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가야문화축제'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데니 팽리나(42·인도네시아) 씨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안내를 돕는 일을 맡은 그는 축제의 숨은 주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인도네시아 화교인 데니 씨는 인도네시아어뿐 아니라 중국어, 영어, 한국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하다. 그는 "능력을 살려 남을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행복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벌써 한국에 온 지 11년째. 데니 씨는 그간 많은 활동을 했다. YWCA 중국어 교사, 경찰서에서 각종 사건, 사고 통역을 담당하는 '민간인 통역요원', 불암동작은도서관영어 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그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자기 일은 스스로 찾으려 늘 노력했다. "한국에 잘 적응하려면 늘 배우고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고 일도 많이 하게 됐죠." 그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런 성격 덕분에 4개 국어도 구사하게 됐다. 그의 할아버지는 중국인이지만 집에서 중국어로 얘기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욕심이 생겨 학원을 따로 다닐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싱가포르로 건너가 1년 정도 영어공부에 매진했다. 싱가포르에서 한국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이 가운데 한 친구가 사업을 한다며 인도네시아에 왔다. 이 때 같이 온 사람이 지금의 남편 오세현(44) 씨였다. "제가 친구에게 도움이 되고자 통역을 몇 번 해줬는데…. 그러다 남편과 정이 들었죠.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한 인연이죠." 남편을 따라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어려움 점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오 씨는 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아들 한준(13) 군과 딸 혜원(10) 양도 이런 엄마를 자랑스러워 한다. 데니 씨는 아이들의 학교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학교에서 상담봉사, 급식 봉사 등을 했고, 녹색어머니회에도 참석했다. "엄마가 외국인이라 많이 부끄러워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일러줬어요. 엄마가 인도네시아 사람이니까 양쪽 문화에 대해 다 배울 수 있고 외국도 자주 나갈 수 있다고요."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빨리 한국어를 익히고 싶다면 한국인과 접촉하는 시간을 늘려야 해요. 고향사람을 만나고 공동체 의식도 중요하지만 일단 적응을 해야 하잖아요."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단호했다.

한국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길 기대한다고 했다. "외국 사람이라고 하면 대부분 못살고 못 배웠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능력있는 외국인들도 많거든요. 물론 그런 편견을 깨기 위해 우리가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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