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만㎡ 수림대에 소공원도 140여개
도심 전체 맑은 공기와 쾌적한 생활공간
성남아트센트·편리한 교통여건 '만족'
신도심과 주변지역 격차 해소는 과제



분당신도시는 처음에 성남시 중원구 분당동 등 9개 동에 걸쳐 19.64㎢(595만 평) 부지에 건설됐다. 서울 도심에서 남동쪽으로 25㎞, 강남에서 10㎞ 떨어진 지역에 위치해 있다. 경부고속도로, 구리-판교 간 고속도로와 인접해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았다. 애초에는 한강의 제1지류인 탄천과 접한 동쪽이 신도시 지역이었지만, 판교 등 서부 지역이 개발되고 분당구로 승격되면서 지금은 탄천을 중심으로 69.49㎢ 면적이 분당으로 분류된다. 지난 7월 기준으로 분당신도시에는 18만 2천344가구 49만 8천420명이 살고 있다.
 
■ 도시·숲이 어우러진 환경도시

분당에 사는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분당의 장점은 바로 쾌적한 환경이다. 20년 전 신도시가 개발되자마자 강남 서초구에서 분당으로 이사를 왔다는 최낙현(74·분당구 수내동) 씨는 "공기가 참 좋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그는 "강남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지만, 분당은 강남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하면서도 강남과 비교할 수 없는 깨끗한 공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최 씨의 말대로 '제2의 강남'이라고도 불리는 분당에서는 어디서나 푸르른 녹음을 만날 수 있다. 분당에는 한 그루씩 일자로 늘어서 있는 조경수 대신 주거지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빽빽한 수림대가 형성돼 있다. 대로·하천변과 주거단지 사이에 지정돼 있는 수림대 면적만 112만㎡(34만 평)에 이른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옆이나 고층빌딩 옆을 걸을 때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다.

▲ 도로와 아파트 단지 사이에는 빽빽하게 나무들이 들어서 '도시숲'을 이루고 있다.


주거지역과 도로가 접한 곳마다 형성된 수림대는 자연 방음벽 역할까지 하고 있다. 신도시 개발 당시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했던 서현동 아파트 시범단지에 살고 있는 최수희(61) 씨는 "집에서 나오면 바로 도로가 있고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교통이 편하다. 게다가 도로 소음도 적어 생활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도시 계획에 따라 도로를 중심으로 바둑판 형식으로 나뉘어져 있는 구역들마다 소공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분당신도시에 있는 공원은 모두 140여 개에 이른다. 최 씨는 "집 앞에 도로와 건물만 있으면 삭막해서 운동할 맛도 안 난다. 작은 공원이 가까운 곳에 있으니 저녁마다 나와서 맨손운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분당에는 소공원뿐만 아니라 한 도시에 하나 정도 있을 법한 대형 공원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263만여㎡(약 79만 평), 42만여㎡(약 12만 평)에 이르는 율동공원과 중앙공원은 주민들이 주말마다 찾는 곳이다.

율동공원은 과거에 농업용수를 대던 분당저수지를 중심으로 자연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만든 자연공원이다. 30년 전부터 분당에 살았다는 김종환(81·서현동) 씨는 "지금은 주변이 다 개발됐지만 원래는 벼농사를 지었다. 분당저수지는 그때 농지에 물을 대던 고마운 저수지였다. 자연을 해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서 참 좋다"고 말했다.

율동공원 한 가운데에는 잔잔한 호수가 뭉게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담은 채로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전체 거리 2.5㎞인 호수 주변 산책로를 걸으려면 40분 정도가 걸린다.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잔디광장, 사계절꽃동산, 갈대밭 등 눈길을 사로잡는 풍경을 보면서 걷다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산책로에는 유모차를 밀고 있는 젊은 엄마들과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물론 저수지에서 몸을 털고 나와 뒤뚱뒤뚱 걸어가는 오리들도 눈에 띈다.

▲ 아파트마다 조성된 소공원(위)과 율동공원의 모습. 주민들의 생활을 쾌적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율동공원은 젊은 엄마들에게 유독 인기가 높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자녀들의 손을 잡고 호수 옆 완만한 산책로를 걸으며 생태 체험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공원에는 책 테마파크가 있어 산책 후 독서를 즐기는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많다고 한다. 호수 옆에 있는 45m 높이의 번지점프대는 데이트를 즐기러 온 젊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레포츠 시설이다. 그 외에도 낮은 산길을 따라 난 산책로는 운동을 즐기려는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많다.

중앙공원 역시 본래의 지형과 수림을 최대한 살리고 향토 수종을 심어 자연스러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이 지역은 울창한 수림, 대형 자생 느티나무, 분당천과 함께 한산이씨, 전주이씨의 묘역, 정자 등 문화유적이 집적된 곳이었다. 이를 그대로 활용해 신도시에서 전통적인 공원의 성격을 갖도록 했다. 시민들이 편리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공원 주변의 아파트 단지와 연결된 통행로를 설치했고, 주차공간도 충분히 확보했다.

