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의기투합한 8명으로 시작
매월 월급 갹출해 봉사활동 전개

지난 15년간 27가구 30명에 온정
연말에는 김치 나눔 행사도 실시
 

정신지체장애 1급인 20대 중반의 A 씨와 올해 대학에 진학한 B 씨 자매에겐 잊지 못할 사람들이 있다. 하반신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어머니와 거동이 불편해 노동력을 상실한 아버지, 중증장애로 누워서 생활하는 언니, 그리고 초등학생이었던 이들 자매의 가정에 어느날부터 든든한 후원의 손길이 닿기 시작했다. 이는 10년 가까이 지속됐다. 버스회사인 가야IBS㈜의 한울타리회 회원들이 바로 '천사의 손길'이었다.
 
1999년 10월 봉사활동에 뜻을 같이했던 회원 8명으로 시작된 한울타리회는 현재 회원이 71명에 이르는 큰 봉사단체로 발전했다. 모두 같은 회사에 다니는 버스기사들이다. 회원이 가장 많았을 때는 110명이나 되기도 했다. 삼부여객 시절 봉사회를 창립한 이후 가야IBS로 회사 이름이 바뀌면서 계열사였던 김해버스 기사들도 동참해 회원 수가 늘어났다. 지금은 따로 분리해서 활동하고 있지만,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들의 기억만큼은 여전히 남아 있다.
 

▲ 가야IBS㈜ 한울타리회는 15년째 결손가정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2010년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 장면.
"처음엔 근무를 마치고 폐지를 주워 적립한 돈으로 뜻 깊은 곳에 쓰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그런데, 회원들마다 근무시간이 제각각이다보니 힘들더군요. 그래서 매월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떼어내 결손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창립 때부터 총무 역할을 맡아왔고 올해로 3년째 봉사회를 이끌고 있는 손규백(53) 회장은 지난 15년간 도움의 손길을 보냈던 아이들의 얼굴이 모두 또렷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처음엔 장유에 있는 초등학생 자매와 인연을 맺었어요. 창립 회원 중에 아이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추천해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첫 인연은 매달 한 차례 아이들을 찾아가 먹을거리와 생활용품을 지원하고 난방을 살피는 것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엄마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1년 반 뒤 부친이 병으로 사망하면서 따로 살던 어머니가 아이들을 찾아갔다. 그렇게 해서 인연은 끝이 났다.
 
이후에도 한울타리회의 봉사활동은 다른 결손가정 아동들에 대한 후원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지금까지 모두 27가구 30여 명에게 온정의 손길을 보냈다. 지금은 3가구 4명을 후원하고 있다.
 
"처음엔 노인이나 어린이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려고 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런 곳에는 이미 다른 봉사단체, 기업 들의 온정이 연결돼 있더군요. 그래서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으로 방향을 바꿨어요. 결손가정 어린이들을 직접 발굴하고 선정해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5년간 이어진 보살핌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보람과 결실은 크다. 결손가정의 아이들이다 보니 부족한 게 많았다. 식료품과 생활용품에서부터 도배, 집 수리까지 필요하다 싶으면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았다. 중·고교 입학 땐 하복과 동복도 맞춰 입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의 낮은 곳에 있던 아이들은 밝게 자랐다. 올해 대학에 진학한 B 씨는 간호학과에서 백의의 천사를 꿈꾸고 있다.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언니에게 도움이 되고 싶기 때문에 선택한 길이었다.
 
"얼마나 대견하던지…. 우리의 작은 힘이 한 아이의 인생과 가족의 미래에 큰 희망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에 회원들도 함께 기뻐했습니다. 꼭 훌륭한 간호사가 될 겁니다. 저희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한울타리회 활동은 매년 연말 사랑의 김치 나눔을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2009년부터 시작해 지난해를 제외하고 모두 4번 진행했다. 올해에는 내달에 다섯 번째 김치 나눔 봉사를 할 계획이다. 예산만 해도 적지 않다. 5㎏짜리 김치 상자 500개 이상을 만들기 때문에 한 번 행사를 할 때마다 600만~700만 원의 돈이 든다. 매월 1만 원씩 회비를 모아 결손가정 아이들을 돕고 김장 나눔행사도 치르다보니 빠듯한 예산이 늘 마음에 쓰인다. 그때마다 회사 대표와 경영진의 도움은 큰 힘이 됐다.
 
한울타리회는 내년 5월 한센인의 날에 맞춰 사랑의 김치 나눔 봉사를 계획 중이다. 김해지역 한센인 거주지역 5곳 주민들이 대상이다. 해반천 정화활동 계획도 있다. 손 회장이 3년 전 회원들과 회사측에 제안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손 회장은 "지금 하고 있는 봉사활동을 비롯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내부적인 여건이 마련되는 대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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