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공예 좋아하는 40여명 모여
2001년 결성 뒤 재능 활용 기부활동
어르신 속바지·재활용 가방 등 제작

오방색 실과 천으로 만들어내는 규방공예는 전통의 멋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천연세상이다. 서양에서 들어온 퀼트와 십자수에 밀려 '옛것'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들의 솜씨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규방공예야말로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우리의 전통문화이다.
 
이렇듯 옛 여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해 전해져온 한 땀 한 땀 꼼꼼한 손바느질 속의 한국적 아름다움을 이어가는 단체가 있다. 김해농업인회관 2층에 둥지를 튼 '규방문화연구회'(회장 이수규·62). 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아름다운 손'은 작품에만 머물지 않고 이웃사랑의 봉사활동에까지 닿아 있다.
 

▲ 규방문화연구회 회원들이 지난달 18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주차장에서 열린 카부츠 행사에서 자신들이 만든 에코백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2001년 2월부터 모임을 시작한 규방문화연구회는 회원 40여명으로 출발했다. 전통 손바느질이 좋아 함께 모였고, 조상들의 기법을 재현하는 게 즐거웠다.
 
"그렇게 오래된 얘기도 아니지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집안 생활용품 대부분을 어머니나 할머니들이 손바느질로 직접 만들어 썼으니까요. 색도 곱고 모양도 예뻤어요. 그 기억들을 되살려 규방문화연구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수규 회장은 "회원들이 여성과 어머니의 마음으로 전통 손바느질을 오래 하다 보니 그 정성과 따듯한 마음 또한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규방문화연구회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10여 년 전부터이다. 손바느질을 활용한 봉사활동을 고민하다가 어르신들을 위한 속바지를 생각해냈다. 김해시자원봉사센터와 노인복지시설 등을 통해 전달된 속바지는 해마다 500벌에 달한다.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회비로 마련했다. 까슬까슬하고 살갗에 닿는 느낌이 좋은 속바지는 지역의 어르신들이 여름을 나기에 안성맞춤인 선물이 됐다.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인견을 재료로 해 정성을 듬뿍 담았지요. 전달받은 어르신들이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어떤 분은 '이렇게 좋은 걸 어떻게 입을 수 있냐'고 하시면서 잘 간직하겠다고 눈물도 훔치셨어요. 참 뿌듯했습니다."
 
규방문화연구회의 봉사활동은 자원재활용 분야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에코백이라 불리는 재활용품 가방을 직접 만들어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데, 폐현수막을 활용해 만든 시장바구니와 분리수거 가방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주차장에서 열린 자동차 벼룩시장 카부츠 행사 때 200장 정도를 즉석에서 만들어 나눠드렸어요. 참가한 시민들이 줄을 서서 받아가는 바람에 준비한 물량이 달릴 정도였습니다."

폐현수막을 활용한 재활용품은 김해지역의 각종 행사 때마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에코백을 받아든 시민들은 '재활용 재료로 만든 가방이긴 해도 마치 일부러 디자인을 한 작품 같다'며 흡족해 한다.
 
"폐현수막은 다 버려지는 것이잖아요.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볼까 고민하다가 시의 협조를 얻어 분리수거 가방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줬더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시장바구니도 만들었죠. 자원재활용과 환경보호, 이웃사랑을 동시에 실천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의 아이디어인 셈이죠."
 
규방문화연구회는 뜻 깊은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단체가 생긴 이후 13년 만에 김해에서 갖는 회원 작품 전시회가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7일 동안 김해종합관광안내소에서 열린다. 그동안 경남지역 전체 차원의 규방공예 전시회에는 계속해서 참가해 왔지만, 김해에서 자체적으로 여는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회원들은 지난 1년 동안 출품할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대략 100여 점의 규방공예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 회원들로서는 첫 나들이인 셈이죠. 지난 1년 정도 준비과정을 거쳤고, 옛 여인들의 창조적 에너지가 계승된 규방공예 작품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골고루 전시될 겁니다. 많은 분들이 전시회에 오셔서 우리 전통 규방공예 문화의 아름다운 면면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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