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부터 어려운 이웃 도와
빵·재능기부로 봉사활동 지속
김해에 글로벌 단체 건립 목표

"빵이라는 먹을거리와 제과제빵 재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봉사단체를 김해에서 꼭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배대석(48) 은성제과제빵커피전문학원 원장은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는 지구촌 전세계 어린이들과 난민들을 위해 빵을 매개로 한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배 원장이 자신보다 못한 처지의 타인들을 돕기 시작한 건 20년 전부터.

▲ 지난 18일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에서 열린 카부츠 행사에 참여한 배대석(왼쪽 첫번째) 원장과 원생들이 자율기부함에 기부를 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바로 군대를 갔다 온 배 원장이 부산역에 내렸을 때 손에 쥔 돈은 단돈 2만 1천 원이었다. 지인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취업 공부를 계획했다. 한국전력과 도시공사, 지하철공사 중 한 곳에 입사하는 걸 목표로 하고, 생활비와 공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제빵업체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3교대 근무조건으로 모집한 회사에서는 맞교대 근무를 시켰고, 공부할 시간이 빠듯해진 탓에 얼마 못가 그만두고 말았다. 당시 형의 친구가 부산 기장에 빵집을 차린다며 함께 가자고 제안했는데,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제과제빵 일이어서 단박에 거절했다.
 
"언제까지 남에게 피해를 주며 살거냐고 하더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미안했죠. 그래서 먹여주고 재워주며 월급으로 12만 원을 준다기에 따라나섰죠. 그게 저의 제빵 인생 시작이었습니다."
 
기장역 앞에 새로 차린 해송양과점에서 일을 시작한 배 원장은 1990년부터 방송통신대학을 다니면서 방을 따로 구해 독립했고 4년 반 동안의 반지하방 생활이 시작됐다.
 
"당시엔 전세 1천만 원에 부엌이 딸린 방을 가진 사람들이 제일 부러웠어요. 아파트는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죠."
 
그렇게 생활하면서 돈을 모아 1995년에 부산 사상구 괘법동 옥탑방으로 이사를 했다. 부자간 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좋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동사무소를 찾아가 후원할 만한 대상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철길 주위에서 할머니와 사는 초등학생이었어요. 금전적으로 도와주려고 했는데, 찾아가니 도통 문을 열어주지 않는 거예요. 필요없다면서. 어쩔 수 없이 돌아 나왔어요."
 
첫 번째 인연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1년 정도 지난 뒤 아파트로 이사를 한 후 다시 동사무소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한 아이를 소개받았는데, 이름도 주소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7년 동안 매달 얼마씩의 후원금이 그의 통장에서 이체됐다. 그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후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월드비전과 기아대책에도 회원으로 가입해 후원의 보폭을 넓혔다. 기아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가슴에 남았기 때문이다.
 
2005년 김해에서 제과제빵학원을 차린 배 원장은 본격적인 지역 봉사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케익과 빵, 제과제빵 재능으로 어려움에 처한 타인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굳힌 터였다.
 
어린이와 노인 등 각종 사회복지시설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언제든 마다않고 재능기부에서부터 빵 기부, 케익 만들기 체험봉사 등을 해왔다. 그러면서 어린이보육시설인 방주원과 동광육아원을 대상으로는 매달 생일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 생일케익을 만들어 보내주고 있다. 인당어린이집에는 한 달에 한 번 매월 넷째주 월요일에 맞춰 생일케익 4개를 만들어 보내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맞춰 하는 특별한 행사도 있다. 일명 '돼지 잡는 날'이 바로 그것이다. 학원에서 학원생들에게 제공하는 빵 봉지 값을 자율적으로 내게 한 뒤 돼지저금통을 헐어 사회복지시설에서 크리스마스 케익 만드는 자원봉사를 한다. 올해도 오는 12월 24일에 하기로 돼 있다. 대상자들을 학원으로 초청해서 할 생각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4개월 과정의 무료교육도 5년째 하고 있다. 이번주부터는 김해지역 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교육도 시작할 예정이다. 첫 번째 교육은 모두 6명이 무료 교육지원 혜택을 받게 된다.
 
"한때는 내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남을 돕는다는 게 스스로 위안을 삼고 싶거나 내세우고 싶은 심정의 발로라는 생각도 했고요. 이제는 어느정도 방향성이 명확합니다. 재능을 통한 사회적 참여와 봉사는 앞으로도 계속할 겁니다."
 
배 원장은 방송통신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인제대 대학원에서 식의학생명공학도 공부했다. 지금은 경주 위덕대학교에서 외식산업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열공' 중이다.
 
"꿈꾸고 있는 글로벌 봉사단체의 모토는 '지구촌에 굶주림 없는 그날까지'로 잡았습니다. 학원 현장에서 은퇴하는 시기에 맞출 생각이지만 더 당겨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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