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30여년 세월 첫 번째 시 위한 산문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도 펴내

▲ 최영철 시인이 도요마을 집의 작은 서재에서 <변방의 즐거움>을 펼쳐 보이고 있다.
"나는 늘 변방에서 살았다. 둔재로서의 내 한계를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중심부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여 나의 시는 변방의 언어와 변방의 세계인식을 밑천으로 한다."
 
생림면 도요마을에서 시를 쓰고 있는 최영철 시인의 산문집 <변방의 즐거움>(도요 펴냄)에 실린 글 '변방의 즐거움' 중 한 대목이다.
 
최영철 시인이 최근 산문집 <변방의 즐거움>과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산지니 펴냄)를 펴냈다. 최 시인은 지난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2년 가까이 지낸 시간 말고는 줄곧 부산에서 살다가, 2010년부터 생림면 도요마을에서 시를 쓰고 있다. 책에 쓴 그대로 그는 줄곧 서울이라는 이름을 가진 중심부가 아니라 변방에서 살아왔다.
 
<변방의 즐거움>은 '시를 위한 산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책 속의 한 대목을 읽어보자. "중심에서 유통되는 표준의 언어와 세계인식이 인위적으로 걸러지고 규정된 것인데 반해 변방의 그것들은 자연발생으로 터져 나온 날것들이다. 그것들은 한 사회가 규정한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때로 그것에 딴지를 걸어 중심의 언어와 세계인식이 가진 허위를 까발리고 넘어선다." 이 대목에서 그가 변방에 살면서 시를 써온 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책은 최 시인이 시를 써온 지 30여년 만에 시를 위한 산문을 모아 엮은 첫 번째 책이다. 따라서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시를 쓰고 있는지, 그의 시세계는 어떤 결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는 책에서 "변방에서 쓰는 나의 시는 계획을 세우고 운용하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문득, 우연히, 돌발적으로, 어쩔 수 얻어진다"고 밝히면서 그 변방이란 "주어진 조건에 함몰되어 느슨하게 맥을 놓은 변방이 아니라 상대와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변방이며, 중심을 흠모하고 중심에 편승하고자 하는 변방이 아니라 중심과 일대일로 대처하며 중심을 극복하고자 하는 변방"이라고 설명했다.
 
최 시인은 또 이렇게 말한다. "변방을 자처하는 시인들이 있기에 희망이 있다. 돈이 망쳐버린 세상은 이렇게 돈 안 되는 것들이 조금씩 치유해 갈 것이다. 21세기의 거대한 욕망들과 맞서 버틸 수 있는 힘도 변방에 사는 자의 이런 우직한 희망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금정산을 보냈다>는 최영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으로, <찔러본다> 이후 4년 만에 나온 시집이다. 부산의 산지니 출판사에서 펴내는 '산지니 시인선' 1권으로 출간됐다. 총 68편의 시가 수록됐다. 앞서 냈던 시집들에서 강인한 생명력과 자연의 진정성을 노래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생성과 파멸, 환희와 비명이 교차하는 시편들로 시적 변화를 보여준다. 물질과 속도에 중독된 우리에게 마주해야 할 세계의 진면목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묻는 시집이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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