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때 다양한 기법으로 전국에서 생산
김해도호부 토산공물 기록될 만큼 왕성
도예인들 모여들며 1996년 제1회 축제

▲ 김해분청도자기축제는 '분청사기의 고장' 김해를 널리 알리는 지역 대표 축제다. 사진은 지난해 축제 때 도자기 전시판매장을 방문한 가족들이 도자기를 고르느라 즐거운 고민에 빠진 모습. 박나래 skfoqkr@
'분청사기(粉靑沙器)'는 조선 초기의 도자기이다. 고려 말의 청자에서 변모하면서 발전했다. 14세기 중엽에서 16세기 중엽 사이까지 약 200년 간 만들어진 도자기이다. 15세기 전반인 세종의 제위 시기에는 다양한 기법의 분청사기가 발전해 전국에서 생산됐다.
 
분청사기는 회색 또는 회흑색의 태토로 만든 기물을 정선된 백토로 덮어 분장한 뒤에 유약을 씌워 가마에서 구워낸다. 태토는 도자기의 몸체를 구성하는 점토이고, 백토는 백색점토를 말한다. 분청사기의 특징은 백토분장기법과 그 무늬에 있다. 정선된 백토를 그릇 표면에 바름으로써 원래의 회색 태토는 드러나지 않는다. 백토를 바른 후 조각을 하거나 긁어내어 무늬를 나타낸다.
 
조선시대 사기장들이 만든 이 도자기의 특징을 근거로 1940년경 미술사학자 고유섭은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라고 이름을 붙였다. 분청사기는 분장회청사기의 줄임말이다.
 
분청사기는 기법에 따라 크게 일곱 가지로 나뉜다. 무늬를 음각으로 새긴 뒤 그 안에 백토 혹은 자토를 넣어 장식하는 상감기법, 도장을 이용하여 장식하는 인화기법, 문양을 새긴 후 바탕의 흰 흙을 긁어낸 박지기법, 날카로운 도구로 새긴 조화기법, 철사안료를 사용한 철화기법, 백토 물에 덤벙 담궈서 백토분장하는 덤벙기법, 작은 빗자루나 거친 붓으로 힘 있고 빠른 속도로 바르는 귀얄기법 등이다.
 
김해지역의 도자문화는 토기·가야토기로 이어지며, 조선시대의 분청사기에 와서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었다. 조선 전기에 편찬된 문헌들에는 김해 지역의 도자문화 자료들이 남아 있다. <경상도지리지>는 '김해도호부 토산공물은 자기'라고 기록하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는 김해지역에서 도자기를 제작하던 자기소, 도기소를 기록해 당시의 활발했던 김해지역 요업활동을 전하고 있다.
 
상동면 대감리 분청사기 가마에서는 '김해', '장흥고', '명' 등의 지명과 요 이름 등이 새겨진 분청사기가 출토됐다. 이곳에서 나라에 납품하는 공납용 자기가 생산되었음을 말해주는 유물들이다. 그 외에 김해읍성, 김해 구산동 등에서도 분청사기가 출토됐다. 이 출토물들은 김해가 분청의 고장임을 말해주는 역사적 흔적들이다.
 
급속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김해에는 도예의 전통이 이어져 왔다. 1960년대 후반만 해도 김해에서는 옹기공방이 몇 군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1974년께 일본인 스미즈가 전국을 답사한 후 풍토가 적합한 장유 지역을 선택해 '가락요'를 운영했다. 분청사기를 제작했던 가락요는 김해지역에서 현대적인 공방의 출현을 알린 시초라고 볼 수 있다. 그 뒤 재일교포 김춘식이 1975년 무렵 진례면에 '김해요'를 설립했다. 여기서는 다완, 물잔, 생활도자기 등을 분청사기 위주로 제작했다. 가락요와 김해요를 시작으로 현대 김해도예의 역사가 서서히 뿌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전국 각지에서 도예인들이 하나 둘씩 김해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진례면을 중심으로 도예공방을 열었다. 도예공방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 덕분에 진례면은 '도예촌'이라고도 불렸다. 현재 김해지역의 도예공방은 진례면 지역을 중심으로 장유동, 생림면, 한림면 등지에 분포돼 있다. 진례면에만 50여 개이며, 김해전역으로 보면 150여 개의 도예공방이 있다.
 
김해에서 활동하는 도예작가들은 '우리가 만든 작품을 한 자리에서 선보이자'는 의견을 모으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1996년 제1회 김해도자기축제를 개최됐다. 제8회 때부터는 김해분청도자기축제로 축제 명칭이 바뀌었다. 분청사기를 축제의 주인공으로 삼은 도자기축제가 된 것이다.
 
김해분청도자기축제는 진례면 송정리 김해분청도자관 일원에서 매년 10월말께 열린다. 2009~201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로 인정 받았다. 축제에는 매년 80여 개의 도예업체가 참가한다. 행사는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도자 체험과 먹을거리, 일반 공예품 판매, 다채로운 도자 전시 등으로 구성된다. 해마다 평균 40여만 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가고 있다. 2천 년 전 가야토기를 만들었던 땅에서 개최되는 김해분청도자기축제는 김해 도예인들의 현주소로서 현대 김해 도예의 흐름을 볼 수 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