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생명의전화 하선주 소장이 된장 뚝배기를 맛있게 먹고있다.
뭘 먹을까 고민할 필요없이 단일메뉴
매운 고추 송송 썰어넣은 된장 얼큰
상추에 팽이버섯 곁들인 불고기 한쌈
집밥 같은 상차림에 여성 단골들 북적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 힘이 나지 않겠어요? 맛있는 된장에 밥 한 그릇하러 가시죠."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 시계 바늘이 낮 12시를 가리켰을 때 김해생명의전화 하선주 소장과 함께 구산동 '엄마뚝배기'를 찾아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갈색 벽지에 통나무를 연상시키는 식탁과 의자가 멋스러웠다. 가게 규모에 비해 식탁 수가 적어 조용한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 소장은 '엄마 뚝배기'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했다. "어느 날 김해생명의전화 통장에 후원금이 들어왔다. 보낸 분의 이름은 적혀 있었는데 후원명단에 없는 이름이었다. 금액이 꽤 커서 누굴까 궁금했는데 '엄마뚝배기' 사장님이셨다. 이후로 매달 반찬을 지원해주신다. 정말 고마운분이다."
 
의자에 앉아서 주문받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참을 지나도 아무도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았다. '서비스는 별로네'라는 생각이 들 때쯤, 하 소장이 눈치를 챘는지 "여기는 된장 뚝배기 정식으로 단일메뉴만 판매한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종업원들은 손님이 들어오면 메뉴판을 내보이지 않고 '몇 분이세요?'만 물었다.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하 소장은 지난달 15일 부원동 골든뷔페에서 열린 어르신 생신잔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어르신 생신잔치가 이번에 100회를 맞이했어요. 기존에는 식당을 빌려 우리끼리 밥을 해먹었는데 어르신들에게 더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 무리해서 뷔페를 갔어요. 그런데 한 어르신이 이건 어떻게 먹는 음식이냐고 묻더군요. 뷔페를 처음 와보셨던 거죠. 알려드리니까 정말 좋아하시면서 잘 드시더라고요. 죄송한 마음과 짠한 생각이 들었어요."
 

▲ 된장뚝배기.
그는 그러면서 "그 후로는 1년에 10번씩 열었던 생신잔치를 분기별로 열어 뷔페에서 어르신들의 생신을 챙겨드린다. 후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가능한 행사였다. 아낌없이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하 소장은 독거노인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김해생명의전화는 지난달부터 독거노인 자살예방을 위한 방문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하 소장은 "지난번에 독거노인 자살예방을 위해 상담을 하러 경로당을 돌았다. 하지만 실제로 상담이 필요한 분들은 경로당에 없었다. 삶이 힘들어서 경로당은커녕 밖으로 나가지도 않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집으로 방문하는 상담을 실시했다. 지난달에 처음으로 방문상담을 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앞으로 계속 방문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담을 통해 독거노인 분들이 삶의 활력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엄마 뚝배기 정식 2인분이 식탁에 올랐다. 공깃밥과 보글보글 끓는 된장 뚝배기 옆으로 도자기 접시에 담긴 반찬이 줄지어 나왔다. 단호박 샐러드, 메밀 부추전, 돌김, 두부, 우엉, 애호박 등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입맛을 돋우었다.
 
▲ 밑반찬으로 나온 불고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뜨거운 국물이 빨리 먹고 싶어 된장 뚝배기를 한 숟가락 떠먹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매콤한 맛이 확 올라왔다. 된장 뚝배기를 자세히 살펴보니 송송 썬 고추가 들어 있었다. 된장의 구수함과 고추의 매운맛이 신기하게도 조화롭게 잘 맞아떨어졌다. 하 소장은 "쌈도 함께 사서 먹어 보세요"라며 상추를 내밀었다. 대체 상추에 무엇을 싸서 먹어야 하나 싶었는데 뚝배기 앞에 팽이버섯과 함께 버무려진 불고기가 있었다. 하 소장에게 불고기도 시켰느냐고 묻자 밑반찬이라고 했다.
 
"밑반찬이 훌륭하죠? 밥에 된장을 비벼 불고기와 함께 쌈을 싸서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음식이 모두 깔끔하고 정갈해서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불고기 리필이 안 되는 게 아쉽지만 다른 밑반찬은 드시고 싶은 만큼 드실 수 있어요."
 
아닌 게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니 여자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식탁에 놓여 있는 접시는 담고 있는 음식마다 모양과 색이 달랐다. 조용한 분위기이며 깔끔한 집 밥을 생각나게 하는 음식과 접시가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 소장은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마다 '엄마 뚝배기'를 찾는다고 했다. 그는 "뚝배기라고 해서 뚝배기 하나만 나오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반찬에 고기까지 나오기 때문에 한 상을 받고 나면 푸짐하게 먹은 기분이 든다. 만 원이 넘지 않는 저렴한 가격도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기회가 된다면 어르신들을 모시고 '엄마 뚝배기'에 오고 싶다"며 웃었다.


▶엄마 뚝배기
구산동 274-24. 055-327-4478. 된장 뚝배기 정식 1인분 8천 원. 

김해뉴스 /정혜민 기자 jhm@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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