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어산 서쪽에서 발원 유역면적 16㎢
김해 동부 지역 관통하는 대표 하천

빠른 유속 불구 옹벽에 콘크리트 바닥
가야저수지 물도 가야CC 모두 사용
동식물 서식 환경 파괴돼 죽은 하천

어방3교 아래쪽만 모래바닥 형성돼
하천 전체 자연성 회복 고민 뒤따라야

김해는 예로부터 물이 풍부했던 도시였다. 시내에는 해반천·신어천·대청천·율하천이 흐르고, 화포천과 대포천은 낙동강을 향해 유유히 흘러간다. 김해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도시하천은 산책로·자전거길·인공폭포 등이 넘쳐나는 공원하천으로 전락하고 있다. 생태계의 다양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허울뿐인 생태하천이 됐다. 김해양산환경연합(추진위원장 박재현)은 인제대학교 토목도시공학과 박재현 교수와 함께 '우리 지역 하천 탐방'을 진행한다. 시민들과 함께 도시하천들을 둘러보며 복원 사업의 문제점과 올바른 복원 방법에 대해 고민해본다.

▲ 박재현 교수(왼쪽 네번째)가 하천탐방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생태하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인제대학교 정문 앞에는 동물보호활동가, 원어민교사뿐만 아니라 자녀와 함께 참여한 가족 등 15명이 모였다. 이들은 시원한 초가을 바람을 맞으며 하천 탐방에 기대감을 보였다.
 
하천 탐방에 앞서 김해양산환경연합 양은희 사무국장은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물이 살아야 생물이 살고 사람이 살 수 있다. 하지만 김해시민들은 우리가 사는 지역에 흐르는 하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실상을 잘 모른다. 시민들과 함께 하천을 탐방하며, 지역 하천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유역면적 16㎢인 신어천(神魚川)은 삼방동, 활천동, 안동, 불암동 등을 흐르는 김해 동부 지역의 대표 하천이다. 신어산 서쪽 산기슭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가야저수지를 지나고, 활천동·삼방동의 경계를 이루며 흐른다. 이어 안동 초선대를 지나 불암동의 시만교 부근에서 서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날 탐방은 인제대 후문 삼강교 인근에서 시작됐다. 하천 탐방에 앞서 참가자들은 박 교수로부터 신어천의 지질학적 특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 하천 관찰데크의 안전선이 홍수에 뜯겨나간 채 방치되고 있다.
박 교수는 "신어천은 지질학적으로 선상지 하천에 속한다. 산지의 좁은 골짜기에서 평지로 흘러나오는 하천이다. 빠른 유속 때문에 경사가 급하고 하상 변화가 커 인위적 관리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천의 경사가 급변하는 곡구에 토사가 쌓여 형성되는 반원추 모양의 지형이 선상지다. 삼강교 일대와 삼방동 화인아파트 등이 선상지에 속했을 것이다. 1980년대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을 하면서 주거용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신어천 위로 4~9m에 이르는 옹벽을 세웠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말대로 신어천은 거대한 옹벽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그는 "신어천에 폭우가 쏟아지더라도 2.5~3m 높이 밖에 물이 차오르지 않는다. 옹벽 높이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미 택지 개발이 이뤄진 상태였기 때문에 김해시가 옹벽을 허물고 신어천을 개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옹벽을 둔 상태에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신어천은 높은 옹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그 안에서는 바깥 풍경을 감상하기가 힘들었다. 드문드문 높은 모텔 건물이 보이는 게 전부였다. 박 교수는 "옹벽을 조금 낮추더라도 일대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에서는 너무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옹벽이 너무 높으면 하천의 단절감이 느껴진다. 옹벽을 낮추고 자연석과 풀을 심으면 시야 확보와 동시에 개방감이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신어천의 유지용수는 가야CC 잔디 관리에 모두 쓰여 갈수기가 되면 물 부족현상이 심각하다.
김해시는 2011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예산 132억 원을 들여 제2삼방교~삼안동사무소 앞 어방3교의 1.5㎞ 구간에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하천유지용수 관리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갈수기에는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기도 했다(김해뉴스 5월 21일 6면 보도). 박 교수는 "신어천은 상류에 위치한 ㈜가야개발의 가야저수지나 가야개발 내 오수처리장에서 정화한 물을 공급받는다. 하지만 가야저수지의 물은 가야CC 잔디 관리에 모두 쓰여 김해시가 신어천 유지용수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나마 신어천의 수질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진 편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다슬기가 살 정도로 수질이 괜찮아졌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산책로를 따라 삼방초등학교 인근 관천교까지 내려갔다. 박 교수는 "비가 오면 생활하수 등 오수가 하수관거를 통해 하천에 유입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어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김해에는 과거와 최근에 설치된 하수관거가 공존하고 있다. 하천 수질 유지를 위해서는 하수관거 정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어천 상류의 하천 바닥은 콘크리트로 덮여 있었다. 그 위에 돌들이 박혀 있었다. 신어천의 유속이 빠른 탓에 하천 바닥의 콘크리트는 곳곳에서 깨져 있었다. 박 교수는 "콘크리트는 강알칼리성인데다 독성물질을 가지고 있다. 하천 바닥을 콘크리트로 덮으면 물고기가 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어천 양쪽 가장자리에는 식생매트가 깔려 있었다. 일부 식생매트에는 고마리라는 식물이 자라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식생매트는 다 떨어져 나가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박 교수는 "최근 내렸던 많은 비로 신어천의 유속이 빨라져 식생매트가 손상됐다. 하천에 인공 시설물을 만들지 말고 버드나무를 심으면 된다. 버드나무 뿌리는 흙을 쥐고 있기 때문에 홍수가 날 위험도 적다"고 설명했다.
 
