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명 작품 이달 말까지 선갤러리 전시
회원 16명 공동작품 '왕도김해'도 선봬

"나무의 결을 따라 마음을 새겼습니다."
 
선·각연구회 창립전이 1~30일 삼방동 영운마을 선갤러리에서 열린다. 선·각연구회는 지난 2011년에 창립됐다. 선갤러리 최홍주 대표와 정진호 회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활동해오다가, 3년 만에 창립전을 열게 됐다. 선·각연구회는 이번 창립전에서 회원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에는 21명 회원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회원들의 공동 작품인 '왕도김해'이다. 가야의 고도였던 김해의 역사를 '왕도김해' 네 글자로 새겼다. 이 작품은 최홍주, 정진호, 정귀자, 류재환, 김형수, 김흥곤, 구혜숙, 김희연, 박강수, 손철호, 김진근, 김환경, 빈정순, 황태경, 이선영, 김상진 등 16명 회원의 공동작품이다. 가로 230㎝ 세로 90㎝ 크기이다. 서예가 최부림이 글을 썼고, 16명이 각자 한 부분을 맡아 각을 했다.
 

▲ 선·각연구회 회원 16명의 공동작업을 통해 마치 한 사람의 작품처럼 제작한 '왕도김해'.
'왕도김해'는 오래된 나무가 자연스럽게 갈라진 것처럼 선을 새기는 파형작업을 먼저 하고 글자를 새겼다. 도자기를 구울 때 생기는 크랙(잔 금)처럼 은근한 멋을 내기 위해 파형작업을 한 것이다. 청동으로 만든 작품처럼 여겨지도록 마감칠을 해 긴 잠에서 깨어난 유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회원들이 한 부분씩을 맡아 작업했지만, 마치 한 사람이 작업한 것 같다.
 
이 작품의 마무리를 한 최홍주 선갤러리 대표는 "창립전을 앞두고 회원들이 의견을 내 '왕도김해'를 만들게 됐다"며 "회원들이 개인 작품을 만드는 틈틈이 한 달 여 걸려 공동작품을 만들었다. 회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김해의 역사를 함께 새겼다는 의미도 있다. 회원들이 한 가족처럼 지내기에 공동작업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전시회 팸플릿에는 '김해왕도'의 16명 회원이 어느 부분을 새겼는지가 표시돼 있어, 그 부분을 확인하며 작품을 감상하는 묘미도 있다. 최 대표는 또 "전시회가 끝나면 '왕도김해'를 김해시에 기증할 계획이다. 김해시청에 걸었으면 했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 가야역사테마파크에 걸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각연구회는 서각뿐만 아니라 동양화, 서양화, 서예 등 여러 장르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 모인 단체이다. 따라서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도 다양하다. 최 대표는 "서각은 글자를 새기는 것이다. 그러나 선·각연구회 회원들은 그림을 새기는 화각을 비롯해, 전통문양을 새기기도 하고, 근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이나 캘리그래피도 새긴다. 그래서 일반 서각 단체의 전시회와는 달리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근은 '金陵八景(금릉팔경)'을 선보인다. '금릉'은 예로부터 중국 남경에 비해, 김해를 아름답게 부르는 이름으로 사용돼왔다.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였던 김건수(金建銖·1790~1854)가 김해부사 시절, 김해의 아름다운 풍경 8가지를 '금릉팔경'이라는 시로 남겼다고 추정된다. 김해의 진산인 분산의 남쪽 봉우리(타고봉 혹은 만장대)에서 빛나는 달빛을 이른 '打鼓淸月(타고청월)', 현재 화목동에 있었던 남포 일대의 고기잡이 불빛을 표현한 '南浦漁火(남포어화)' 김해읍성 한 복판을 흐르던 호계천에 세워진 누각 연자루에서 바라본 경치, 호계천의 노을, 죽도의 연기 구름, 구지봉의 저녁 아지랑이, 삼차강의 돛단배, 함어정의 이슬 맺힌 연꽃 등 모두 8곳의 경관을 일러 금릉팔경이라 한다. 김진근의 작품은 금릉팔경을 노래한 한시를 새긴 것이다.
 
구혜숙의 '만추'는 단풍이 한 두 잎 떨어지는 가을풍경을 배경으로 서있는 여인을 새겼다. 유화그림을 나무에 그대로 올려놓은 듯 하다.
 
김상진의 '기다림'은 짙은 색의 한지 위에 올린 동양화 한 폭 같다. 작품 상단에는 살짝 열린 방문을 새겼고, 아래쪽에 '기다림'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방문을 조금 열어둔 채 정인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새긴 것일까.
 
김흥곤의 '수죽무심' '청풍고절'은 대나무를 새긴 작품이다. 곧게 뻗은 대나무를 새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대숲에 부는 바람과 댓잎들이 서걱서걱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듯하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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