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창원 등에도 과거에는 열차가 달렸지만 지금은 문을 닫은 역이나 철로 부지들이 있다. 이 도시들은 해당 역이나 부지들을 문화공간이나 공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되돌려줬다. 이곳들은 이제는 도심 속의 관광명소, 또는 시민공원이 돼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 추억의 임항선

100년간 창원지역 주민 발 역할 톡톡
폐선 3년 뒤 '그린웨이'로 탈바꿈해 인기


창원시 마산합포구 성호동 옛 임항선 철길 주변에는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있다. 주말이면 가족, 연인 등 관광객들이 찾아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임항선은 과거 100년간 창원 시민들의 발이 돼 준 추억의 장소다. 1905년에 마산선 삼랑진~마산포 구간이 개통되면서 임항선의 역사가 시작됐다. 임항선은 도시화를 거치며 화물전용 철도노선으로 사용됐지만 활용도가 떨어져 2011년 2월 폐선됐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보따리를 싸 들고 기차에 몸을 싣던 추억이 가득한 공간이었지만, 폐선 이후에는 소음, 악취, 쓰레기 불법투기, 불법 경작 때문에 주민들에게 골칫거리가 됐다.

외면받고 버려진 이 땅은 3년 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해에 '임항선 그린웨이'라는 이름의 공원으로 탈바꿈해 주민들의 품에 돌아왔다. 경남 마산합포구 월포동에서 마산회원구 석전동까지 5.5㎞ 철길을 따라 초록 숲길이 펼쳐진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주요 길목에는 쉬어갈 수 있는 의자 쉼터, 바닥 분수, 체육시설들이 들어섰다. 지자체는 물론 시민들까지 임항선 철길에 직접 꽃을 심는 등 임항선의 재조성에 힘을 쏟았고, 이제는 도심 속 아늑한 관광명소가 됐다.
 
■ 해운대·송정역


계절별 색다른 분위기 미술작품 전시
도예 전문 갤러리로 각각 꾸며 각광


동해남부선에 있었던 부산 우동의 옛 해운대역과 송정역은 1934년 각각 역으로서의 일생을 시작했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 때문에 2013년 12월 문을 닫았다.

해운대역과 송정역은 1년 임차를 통해 시민공간으로 꾸며졌고, 갤러리로 재탄생했다. 해운대구는 지난 4월부터 해운대역과 송정역을 개조해 부산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팔각형 형태인 해운대역사에는 계절별로 색다른 분위기의 미술 작품들이 전시된다. 송정역은 지역 작가들의 도예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도예 갤러리로 꾸며졌다. 해운대구청 담당자는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임대가 끝난 뒤에는 역사가 어떻게 이용될지 알 수 없다. 시민들의 반응이 좋은 만큼 상업 시설이 아니라 시민 공간으로 계속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동해남부선 폐철길

자전거길·산책로 등 공원 중심 계획
부산시, 그린레일웨이 사업 추진키로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중 부산 해운대 올림픽교차로~기장군 9.8㎞ 구간은 '그린 레일웨이'로 조성될 전망이다.

부산시는 레일바이크를 이용한 수익사업을 진행하려다 폐철길의 상업화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여론에 부딪혀 사업을 중단했다. 부산시는 최근 자전거길과 산책로 등 공원 설치를 골자로 하는 '그린 레일웨이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사업 추진을 앞두고 홈페이지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시·구의원, 교수·전문가·시민단체, 지역주민대표 등 총 37명으로 시민계획단을 구성했다. 다음달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공동으로 시민토론회를 개최하고 시민계획단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부산 도심 곳곳의 폐공공시설들은 문화예술 공간이나 창업보육실로 활용되고 있다. 부산시는 2012년 용도 폐기된 가압장 4곳을 주민 시설로 이용하고 있다. 가압장은 수압을 높여 고지대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시설이다. 가압장은 약 150㎡(45평) 면적의 좁은 규모이지만 해당지역 구민들의 의견에 따라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시설로 조성됐다.

주례가압장은 사회적 기업인 '부산 노리단'의 문화 창작 공간과 청소년 문화 센터로 꾸며졌다. 범천가압장은 북카페와 노인 교실이 들어선 어르신쉼터가 됐다. 문현가압장은 작품을 전시하고 배울 수 있는 아트센터로 변신했다. 범일가압장은 북카페와 강의실이 있는 문화공간으로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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