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다문화가족 시낭송 대회 열려
베트남 출신 리타화심 씨 최우수상

"외국인들이 낭송하는 한국인의 애송시, 감동적이었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2시 김해문화의전당 애두름마당에서 제1회 다문화가족 시낭송대회가 열렸다. 김해예술제 기간에 김해문인협회가 개최한 행사이다. 14명의 결혼이주민 여성들이 참여했고, 가족과 시민 등 200여 명이 시낭송을 들었다.

▲ 리타화심 씨 부부
이날 대회에서는 리타화심(베트남) 씨가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낭송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가와라자끼 노리꼬(일본) 씨는 문정희의 '남편'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를 낭송한 탕리꿩(베트남) 씨, 김용택의 '사랑'을 낭송한 라하증(인도네시아) 씨, 필리핀 엄마 대신 출연한 이지현(구지초·5) 양이 나란히 장려상을 받았다.

출연자들이 한 명씩 나와 시를 낭송할 때마다 애두름마당 객석 주변에 둘러앉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낮은 탄성이 끊이질 않고 나왔다. 라하증 씨가 김용택의 '사랑'을 낭송할 때는 "마치 한국인이 낭송하는 것 같다"며 관객들이 감탄했다. 14명 중 4명이 김춘수의 '꽃'을 낭송했는데, 그때마다 억양이 달라 듣는 재미도 있었다. 시민 성영애(삼계동) 씨는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시를 외국인 여성들이 낭송하니 또 다르게 와 닿았다.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행사였다"고 말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리타화심 씨는 "한국 사람들도 시낭송 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긴장도 됐다. 처음 시낭송을 연습할 때는 어려웠지만, 시가 마음에 와 닿았다. 시를 이해하고 나니 시인이 마음으로 하는 이야기를 나도 마음으로 읽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무대에서는 별로 긴장이 안 되었다. 1등을 할 줄은 몰랐는데, 너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딸을 안고 아내의 시낭송을 들은 남편 이재민(39·삼계동) 씨는 "깜짝 놀랐다. 연습 할 때는 조금 떨더니, 막상 1번으로 출전해서는 너무 낭송을 잘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러면서 "이런 좋은 행사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김해로 이주 온 외국인들의 가족들도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자녀와 함께, 시부모와 함께 시를 읽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내년에는 더 많은 참가자가 나오고, 김해의 다문화가족들도 모두 관객으로 참여해 응원하는 행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심사를 맡은 김해문협 이병관 고문은 "외국인들이 우리의 애송시를 낭송하는 걸 듣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고 털어놓았다. 이 고문은 "시낭송을 능숙하게 잘 하든 못 하든 그 분들이 한국 문학의 품에 한 발 들어온 것이 고맙고 감사하다. 문학은 우리에게도 이미 한갓진 분야가 돼버린 것이 아닌 가 했는데, 외국인들이 한국시를 읽으며 우리와 똑같이 위안을 얻고 있었다. 문학은 사람을 배려하고 감싸 안는 것이라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그들이 시를 읽으며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았던 아동문학가 변정원 씨는 대회에 출전할 외국인여성들을 모으고, 시낭송에 관한 조언도 해주었다고 한다. 그는 "대회에 출전한 분들이 시를 그냥 외워서 낭송한 것이 아니라 시어 하나 하나를 공부하고, 시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걸 보았다. 그 과정이 감동적이어서 옆에서 열심히 도왔다"고 밝혔다. 장정희 시인은 "애두름마당 주변 환경도 좋았고, 외국인들의 목소리로 듣는 우리 시도 좋았다. 시인으로서 뜻 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김해문협 양민주 회장은 "김춘수 선생의 '꽃'을 4명이 낭송하는 걸 들으면서 저 분들이 한국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 모두가 꽃처럼 소중한 사람이라는 마음을 시로 말했던 것이다. 이 대회가 시를 매개로 마음을 나누는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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