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미술문화연구회 벽화봉사단 단원들이 벽화 봉사 활동에 앞서 작업에 사용할 물감을 정리하고 있다.
김해자원봉사센터 의뢰로 봉사 시작
아파트·경로당·초등학교 등서 활동

하봉마을 벽화 지역 명물로 탄생
"의지·실천력 가진 사람 참여 기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벽화마을로는 부산 감천마을과 경상남도 통영 동피랑마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벽화가 마을공동체 형성과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에서도 벽화를 매개로 한 문화마을 공동체를 꿈꾸는 단체가 있다. ㈔김해미술문화연구회(이사장 문운식) 벽화봉사단이다.
 
"조형물과 벽화를 바탕으로 한 문화마을을 김해에서 만들어보는 게 꿈입니다. 벽화의 결과물보다는 함께 어울려 만드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력을 가진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벽화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이선엽(50) 사무국장은 벽화 봉사에 대한 중요성을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찾았다. "지금도 간혹 '벽화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벽화 봉사는 의뢰를 하는 마을이나 단체, 그리고 봉사자들이 공동의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과 그 결과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자긍심이 중요합니다."
 
벽화봉사단 활동은 지난 2012년 시작했다.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 중심으로 해오던 벽화봉사 활동에 대해 전문성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자, 김해자원봉사센터가 김해미술문화연구회에 활동을 의뢰함으로써 벽화봉사단이 설립됐다. 당시 김해미술문화연구회는 지역 작가들로부터 미술작품을 기부 받아 경매전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지역사회에 기부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마침 재능 기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적절한 제의가 들어와 일이 성사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사업을 대행하거나, 재료비를 받고 그림을 그려주는 것은 진정한 봉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벽화봉사 활동을 사업화하지 말자고 못을 박았습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 원칙은 반드시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김해미술문화연구회 벽화봉사단의 약속과 다짐은 봉사단 설립 이후 지금까지 진행해온 벽화 봉사 활동에서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2012년 늦가을 진영 장복아파트에서 펼쳐진 첫 봉사활동에는 무려 60명이 참가했다. 작가 1명과 순수 봉사원 9명이 한 팀을 이뤘다. 모두 6개 팀이 벽면 10m씩을 담당해 공동의 노력으로 벽화를 완성했다. 당시 벽면이 낡고 지저분해 부담 또한 만만치 않았지만 봉사회원과 마을 주민, 청소년, 아파트 부녀회원 등이 다함께 힘을 보태 마을잔치가 됐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그해 11월에는 진영대창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옹벽에서 두 번째 봉사 활동이 이뤄졌다. "날씨가 많이 추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유치원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작업을 결정했어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유치원생과 교사들이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벽화가 완성되고 난 뒤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은 아직도 잊지 못할 큰 기쁨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동상동 광남아파트와 장유 사할린 경로당, 생림 신양원 샘터학교, 생림 하봉마을, 진영 금병공원 공중화장실 등에서 벽화 봉사 활동이 이어졌다.
 
이 국장은 지난해 9월 하봉마을 봉사 활동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하봉마을은 '1사1농촌 결연 협약'에 따라 한 대기업으로부터 해마다 전자제품을 지원 받고 있었다. 마을 측에서는 대표 작물인 딸기와 300년 된 마을 수호나무인 소나무를 반드시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그려야 할 마을 담벼락 면적은 300㎡에 이르렀다. 참가 인원은 100명을 넘었다. 후원 기업과 마을 주민, 회원 작가 등이 뜨거운 날씨 속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일궈낸 마을공동체 작업이었다. 이후 소나무 벽화는 명물이 됐다. 지나가는 차들이 속도가 늦추거나, 차에서 내려 한 번쯤 사진을 찍는 '포토 존'이 됐다.
 
다음달에도 한 차례 봉사 활동이 계획돼 있다. 대상지는 아직 완전하게 결정되지 않았지만, 후원 기업체와는 협의를 어느 정도 마친 상태다. 작가 회원 30여 명을 비롯해 자원봉사에 뜻을 둔 많은 사람들이 작업 구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할머니에서부터 아이들까지 처음엔 그림을 못 그린다며 손사래를 치다가도 어느새 벽화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집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벽화를 매개로 한 문화마을 조성의 가능성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 국장의 말에서 벽화봉사단의 꿈과 미래가 그려졌다.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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