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성동 교수가 단골집인 두레박의 삼겹살 구이를 먹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불판 위 생삼겹 노릇노릇 익을 즈음
묵은지·파김차·머위·명이나물 곁들여
시원한 물김치와 함께 먹는 재미 쏠솔

돼지고기 묵은지전골에 밥 한그릇 뚝딱
가을비 내리는 날 술안주로도 제격 

기자는 장성동 문성대학교 운동재활학과 겸임교수와 인연이 깊다. 부산일보에서 체육부 기자로 활동하던 10년 전쯤 전국체육대회 취재를 갔다가 운동선수들을 상대로 봉사활동을 하러 온 그를 만난 게 오랜 인연의 계기가 됐다. 이후 여러 행사에서 수시로 만나 인연을 이어갔다.
 
장 교수는 잘 생겼고, 성격도 시원시원하다. 그래서 여성들에게 인기도 많다고 한다. 업무 기획, 추진력도 뛰어나 여러 가지 일들을 쉽게 쉽게 풀어낸다.

장 교수를 삼계동의 돼지고기 식당인 '두레박'에서 만났다. 그가 각종 모임 때 자주 찾는 곳이라고 했다. 주인 김진태 씨는 18년 전인 1996년부터 식당을 운영했다고 한다.

일단 돼지고기 삼겹살을 주문했다. 밑반찬으로 김치묵은지, 삭은 파김치, 깻잎 절임, 머위·참취·명이나물·고추 절임 등이 나왔다. 김치는 2년 묵은 것이라고 한다. 주인은 3개월마다 500포기씩을 담는다고 말했다. 물김치도 함께 나왔다. 돼지고기 식당에서 물김치는 다소 이색적인 밑반찬이다. 맛이 깔끔했다. 돼지고기는 지방이 많아 다소 느끼할 수 있는데, 물김치와 함께 먹으면 느끼한 맛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장 교수는 경북 고령 출신이다. 고령의 대가야고등학교와 부산의 동아대학교 체육대학을 졸업했다. 그곳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도 받았다. 대학 때는 수영을 참 잘했다. 가끔 부산의 수영 대표선수들도 이길 정도였다.
 

장 교수가 김해에 처음 온 것은 1994년 1월이었다. 삼방동 한일스포츠센터에서 팀장으로 일하게 된 게 계기였다. 그러다 삼방초등학교에서 수영부를 창단했고, 김해마라톤클럽 창립 멤버가 되기도 했다. 부산일보에서 주최하는 숲길마라톤대회 1, 2회는 그가 주최했다고 한다. 결혼도 김해에서 했다.
 
장 교수가 특유의 입담을 발휘해 이야기를 한참 풀어갈 무렵 돼지고기가 알맞게 익어 구수한 냄새를 풍겼다. 아침을 굶은 탓에 일단 맛부터 보고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고 했더니, 그는 "허허" 웃었다. 삼겹살은 냉동고기가 아니라 생고기였다. 김진태 사장은 고기를 부산에서 가지고 온다고 했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고기를 속이지 않은 것'이 장사를 오래 하게 된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고기는 신선했다. 돼지고기 잡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고, 고소했다. 묵은지김치, 깻잎절임 등으로 고기를 싸서 먹었다. 막장이나 간장 같은 소스에 찍어 먹거나 파절임 등을 함께 먹을 필요가 없었다. 느끼한 맛이 완전히 사라지고 깔끔한 맛만 남아 있었다. 김치묵은지로 고기를 싸 먹으니, 또 그것이 별미였다.
 
장 교수는 2004년 한국스포츠안전협회를 만들어 회장 자리를 맡았다. 안전협회는 곧바로 김해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자원봉사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을 2년간 맡았다. 그러다 4년 전에는 회장 일도 수행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단체들이 자원봉사를 수동적으로 하고 있었다. 김해시에서 만든 프로그램만 소화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바꿔 자체 활동을 많이 만들어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기업과도 연계해 자원봉사 활동 영역을 넓혀나갔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단체들이 이해를 잘해줬다고 한다.
 
돼지고기를 거의 다 먹었을 무렵, 장 회장이 밥을 뭐로 할 거냐고 물었다. 다른 돼지고기 식당에서처럼 냉면이나 된장찌개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돼지고기 묵은지전골을 먹자고 했다. 맛이 독특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장 교수가 돼지고기 묵은지전골을 주문하자, 주인 김진태 씨가 커다란 양푼이에 전골을 가득 담아가지고 왔다. 아무래도 둘이 먹기에는 많은 듯 싶었다.
 
돼지고기 묵은지전골에는 특별한 게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냥 돼지고기에 김치묵은지와 두부, 그리고 파가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국물 맛이 보통이 아니었다. 식사뿐만 아니라 술안주로도 제격이지 싶었다. 장 교수가 된장찌개를 놔두고 왜 굳이 전골을 시켰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장 교수가 회장을 처음 맡았을 때 5만 명이었던 김해의 자원봉사자 수는 올해 10만 명을 넘었다. 그는 "마케팅과 홍보를 중시했다. 기업체를 찾아가 사진을 찍은 뒤 신문사에 실어달라고 부탁도 많이 했다. 이렇게 해서 기업체들이 돈, 물자를 기부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원봉사 유니폼을 입고 나가서 몸으로 때우는 게 자원봉사의 전부가 아니다. 재능 기부도 있고, 물질 기부도 있다. 자원봉사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가 열심히 설명하는 동안 밥 한 공기를 후딱 비웠다. 이제 식탁에는 남아있는 게 별로 없었다.
 
식당을 나서는데, 다음에는 저녁에 술을 한 잔 하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레박 /가야로181번길 17-39. 055-333-3882. 돼지갈비(180g)·생삼겹살(120g) 7천 원, 생돼지목살(120g) 8천 원, 돼지갈비 묵은지전골 3만 5천~4만 5천 원, 돼지고기 묵은지전골 2만 5천~3만 5천 원.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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