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부터 도자기와 친숙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진례의 '어린이 도예가'들이 지난 16일 조은그릇에서 도예체험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박나래 skfoqkr@
작업 하는 부모 곁에서 도예 환경 친숙
각종 어린이대회에서 남다른 실력 뽐내
미래의 김해 대표 도예인 꿈도 무럭

"보이는 곳마다 도예공방이에요. 진례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도예체험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하고, 도자기와 친숙한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지요."
 
지난 11일 오전 10시 30분 김해분청도자관에서 제5회 전국어린이 분청도판사생·도자조형실기 대회가 열렸다. 제19회 김해분청도자기축제의 시작을 어린이들이 먼저 알리는 행사였다. 이 대회 수상자 명단에는 진례면에서 사는 어린이들의 이름이 많이 보였다. 진례면에는 도예공방이 많고, 도예인들의 자녀들도 많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었다.
 
16일 오후 6시 분청도자관 인근에 있는 고도산방의 판매장인 '조은그릇'에 진례의 어린이 몇 명이 모여 그릇을 빚는 체험활동을 했다. 도자기와 친숙한 환경에서 자라는 진례의 어린이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에 김해도예협회가 마련해준 자리였다. 고도산방의 부부 도예인인 이경철(41), 오미애(35) 씨가 어린이들의 체험을 도왔다.
 
참가 어린이들은 도판사생대회, 조형실기대회에 여러 차례 출전해 입상한 경력을 가진 어린이들이었다. '지난해에 받은 상, 올해에 받은 상'을 이야기하는 어린 도예인들의 수상 경력을 지면에 다 소개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도예인들의 자녀는 작업을 하는 부모 옆에 앉아서 점토를 만지면서 놀아요.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친구 부모가 도예인이거나, 부모의 친구가 도예인이거나 하지요. 친구와 함께 진흙으로 뭔가를 만들면서 노는 게 일상이지요. 점토 덩어리가 앞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분청도판사생·도자조형실기 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는 겁니다. 1회 때부터 한 번도 안 빠지고 대회에 참가하는 어린이들도 많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에 참가한 서숙정(43·진례면 송정리), 김남희(46·초전리), 이지은(44·청천리) 씨가 입을 모아 말했다.
 
이경철 씨가 그릇 만드는 순서를 보여주며 잠시 지도를 했다. 아이들은 이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점토를 조물조물 주무르기 시작했다. 머뭇거리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김태현(진례초 3) 군은 "진흙으로 뭔가를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김보민(진례초 4) 양은 "도자기축제가 열리면 항상 가서 본다. 예쁜 도자기를 보면 나도 저렇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활짝 웃었다. 김민경(진례초 4) 양은 "만들어 보니까 잘 되더라"고 말했다. 김고원(진례초 4) 양은 "엄마의 친구가 도자기를 만든다. 도자기를 만드는 걸 보는 것도, 직접 만드는 것도 재미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려은(진례초 4) 양은 일기에 '진례에서 열리는 분청도자기축제가 자랑스럽다, 진례에 살고 있어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김 양 옆에 앉아 있던 동생 김륜우(7) 군은 점토를 긴 띠로 만들어 올려붙여 그릇을 만들었다. 김 군은 "손바닥으로 밀어서 길게 만드는 것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윤나경(진례초 5) 양은 동생 여경이와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윤 양은 "직접 모양을 만드는 체험이 재미있다. 지금까지 안 만들어본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걸 손으로 만들면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경철 씨의 두 딸 이다현(진례초 1), 다희(5) 양도 체험에 참가했다.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대로 둡니다. 어떻게 하는지 물어볼 때만 가르쳐주지요. 아무래도 도자기와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이 많으니 다른 아이들보다는 더 익숙한가봐요." 엄마 오미애 씨가 말했다.
 
아이들이 그릇을 만드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어머니들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아이들이 도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자연스러워요. 어머니들도 마찬가지죠. 어머니도예교실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잘 운영되고, 어머니들 모두 아이들이 도예체험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훗날 도예인이 될지 안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질 테지요. 어릴 적 흙을 마음껏 만지면서 자란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흙이 가진 생명의 기운이 스며있을 겁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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