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준기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 원장
김해에는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외국 인력에 의존해야 하는 중소 영세사업장이 많다는 이야기다. 영세사업장이 많다는 것은 근로 환경이 열악해서 임금 체불, 사업장 변경 등을 둘러싼 고충, 갈등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김해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대로 상담을 해주는 곳도 많이 눈에 띈다.
 
김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국적 별로 보면, 베트남·인도네시아·스리랑카·우즈베키스탄·중국·캄보디아·네팔·필리핀·태국·미얀마·방글라데시·파키스탄·몽골·키르기스스탄·동티모르 등 모두 15개 나라에 이른다. 그야말로 김해는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을 가진 '리틀 아시아'라고 할 수 있다.
 
동상동, 서상동 등의 지역은 주말에 외국인 근로자들로 북적거린다. 여기에서는 한국인들이 마치 외국인처럼 느껴진다.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외국인 밀집지역이다. 이들이 사는 지역의 주거 환경은 매우 열악해서 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다. 기숙사 등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은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일로 보인다.
 
동상동, 서상동을 찾는 이들은 김해 지역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만이 아니다. 부산 등 외지에서도 많이 찾는다. 이들은 상가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사고 외국인 식당을 이용하면서 고국 사람을 만나거나 휴식을 한다.
 
그러나 아직 김해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만남·휴식·문화 공간이 부족하다. 주말이면 외국인들이 방황하며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한국인 시민'들마저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김해시에서는 과거 아시아 다문화 특화거리를 조성한다고 했지만 가시적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 지역을 활성화시켜 나가야 한다. 서울 이태원 정도는 아닐지라도 리틀 아시아라는 이름에 걸맞게 외국인 친화 거리로 조성해나갈 필요가 있다. 쇼핑 시설이나 식당 외에 상담·교육·진료·공연·운동·종교·취미 활동·정보 교류 등을 위한 시설·단체를 모아 외국인 노동자들이 생활하기에 불편이 없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많은 외국인 식당들은 위생 환경 개선 등을 통해 서비스를 고쳐 나가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 집중 거주지 환경 개선을 위해 다문화 특화거리를 조성하거나, '외국인 근로자 만남의 광장'을 만들 필요성도 있다.
 
주말이면 그곳에서 각국의 문화 공연을 열 수 있게 해야한다. 가끔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줄 수 있는 공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문화 공동체 문화 형성을 위한 다문화 거리를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김해에 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한국인 시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를 조성하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해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해 모국의 정취를 느끼게 해야 한다. 한국인 시민들에게는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면서 더불어 살아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산업·인구 구조, 출산율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다문화사회로 변해가고 있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대부분 결혼이주민에 집중돼 있다. 김해시 같은 경우,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주자를 지원하는 독립된 부서를 하나쯤 만들고 예산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외국인들과 함께 살아 본 경험이 적어서 인종 편견이 심한 편이다. 민족적·문화적 다양성이 커지고 있지만, 다문화주의적으로 대응을 잘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국인들에게도 친절한 나라가 정말 품격 있는 나라다. 이제는 김해 시민, 한국 국민이 아닌 세계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다양한 식견과 덕목, 안목을 가질 때다.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통합하고, 이를 어떻게 지역이나 국가 성장 에너지로 바꿔 나갈 것인가를 논의하고 그 방안을 찾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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