다음달 8일에 열린다. 봉심회 회원들은 대제에 앞서 며칠 동안 새벽부터 검은 제례복을 입고 왕릉에 모여 제객들이 머무를 천막을 치거나 제기를 닦는 등의 행사준비를 한다. 대제가 끝난 뒤에도 봉심회 회원들은 수로왕릉을 떠나지 않고 철상을 비롯한 대제의 마무리 작업까지 담당한다.
 
봉심회에 대한 이야기가 무르익을 때쯤 배가 불러왔다. 아침을 거른 터라 다양한 음식을 가져와 배불리 먹었지만 음식들이 기름지지 않아 속은 편안했다. 식사를 마칠 때쯤 뷔페의 김경돌(57) 사장이 찾아왔다. 그는 "뷔페를 연 지 1년 정도 됐다. 처음에는 성인 1인당 7천 원을 받았다. 저렴해서 그런지 입소문이 나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다. 손님이 이 정도만 되면 음식 가지 수를 줄이지 않더라도 식사비를 더 낮출 수 있겠다 싶었다. 돈은 좀 적게 벌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님들이 음식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드시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 회장은 김 사장의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마음까지 풍성해지는 식당을 찾은 하루였다.


▶아리랑 한식뷔페 /삼계 중앙로 70(삼계동 1512-2번지 2층). 성인 5천500원, 소인(5~10세) 3천 원. 055-337-8849.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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