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요즘 대세는 '비스트'거든요?" 15년차 주부 A씨는 요즘 들어 부쩍 자신을 거부하는 딸아이 때문에 고민이 많다. 가족보단 친구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 비밀도 늘어났다. 심지어 A씨 부부가 거실에 있을 땐, 딸아이는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도 않는다. 점점 대화가 사라지는 집안 분위기가 걱정된 A씨는 딸과 대화를 하기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 2PM에 관한 이야기를 건네 봤다. 멤버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얼마나 뒤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도대체 '비스트'는 또 누군 건지, 딸아이에게선 뾰족한 대답만 돌아왔다. A씨는 딸아이가 자신에게 보낸 싸늘한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녀들의 반론도 만만찮다. 요즘 아이들은 웬만한 어른보다 더 바쁘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학원을 몇 개씩 다녀야 하는 것은 물론 입시 걱정부터 취업 걱정까지 줄줄이 스트레스다. 그런데도 부모는 공부하란 잔소리에 관심도 없는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자고 귀찮게 굴기까지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용만 조금씩 다를 뿐 A씨 가족과 같이 가족문제로 고민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찾지 못한 상태. 우리가족, 도대체 문제가 뭘까? 김해시 건강가정지원센터 황인숙 사무국장은 가족에게도 '관계맺기'의 법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원만한 관계맺기를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하다는 뜻. "가족도 엄밀히 말하면 사람과의 관계예요. 서로 다른 성품을 가진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죠. 가족교육은 가족이 해체된 후에 시작하면 늦습니다."
 
하지만 막상 가족 교육을 받아보려고 마음먹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막막하기만 하다. 병원을 찾자니 남들 다 겪는 가족 간 다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고, 사람들의 시선도 부담스럽다. 물론 비용도 걱정된다.
 
자, 김해지역 가족에겐 반가운 소식이 있다. 김해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지난 2002년부터 건강한 가족관계를 위해 교육·상담·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내용은 알찬 반면 이용료는 대부분 무료다. 전문가를 만날 기회도 준비돼 있다. 자녀가 말을 잘 안 듣는다는 가벼운 투정부터 이혼 등 심각한 문제까지 모두 환영이다. 아래에 프로그램 내용을 소개하니 꼼꼼히 살펴보고 센터의 문을 두드려보자. 가족의 행복을 찾는 지름길이 그곳에 있다.


■ 가족성장 아카데미 ──────

▲ 김해시가정문화센터의 가족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교육생들이 밝은 웃음을 보이고 있다.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가족성장아카데미'는 간단히 말해 성숙한 부모를 만드는 부모 교육프로그램이다. 해당사항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그것부터가 문제다. "쟨 대체 누굴 닮아 저러는 거야."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한 번씩은 던져 본 말이다. 살다 보면 정말 내 자식도 미울 때가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늘 짜증에 반항만 일삼는다. 아이 때문에 가족들은 모두 신경이 날카롭게 서고, 덩달아 가정의 분위기도 엉망진창인 것 같다. 황 사무국장은 이럴 경우 아이보단 가족을 먼저 들여다 볼 것을 권유한다. "부모는 아이가 이상행동을 보일 경우 무조건 '아이'의 잘못만 보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차근차근 들여다보면, 아이보단 가족 전체가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성장 아카데미'에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의를 통해 가정의 각 영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진단하고, 문제에 접근할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이 과정을 통해 부모는 아이가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파악하고, 건강한 해결방법을 찾게 된다.
 
수업은 학기별로 진행된다. 이번엔 인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영호 교수가 부부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법을, 국민연금 김해지사 권대호 과장이 노후생활을 설계하는 법 등을 강의한다. 수업 기간은 오는 5월 23일까지로 모두 6회 진행된다. 신청기간은 지났지만 자리가 남는 대로 접수를 받는다. 참가비 2만원.
 

