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에 정착한 황새 '봉순이'
화포천습지생태공원 지난 11~12일 들러
'일본의 황새 복원과 미래' 주제 강연
한·일 생태교류 등 민간외교 강화 기대

지난 3월 일본 효고 현 도요오카 시에서 화포천습지생태공원으로 날아온 황새 '봉순이'가 김해와 도요오카 간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11~12일 도요오카 시의 마노 츠요시 부시장이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을 방문했다. 11일 화포천습지공원과 봉하마을 등을 방문한 츠요시 부시장은 12일에는 화포천습지생태학습관(관장 곽승국)에서 '일본의 황새 복원과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마노 부시장은 "효고 현 북쪽 해안에 위치한 도요오카 한가운데로 미루야마가와 강이 흐르고 있다. 습지가 넓게 형성돼 있다. 강 때문에 홍수 등 극심한 자연 재해에 시달렸지만, 주민들은 이를 이용해 자연과 어우러지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요오카는 예로부터 황새가 많이 서식하는 '황새의 고장'으로 일본에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태평양전쟁 이후 남획과 환경오염 등으로 황새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일본은 1956년 황새를 특별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1965년부터 인공적으로 사육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71년 일본의 야생 황새는 결국 멸종했다.

마노 부시장은 "도요오카 시에서는 황새를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자는 취지로 민관 협력을 통해 1995년부터 황새보호 운동을 시작했다. 이는 일본 최초의 멸종동물 자연복원 사례였다. 1999년 황새 연구기관인 '황새마을공원'을 개원하는 등 반세기 이상에 걸쳐 황새 보호, 증식, 야생 복귀 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설명했다.

도요오카의 황새보호 운동에는 일본문화청, 농림수산성, 국토교통성, 환경성, 효고현 황새마을공원, 도요오카 시 등 총 6개 행정기관이 동참했다. 도요오카 주민들도 '황새의 고장'으로서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마노 부시장은 "습지를 좋아하는 황새의 습성에 맞춰 휴경지에 물을 넣어 황새의 먹이인 양서류와 파충류가 서식할 수 있도록 했다. 논과 수로를 연결하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해 다양한 생물이 논과 습지에 서식할 수 있도록 했다. 황새의 건강을 위해 농민들은 무농약이나 저농약으로 농사를 지었다"고 말했다.

2005년 9월 24일은 도요오카의 기념비적인 날이다. 사람의 손으로 키운 황새를 야생으로 방사한 날이기 때문이다. 마노 부시장은 "34년 간 야생에서 멸종된 황새를 자연의 품에 돌려보낸 일은 일본의 모든 언론에 주요 뉴스로 보도됐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황새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현재 야생 황새 83마리가 도요오카 등 효고 현 각지에 서식하고 있다. 83마리 중 일본을 떠난 황새 1마리가 바로 봉순이"라고 설명했다. 마노 부시장의 강연을 듣고 있던 40여 명의 화포천습지공원 관계자들과 화포천 인근 주민들은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황새를 자연으로 돌려보낸 후 도요오카에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생태환경관광지가 된 것이다. 경제도 덩달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강연을 듣고 있던 도요오카 시 관계자는 "이 일을 두고 도요오카 시민들은 '황새의 기적'이라고 한다"고 귀띔했다.

▲ 일본 도요오카 시마노 츠요시 부시장
마노 부시장은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들이 황새를 관찰하기 위해 도요오카를 방문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생태관광지로 이름이 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요오카에서 저농약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쌀은 '황새 쌀'이라는 이름이 붙어 일본 전역에 판매되고 있다. 일반 쌀에 비해 5배 정도 비싸지만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황새 쌀로 빚은 '황새 술'과 '황새 쌀 과자' 등의 상품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마노 부시장은 봉순이가 한국에 둥지를 튼 것을 계기로 김해와 도요오카 사이, 나아가 한일 사이에 생태교류 등의 민간 외교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노 부시장은 "도요오카는 황새를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벌여온 민관의 노력을 '도요오카의 모델'로 정리해 두었다. 봉순이 덕분에 도요오카의 모델을 김해시에 전달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향후 김해시가 도요오카처럼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고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