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석 관장이 돼지국밥과 홍어삼합, 제육볶음을 한상 차려놓고 맛있게 먹고 있다.
무쇠가마솥에서 냉장사골 24시간 끓여
구수하고 깊은 여운 감도는 육수 일품
땡초 다대기와 부추 어우러져 시원 칼칼
톡 쏘는 맛 강한 홍어 마니아층 형성
제육볶음과 매운 찜갈비 안주로 그만

"조만간 돼지국밥이나 한 그릇 합시다. 아주 맛있고 독특한 집이 있습니다."
 
박창석 숲갤러리 관장(54·김해the큰병원 행정원장)이 지나가듯 한 약속을 지키겠다며 연락을 해왔다. 지난 2일 내동 거북공원 근처 밀양가마솥돼지국밥에서 그를 만났다.

돼지국밥은 부산·경남지역에서는 흔하고 익숙한 음식인 만큼 그 맛 또한 천차만별이다. 육수를 내는 방법에서부터 사용하는 돼지고기 부위와 부추·다대기를 중심으로 한 각종 양념의 비법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독특한 '노하우'를 자랑하기 때문에 호불호 또한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박 관장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맛집이라지만, 그런 이유로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신문에 내도 될까?

제법 널찍하고 깔끔한 식사 공간과 내부를 훤히 드러내 보인 주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자신감의 표현일 테지.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띈 건 지나가는 사람들도 훤히 볼 수 있게 바깥쪽으로 공간을 따로 내 육수를 끓이고 있는 500인분짜리 무쇠가마솥 2개였다.

"아시다시피 무쇠가마솥에서 끓여낸 것과 다른 재료의 솥에서 끓여낸 것은 분명 맛의 차이를 드러냅니다. 사람들의 혀끝만큼 예민한 것도 없으니, 이 집 국밥이 맛있다는 건 아마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박 관장이 초장부터 양념을 한껏 뿌렸다.

▲ 돼지국밥
이제 메뉴판을 살펴볼 차례.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흔히 돼지국밥집 메뉴는 돼지고기만을 넣은 것과 내장을 섞은 것, 순대를 함께 넣은 국밥에 수육 정도가 전부인데 이곳은 가짓수가 훨씬 많았다. 더군다나 제육볶음과 매운 찜갈비는 재료가 돼지고기이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홍어삼합이 떡하니 메뉴판 한 칸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따지기보다는 실물을 먼저 맛보고 싶은 생각에 세 가지를 함께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그 틈새를 박 관장이 다시 공략하고 들어왔다.

"김해FC 축구단 선수들이 여기서 세 끼를 다 먹어요. 매일. 제가 추천했죠. 나중에 김귀화 감독이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하더군요."

박 관장이 밀양가마솥돼지국밥의 단골이 된 건 김해the큰병원을 착공한 지난해 초부터였다. 지인의 소개로 들렀다가 맛에 매료돼 문턱이 닳도록 오가며 새로운 메뉴를 추천하기도 했다.

"하동이 고향인데, 어릴 적에 돼지수육을 먹고 얹혀 사경을 헤맨 적이 있어요. 보건소에 가서 주사를 맞기도 했는데, 쉬이 낫지를 않아 '애먼 돼지고기 때문에 애 하나 잡겠구나' 하고 어른들이 걱정했었죠. 그 후론 육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는데,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다시 육고기를 먹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훨씬 좋아하죠. 서민음식이기도 하고 담백함이 훨씬 낫거든요."

▲ 이선민 밀양가마솥돼지국밥 대표가 500인분짜리 무쇠가마솥에서 육수를 끓이고 있다.
박 관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이 밀양가마솥돼지국밥 이선민(48) 대표가 주문한 음식을 내왔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서민음식, 편안한 음식을 찾다가 돼지국밥집을 차리게 됐어요. 준비기간만 1년 정도 됐는데, 유명하다는 각종 돼지국밥집은 모두 섭렵했어요. 하루 세 끼를 돼지국밥만 먹은 적도 많죠."

그렇게 공을 들였으면 돼지국밥에만 천착해야 하는 것이 흔한 이치일 텐데 제육쌈밥과 매운 찜갈비, 특히나 홍어삼합을 주요 메뉴로 선보인 이유를 물었다.

"어느 날 박 관장께서 메뉴 구성이 너무 단조롭다며 추천을 해주시더군요. 해보자 싶었죠. 재료의 질적인 면에 신경을 썼더니 단골들도 좋아하시더라고요. 마니아들이 많아졌어요. 나름 평가하자면 성공한 셈이죠. 물론 대표상품인 돼지국밥에 쏟는 열정은 단연 으뜸이고요. 일단 드셔보시고 얘길 더 나누시는 게…."

돼지국밥과 홍어삼합, 제육볶음이 상에 차려졌다. 돼지국밥부터 맛을 봤다. 냉장 사골만으로 24시간 끓인 육수에 돼지 앞다리와 항정살 경계 부위를 함께 끊어낸 항전지 A+ 생육을 따로 삶아 담아낸 것이었다. 구수함이 깊었고 여운이 길었는데, 잡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밥 속의 돼지고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큼 부드럽고 쫄깃했다. 강원도산 새우젓과 맑은 멸치 젓국을 기본으로 한 부추절임, 구포국수, 땡초를 갈아 6가지 양념을 더한 다대기가 어우러진 돼지국밥은 한 숟가락 떠먹자마자 자연스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만들었다.

▲ 홍어삼합
홍어삼합은 전라도에서 공수해온 칠레산 홍어와 삼겹살을 도톰하게 삶아 먹기 좋게 담아냈는데, 삭힘이 좋아 톡 쏘는 홍어 암모니아 향이 마니아들을 끌어 모을 만했다. 제육볶음은 달거나 짜지 않았는데, 매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밥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을 듯했다.

"음식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썼죠. 미술작품들이 걸려 있는 돼지국밥집을 보신 적 있으세요?" 박 관장이 말끝을 흐릴 새도 없이 이 대표가 자랑을 이어갔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국밥이 맛있어서 그런지 20대 젊은 층과 중고등학생 손님들도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어떤 학생은 먼저 먹어보고 부모님을 모시고 온 적도 있어요."

계절은 어느덧 깊은 가을로 치닫고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요즘, 뜨끈하고 칼칼한 돼지국밥 한 그릇과 톡 쏘는 홍어삼합 상차림으로 온 가족 저녁 밥상을 대신해보는 것은 어떨까.


▶밀양가마솥돼지국밥 /김해시 내동 1120-2 거북빌딩 1층. 돼지·순대·내장국밥 6천 원. 수육 2만~3만 원. 제육쌈밥 6천 원. 홍어삼합 3만~5만 원. 24시간 영업. 055)322-4359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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