▲ 콘크리트가 손상되면서 하천 바닥에 묻혀있던 오수관이 드러나 있다.
콘크리트가 손상되면서 하천 바닥에 묻혔던 오수관이 드러나거나, 심지어 물 위로 튀어나온 경우도 발견됐다. 하천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하천 관찰데크의 일부 안전선은 홍수에 뜯겨나가 보기에 흉물스러웠다. 박 교수는 "오수관이 물 위로 튀어나올 경우 오수관 안에 공기가 차 오수가 흐르지 못한다. 비가 많이 와서 유속이 더 빨라지면 오수관이 깨질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천 관찰데크는 아예 설치할 필요조차 없는 시설이다. 공원하천의 대표적인 예"라고 개탄했다.
 
신어천의 유속은 직강화 공사를 한데다 하천 폭이 좁아지는 바람에 빨라졌다고 한다. 시가 하천 폭을 줄여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신어천의 폭은 20m가 되지 않는다. 해반천보다 좁다. 시는 하천폭을 줄여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확장했다. 왜 굳이 하천에서 자전거를 타야 하나. 하천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안동주민센터 앞 어방3교에서 안동공단이 있는 어방교까지 내려갔다. 하천 바닥은 콘크리트가 아닌 모래로 덮여 있었다. 강물을 따라 모래가 쌓여 작은 사구가 형성돼 있기도 했다. 치어 떼도 드문드문 발견됐지만, 하천 가장자리에는 온갖 생활쓰레기가 가득했다.
 
박 교수는 "어방3교 아래 하천 바닥은 모래로 이뤄져 있다. 굽어지면서 흐르는 자연하천의 모형이 되살아났다. 모래의 정화 능력 덕분에 상류보다 하류 수질이 더 좋아졌다. 하천에 큰 돌을 놓아주면 돌 주변의 유속이 느려져 홍수 때 물고기들이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올바른 방향은 이처럼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어천 탐방은 안동공단 인근 어방교 부근에서 마무리됐다. 탐방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저마다 의견을 내놨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원어민 교사 데서린 체티(26·여) 씨는 "신어천을 둘러보면서 정말 슬펐다. 사람과 자연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존재다. 사람의 편의를 위해 하천을 공원화시킨 모습이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생태교육가 송철호(41·한림면 장방리) 씨는 "김해양산환경연합에서 '신어천 살리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고등학생들이 신어천 하류의 쓰레기를 줍고 대학생들이 생태계조사에 나서는 등 시민 참여를 통한 하천 보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동물보호가 김나미(58·부산시 중구) 씨는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하천의 모습을 봤다. 그동안 인간들은 많은 편의를 누렸다. 이제는 하천의 옛 모습을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어천을 산책하던 한 시민은 "생태하천 공사 전에는 두꺼비, 청개구리 등 다양한 생물을 수시로 볼 수 있어 아이들의 생태학습장이었다. 하지만 공사 후에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주민의 편의만을 위해 도시하천을 개발한다면 하천의 자연성을 잃게 된다. 하천의 일부는 공원으로 만들더라도 나머지는 생태하천이 복원될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 자연이 살아나면 물은 깨끗해진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등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하천으로 몰려든다. 미래 하천의 방향성은 시민의 의식 수준이 결정한다. 공원하천과 생태하천의 장·단점을 이해해 아이들에게 어떤 하천을 물려줄 건지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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