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윤권 ㈔시민참여정책연구소 소장
최근 대학생들이 국내 제과업체들을 상대로 과대포장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실시한 '질소과자 뗏목' 퍼포먼스가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질소과자'는 국내 제과업체들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과자에 내용물인 과자보다 포장을 위한 질소가 더 많이 들어있다는 의미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풍자적 신조어이다. 이번 퍼포먼스는 그 동안 제과업체의 과자 가격 인상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비싼 과자를 사 먹어야 했던 소비자들의 의미 있는 반란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컨슈머리서치가 집계한 국내 제과류 과대포장 조사에 따르면, 국내 4개 제과업체 과자 20종에 대해 포장비율을 측정한 결과 85%에 해당하는 17개 제품에서 내용물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참을만큼 참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 두 명이 국내 질소과자 봉지 160여 개를 테이프로 붙여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너겠다고 얘기했을 때만 해도 '설마 사람을 실고 강을 건너기는 힘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도하는 아주 성공적이어서 대학생들은 30분 만에 900여m 떨어진 강 건너편에 도착하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이 이벤트는 국내 언론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당히 관심을 보이며 비중 있게 다루었다. 질소과자라는 의미에 대한 관심과 과자를 이용해서 강을 건넌다는 대학생들의 시도 자체에 큰 호기심을 보였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말하자면 우리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아주 신기한 사건을 해외토픽이라는 형태로 접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
 
그렇다면 두 대학생의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번 퍼포먼스가 왜 이렇게 언론의 호응을 얻고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일까. 이는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질소과자라는 단어는 풍자적인 의미이지만 그 속에는 그동안 쌓였던 소비자의 분노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때만 되면 가격을 올리고,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규제를 받으면 포장지를 크게 해서 과자 양을 줄이는 제과업체들의 횡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인 것이다.
 
이런 가격 인상이 가능했던 것은 제과업체들의 독과점적 점유율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인 경제구조하에서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 생산업체들이 경쟁을 하게 돼 가격을 올리기가 힘들어지지만, 독과점이 형성되면 상황은 달라져서 갑과 을이 바뀌는 현상이 나타난다. 말하자면 소비자가 선택을 하는 갑의 위치에 있다가 소수의 생산자가 갑의 위치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생산업체끼리의 가격 담합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격 담합으로 생산자들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비율로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는 선택의 대상이 없어져 울며 겨자먹기로 소비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불행히도 한국 경제구조에는 이러한 소수 독점이나 담합의 모습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질소과자 퍼포먼스로 소비자들의 분노가 표출되기는 했지만, 자동차, 휴대폰, 생활용품, 유통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재벌이라고 불리는 거대기업들은 독과점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내 특정그룹이 70% 안팎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자동차의 경우는 오히려 수출한 국산차를 다시 직수입하는 것이 더 싸다는 인식이 있을 정도이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참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을 호구로 알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의 점유율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 재벌의 국내 점유율은 2년 전보다 5% 이상 폭락했다. 이번 질소과자 뗏목 퍼포먼스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였던 국내 제과업체들은 5년 사이 시장 점유율의 20% 이상을 수입과자에 내주고 말았다.
 
국내기업들은 그동안 국산을 사용하는 게 애국이라는 국민 의식 덕분에 급성장을 했다. 이제는 현명한 소비자를 두려워하는 건전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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