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김해시 인구는 50만 명을 넘어섰다. 전국에서 21번째, 경남지역에서는 창원 다음으로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대도시다. 하지만 김해는 인구수에 비해 문화·교육·교통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해에서 가장 급속도로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장유지역의 모습과 떠오르는 신도시 지역인 율하1지구, 2지구 사업을 살펴봤다.

▲ 아파트 단지가 빽빽하게 세워져있는 장유신도시 전경. 문화,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교통도 불편해 주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 창원·부산·김해로 통하는 요충지 장유
장유신도시는 마산·창원·진해로의 인구집중을 막고 동남권 도시의 부족한 택지 문제와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됐다. 장유신도시는 1994년 당시 장유면 대청리·관동리·유하리 451만 6천㎡ 일대에 6년여에 걸쳐 건설됐다. 장유는 서쪽으로는 창원시의 불모산과 경계를 지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부산 강서구, 동쪽으로는 김해 도심을 접하고 있다. 개발구역 내에는 김해공항까지 향하는 남해고속도로, 창원과 장유를 잇는 지방도로 등 광역교통망이 잘 발달돼 있어 대대적인 도로정비 사업 없이 개발이 진행됐다.

장유면은 지난해에 인구 13만 명을 돌파하며 동으로 전환됐다. 장유 1,2,3동은 택지 개발된 신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했으며 현재 김해시 전체 면적의 11%에 해당하는 54.6㎢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장유신도시 조성 이후 해마다 인구가 급속히 늘어 2000년 당시 1만 8천 명이었던 장유 지역 인구는 지난 9월 기준 14만 4천251명(4만 7천851가구)으로 집계됐다.

▲ 장유신도시의 율하천 산책로. 주거지와 가까워 주민들이 자주 이용한다.


■ 자연과 어우러진 살기 좋은 전원 도시
장유는 말 그대로 '살기 좋은' 도시다. 장유지구 택지개발에서도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주거환경이다. 장유지구 택지 전체에서 주택건설용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39.12%이다. 율하1·2지구의 경우에도 주택건설용지는 전체 토지의 약 48%이다.

장유지구 개발 당시에는 그 중에서도 공동주택 비율이 75%를 차지,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아파트 단지들이 주로 세워졌다. 특히 당시에 세워진 아파트 단지들 중 부영아파트·주공아파트 18개 단지는 임대아파트로서, 무주택세대주가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배려됐다.

아파트 가격도 근처의 창원이나 부산보다 훨씬 저렴한 편이었다. 10년 전 창원에서 장유 부영아파트로 이사 온 박시진(39·대청동) 씨는 "직장이나 생활 근거지가 창원이었지만 장유지역 아파트의 가격이 워낙 낮고 거리도 가까워 이사를 왔다. 장유의 인구가 늘면서 출퇴근 시간에 정체 현상이 있지만 차가 막히지 않는 경우에는 20분 만에 창원에 갈 수 있을 정도로 교통 여건이 좋다"고 말했다.

논과 밭, 경작지와 산이 많은 장유는 따로 조성하지 않아도 녹음이 푸르른 곳이다. 장유 일대에는 공장도 거의 없다. 한 부동산 업자는 "장유는 다른 지역에 비해 공기가 좋다. 전원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젊은 부부는 물론 나이든 어르신들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크고 작은 공원 49개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주민들이 집 가까이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장유지역 안에는 자연하천인 율하천과 대청천이 흐르는데, 이를 따라 공원이 조성돼 있어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이 많이 있다. 또 오랫동안 장유의 자랑으로 여겨져 온 대청계곡·장유폭포는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다.

■ 계속되는 개발열풍, 부족한 생활 인프라
장유 지역의 인구는 급속도로 늘었다. 하지만 인구 증가에 비해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먼저, 장유는 '내 차'만 있다면 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곳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면 불편하다. 장유에서 김해 도심을 오가는 버스도 20분에 한 대씩 올뿐더러 창원으로 가는 58,59번 버스와 부산으로 가는 207번 버스는 1시간에 한 대씩 운행되고 있다. 또 제대로 된 시외버스 터미널이 없어 무계동 장유농협 앞 시내버스 정류장을 주로 이용하는 형편이다. 이영철 김해시의원은 "도심 쪽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새로 생긴다고 들었다. 장유지역도 시외버스터미널을 대신할 수 있는 환승센터를 만들어 주민들이 편리하게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적으로도 열세다. 장유도서관 일부에 조성돼 있는 장유문화센터는 인구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몇 해 전 장유로 이사 온 김세희(42·관동동) 씨는 "장유는 문화시설이 태부족해 불편하다. 그나마 롯데 아울렛이 생기면서 영화관이 하나 생기긴 했지만 독립영화나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다른 도시에 비해 적은 편이다"면서 "영화를 보기 위해 부산이나 창원을 찾는 편이다. 장유에도 이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장유에서는 "사실 10년 전이 더 살기 좋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장유지구 개발 후 장유로 이사를 온 주민들의 의견이다. 개발이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유지구는 이미 택지개발로 계획했던 수용인구 10만 9천 명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2008년 조성된 율하1지구와 내년부터 준공되는 율하2지구 택지개발사업 외에도 내덕지구와 무계지구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아파트 단지도 계속 건설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차량 정체다. '장유토박이'라는 공인중개사 김 모(53) 씨는 "장유지역에서 창원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만 50%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모산 터널(창원 제2터널)이 생기면서 교통정체가 다소 덜해졌지만 출퇴근길에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김해시 도로과 관계자에 따르면 불모산 터널을 제외한 창원1터널 하루 교통량은 3만 명에 이른다.

학교 증축 논란을 빚고 있는 수남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초·중·고 모두 학생이 과밀 상태다. 이 때문에 김해시교육지원청과 해당 학교는 무리한 중축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학부모 허 모(40) 씨는 "장유가 살기 좋다고 해서 온 가족이 김해 시내에서 이사를 왔다. 하지만 아이들 교육 여건이 너무 열악해 실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김해시에서 원래 계획됐던 아파트 단지 외에 추가로 아파트 건설을 용인하면서 '학교 부족'이란 결과를 초래했다며 시의 행정을 비난했다.

2008년에 개발이 끝난 율하1지구는 율하천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고 작은 상가와 대형 아파트 단지가 많아 생활에는 편리하다는 평이 많다. 하지만 도로가 지구 면적에 비해 너무 좁게 설계돼 불편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관동동에 사는 백진솔(32) 씨는 "장유를 두고 '계획도시'라고들 하는데 도로가 왜 이런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불평했다. 김해서부경찰서 관계자도 율하1지구는 신도시답지 않게 도로가 좁아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

장유의 한 시민단체 대표는 "율하1지구는 실패작"이라고 말했다.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와 좁은 도로 때문이다. 그는 "장유 1동에 사는 친구들 중에 율하가 개발됐다는 소식에 그쪽으로 갔다가 도시가 답답해 못 살겠다고 다시 돌아온 사람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율하 2지구가 내년부터 착공되는데 1지구의 단점을 보완해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유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그 성장이 거품이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어찌됐든 지금 같은 상태가 이어진다면 몇 년 안에 인구는 2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문화·생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율하복합문화센터와 장유노인복지회관과 함께 주민들이 원하는 생활환경이 조성돼 경남의 자랑이 될만한 신도시가 조성될지는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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