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차시간 놓치면 다음 배차까지 막막
버스간·지하철 환승 안돼 "비용 두배"
연결 노선 없는 구간 많아 "도시 맞아?"
장유, 진영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창원, 부산 등지로 오가는 시민들의 불만은 터져나갈 지경이다. <김해뉴스>는 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이로 인한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를 직접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알아봤다. 버스정류장은 물론 버스 안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의 입을 통해 들어본 생생한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 노인 불편 해소해주기를
"아이고~ 놓쳐버렸네! 이를 우짤꼬…."
외동 무접삼거리 정류장 앞에서 진례행 44번 버스의 뒤꽁무니를 쫓아가던 이분옥(61) 씨가 버스를 놓치고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진례면 송정리에 살고 있는 그는 외동의 한 병원에서 허리 치료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44번 버스의 배차 간격은 30~40분이다. 그는 매달 물리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오갈 때마다 배차 간격 때문에 버스를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한다. 병원을 갈 때는 버스시간표를 보고 미리 시간에 맞춰 나오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는 병원 치료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탓에 무작정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이 씨는 "곧 진례에서 김해분청도자기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진례로 가는 버스가 이렇게 적어서야 어디 사람들이 많이 찾겠느냐"며 "면 지역에는 나이 든 사람들이 많다. 큰 병원은 전부 김해 원도심에 몰려 있어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시가 면 지역으로 오가는 버스의 배차시간을 좁혀 노인들의 불편을 하루빨리 해소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버스 한 대 놓치면 시간·돈 낭비
장유 대청동에서 부산 대연동 경성대학교까지 통학을 하는 최혜린(21·대청동) 씨. 불편한 시내버스 때문에 매일 아침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는 먼저 60~70분마다 한 대씩 오는 207번 시내버스를 타고 덕천동까지 간다. 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만 1시간 20분가량 걸린다. 1시간에 한 대씩 오는 버스를 놓치면 막막해진다.
이럴 때면 대청동에서 21번 버스를 타고 무계동 장유농협 앞 장유시외버스정류장까지 간 뒤 부산행 시외버스를 탄다. 하지만 시외버스 요금은 1천900원으로 시내버스 요금보다 비싸다. 시내버스와 부산지하철 간의 환승이 안 되기 때문에 요금을 많이 물어야 한다. 21번 1천200원, 시외버스 1천900원, 부산 지하철 1천400 원 등으로 학교까지 가는 데만 총 4천500원이 든다. 최 씨는 "207번 시내버스를 놓치면 교통비가 배 정도 든다. 207번이 자주 오거나 부산으로 가는 시내버스 노선이 하나 더 생겨 장유에서 부산까지 가는 데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자가용 없이는 갈 수 없는 화포천
지난해 부산에서 장유로 이사를 한 조혜영(37·대청동) 씨는 얼마 전 초등학생인 두 자녀와 함께 한림면에 위치한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을 찾았다. 화포천을 찾아가는 길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남편이 운전하는 차로 갈 때는 30~40분 만에 화포천공원에 도착했기 때문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시내버스로 가려니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김해 지리도 잘 모르는 조 씨는 스마트폰에 있는 '길 찾기 앱'을 뒤져가며 우여곡절 끝에 화포천엘 다녀왔다고 하소연했다.
조 씨는 배차 간격이 1시간이 넘는 207번 버스 배차시간표에 맞춰 버스정류장에 나가 5분 만에 버스를 탔다. 하지만 김해 원도심에 있는 봉황역에서 한림면으로 향하는 58-1번 버스를 갈아 탈 때는 버스를 오래 기다려야 했다. 58-1번 버스의 배차 간격이 1시간 30분이나 됐던 것이다.
택시를 타려고 했지만, 화포천까지 2만 원이 넘게 나온다는 택시 운전사의 말을 듣고는 결국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를 오래 기다리게 되자, 자녀들이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갈까 망설이다가 1시간 만에 버스를 탔다. 화포천공원과 가장 가깝다는 정류장에 내렸다. 거기서 공원까지는 30분가량 더 걸어야 했다. 결국 조 씨는 집에서 나선 지 2시간 30분 만에 화포천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 씨는 "장유에서 화포천습지생태공원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없어 김해 원도심을 거쳐야만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화포천습지생태공원에 도착한 뒤에는 이미 지쳐 2시간도 못 있다가 결국 콜택시를 불러 집으로 돌아왔다. 김해에 이처럼 좋은 관광지가 있어도 차가 없이는 가기 힘들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 봉하마을, 버스 타고 어떻게?
외동에 사는 김지수(25) 씨는 최근 친구들과 함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진영읍 봉하마을에 갔다가 속이 상해 돌아왔다.
봉하마을을 방문하던 날, 김 씨는 친구들과 함께 진영행 버스를 타기 위해 외동시외버스터미널에 있는 시내버스정류장을 찾았다. 여기서 그는 난감해졌다. 진영읍으로 향하는 300번 버스가 1시간 30분 뒤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버스정보시스템이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 일행은 근처 카페에 가서 1시간 10분가량 기다렸다가 300번 버스를 탔다. 이어 1시간 정도 걸려 진영읍 금봉마을 입구 정류장에서 내렸다. 계획대로라면 이 정류장에서 10번 버스를 타고 봉하마을 입구까지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버스 배차간격이 1시간 30분이나 됐다. 결국 김 씨 일행은 택시를 잡아타고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부산에 사는 김 씨의 친구들은 "이름난 명소인 봉하마을을 버스로 찾아가기가 이렇게 힘이 들다니 김해는 역시 시골"이라고 놀려댔다. 김 씨는 "봉하마을은 김해에서도 유명한 곳이어서 시내버스 노선이 잘 돼 있을 줄 알았다. 실망스러웠다. 다시는 버스를 타고 봉하마을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명규·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