■ 가족상담·문화·교육사업 ──────

"부부는 혼자가 아닌 둘이서 하나가 되는 거라고 하는데 너무 힘드네요. 눈물만 납니다." 결혼 8개월 차에 접어드는 30대 주부 B씨는 남편과 성격차이 때문에 이혼을 생각할 정도로 괴로움을 겪었다. 10년이나 연애를 한 사이였기 때문에 성격이 큰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 주변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이 문제로 심한 두통까지 앓던 B씨는 작년 건강가정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가족은 엄밀하게 말하면 타인과 타인이 만나 사랑으로 꾸린 공동생활이다. 크건 작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뜻. 하지만 문제를 드러내는 게 무섭고, 상담이나 교육을 받고 싶어도 비용이 걱정된다. 또 믿을 만한 전문가를 찾기도 힘들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다.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방법 중 미리 알고 예방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굳이 문제가 없는 가족도 센터가 진행하는 문화사업이나 교육사업에 참여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저녁에 펼쳐지는 '가족사랑의 날' 온 가족이 힘을 합해 문패도 만들고 북 아트 등을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두둑이 쌓이는 추억은 덤이다. 참여하고 싶은 가족은 건강가정지원센터로 사전 전화신청을 하면 된다.


■ 가족돌봄지원사업 ──────

70대 김흥춘 씨는 혼자서 손자 손녀를 키우는 조손가정의 가장이다. 그는 뉴스에서 결손가정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이들 걱정에 밤잠을 설칠 때도 많았다. 김 씨는 복지사의 소개로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찾았다. 김 씨는 이곳에서 건강관리법은 물론 손자손녀들과 대화하는 법까지 알뜰하게 교육을 받았다. 무엇보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속내를 털어 놓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가족 돌봄 사업'은 조손가정 등 실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진행은 놀토(휴업토요일)를 이용한다. 조손가정을 위해서는 매월 넷째주 토요일 조부모 교육 등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부자(父子)가정의 경우도 '토토즐'이란 프로그램 신청을 통해, 자녀 목욕이나 밑반찬 장만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형제가 있는 가정엔 '우리형제'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형제 간 미술활동을 통해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 수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을 해야 한다.
 

■ 아이돌보미 프로그램 ──────

일하는 엄마들은 고민이 많다. 집에 아이를 혼자 두면 아이가 외롭거나 무절제한 생활을 할 것 같아 걱정이고, 방과후 활동 등에 보내자니 아이가 불편함을 느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또 초등학생 정도 되는 경우엔 받아주는 시설도 거의 없다. 그렇다고 사설학원에 보내는 것은 비용부담이 만만찮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만 3개월~만 12세 아동을 대상으로 아이를 돌봐주고 학습을 도와주는 '아이돌보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생님들은 모두 육아경험이 있는 베테랑 주부들로, 양성교육과정까지 이수한 전문가들이다. 신청은 양육돌보미와 학습돌보미로 나눠서 할 수 있고, 가사도우미 활동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용료는 각 가정의 수입에 따라 차등적이다. 돌보미 교사가 되고 싶은 주부들은 모집 시기에 맞춰 건강가정지원센터 양식에 따라 신청을 하면 된다.


Tip. 온가족 함께 걸으면 가족사랑 쑥쑥 ──────

아직도 센터 문을 밀고 들어가기가 겁난다면, 간단한 공개행사에 먼저 참가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해시건강가정지원센터는 오는 5월 5일 대성동 김해수릉원에서 가족구성원 간 관계강화를 목적으로 '제 8회 가족사랑 걷기한마당'을 개최한다. 코스 중간중간 가족 간 추억을 쌓기 위해 '댄스타임', '사랑의 스티커를 그대에게' 같은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참가 희망자는 5월 5일 오후 1시 30분까지 행사장을 방문해 특별부스에서 참여를 등록하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다. 단 참가인원은 2천명으로 제한되니 서둘러보자.

위치는 부원동 구 보건소 3층. 문의 055.329.6355~6, 6348
홈페이지 www.gimhae.family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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