중앙공원에는 분당저수지와 분당천의 물을 끌어들여 만든 연못인 분당호가 있다. 호수 주위에는 전통적인 돌다리와 누각, 정자가 설치돼 있다. 경주 안압지를 본떠 만든 분당호는 높게 세워진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현대와 전통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중앙공원에는 이밖에도 게이트볼장, 기계체조장, 배드민턴장, 종합체육시설, 동물원, 고인돌 정원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그 중 야외공연장이 가장 주민들에게서 사랑을 받는다. 울창한 숲 사이에 넓게 펼쳐진 잔디언덕은 자연 한 가운데 위치한 공연장이다. 이 곳에서는 연중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6~8월 매주 토요일에 무료로 열리는 파크콘서트는 분당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발걸음까지 끌어들일 정도로 인기다. 파크콘서트를 주최하는 성남문화재단에 따르면, 콘서트 때는 하루 평균 2만여 명의 주민들이 공연 관람을 위해 공원을 찾는다고 한다.
 
■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도시
분당신도시의 취약점 중 하나는 문화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곳 외에는 이렇다 할 문화시설이 없어 시민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2004년 성남문화재단이 설립되고 2005년 성남아트센터가 개관한 뒤 분당은 문화도시로 떠올랐다.

성남아트센터는 1천804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을 자랑하는 전문 클래식 공연장인 콘서트홀, 연극과 재즈를 비롯해 소극장 규모의 공연을 소개하는 앙상블시어터 등 3개의 극장을 갖추고 있다. 과거에는 분당 주민들이 서울까지 공연을 보러 갔지만, 이제는 분당 문화를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광주, 수원, 인근 지역에 역수출하고 있다.

▲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성남아트센터.

성남문화재단 홍보미디어실 정보람 대리는 "이전에는 문화 시설이 적었던 성남시가 이제는 전국 158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문화지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변했다. 앞으로도 성남아트센터는 유료 공연 이외에 분수음악회, 무료 전시 등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 행사를 열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자족도시로 제2의 도약
분당신도시의 8개 지하철역과 분당신도시를 지나가는 3개의 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 서울-용인 고속도로, 외곽순환고속도로), 100여 개의 버스 노선 덕분에 분당신도시 중심에서 서울 강남까지 이동하는 데 30분밖에 안 걸린다. 그래서 큰 불편 없이 출퇴근을 하는 분당 주민들이 많이 있지만, 거꾸로 분당이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당신도시의 주요 자급자족 시설은 쇼핑센터, 상가 등으로 이루어진 상업 지역이다. 분당신도시 전체 면적의 약 16%가 상업지역일 정도로 주거지역(53.5%)에 비해 상업지역이 많다. 중심지인 서현역, 수내역 일대는 도로로 나뉘어진 한 구역 전체가 상업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NC백화점, AK프라자, 롯데백화점을 중심으로 빽빽한 쇼핑센터가 형성돼 있다. 경기도의 다른 도시에서 젊은이들이 분당에 '놀러 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5년 이후 정자동 일대에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섰다. 정자동은 '제2의 청담동'이라는 의미에서 '청자동'이라 불리며 새로운 상업지구로 떠올랐다. 정자동 카페거리는 유럽식 카페거리를 연상케 하는 고급스럽고 여유 있는 분위기로 젊은 여성층의 발길을 끌고 있다.

정자동에는 오는 2018년까지 네이버를 비롯한 벤처기업 집적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성남시는 정자동에 벤처기업 집적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유치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성남 서북쪽에는 판교신도시의 테크노밸리가 조성 중이다.
 
■ 주변 지역과의 갈등 및 노후화
어디서나 개발사업이 일어나면 개발에서 제외된 곳과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분당의 경우 강남에서 온 부유 계층이 주민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신도시 주변지역과의 정서 차이가 상당하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정현진 사무국장은 "성남의 원도심인 수정구와 중원구는 분당 신도시 개발 때문에 소외됐다"고 말했다. 그는 "분당신도시 개발 당시 원래 주민을 위한 임대아파트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했다. 신도시 쪽은 부자들이 살고, 나머지 지역은 서민·영세민들이 사는 곳이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빈부 격차가 크고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지역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성남시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당신도시 초기에 지은 아파트의 경우 벌써 20년을 훌쩍 넘어 보수가 필요한 실정이다. 성남시는 예산을 들여 노후화된 난방 및 온수 공급용 배관을 교체한 바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 새로 조성되고 있는 신도시들의 역풍을 이겨낼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김해뉴스 /분당신도시(성남)=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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