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로맨스가 영원이 된 도시
(이수원 지음/우리나비/275p/1만 6천 원)

단 하루의 로맨스가 영원한 사랑으로 기억되는 도시는 어디일까. 월리엄 와일러 감독의 '로마의 휴일'(1953년)은 1950년대 이탈리아 로마를 더없이 아름다운 화면으로 보여준 영화이다.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은 그 짧은 만남 동안 멋진 장소들만 찾아다녔다. 스크린에 비친 그들의 모습과 로마의 풍경은 전 세계 연인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미학적 평가에 집중하는 '평론가의 영화서'가 아니라, 보다 현장감 있고 역동적인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영화서'가 발간됐다. 영화에 관한 책인가 하면, 품격 있는 여행 이야기 같기도 하고, 한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재미있게 설명하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다년간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끌어가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온 이수원 씨. 그의 첫 저서인 이 책은 월드영화 프로그래머로서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각종 국제영화제에 참석하여 영화계 거장들을 만난 경험을 녹여내고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와 그리스 크레타, '태양은 가득히'와 이탈리아 이스키아, '카르멘의 사랑'과 스페인 세비야 등 영화와 그 배경을 함께 이야기 한다. 고전영화 감상의 길잡이가 되어주면서 영화의 배경과 맥락을 같이 하는 역사 문화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흑백 테레비를 추억하다
(정범준 지음/알렙/232p/1만 4천 원)

'흑백 테레비'. 텔레비전이 아니라 테레비라 불러야 할 것 같다. 4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이 흑백 테레비 앞에서 울고 웃었다. 테레비가 쏙 들어가는 상자에는 열쇠까지 달려 있었다. 테레비가 없는 집의 아이들은 만화영화 하나 보려고 테레비가 있는 친구들에게 잘 보여야 했다. 온 동네 사람들이 안방에서 마루까지 빼곡히 앉아 프로레슬러 김일의 박치기 장면에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흑백 테레비의 등장은 오늘날의 스마트폰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온, 문명의 은총이었다. 한국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국 KORCAD는 1956년 5월 12일 첫 전파를 쏘아 올렸다. 당시의 텔레비전이 얼마나 큰 문화적 충격이었는지를 말해주는 일화가 있다. 작가 이병주(1921~1992)는 어느 칼럼에서 'TV도 못 보고 죽은 친구를 한탄'하는 글을 썼다고 한다. 1956년 5월 13일자 한국일보는 텔레비전을 '라디오와 활동사진을 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방송사에서 흑백 테레비 시대는 1980년 11월 30일로 종막을 고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컬러 텔레비전의 시대가 열렸다. 흑백 테레비 시절 한국 방송의 변화 과정과 KORCAD, DBC, TBC 등 사라진 방송사들에 관한 기록과 추억을 한데 엮은 책이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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