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김해분청도자기축제에서 헌혈 캠페인을 벌인 대한적십자사 김해지구협의회 회원들과 박희순 회장(왼쪽 두 번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8년 전 김해지역 부녀봉사회로 출발
적십자사 편입 회원 600명 단체 발전
헌혈캠페인·급식봉사 등 각종 활동

"오늘은 어디로 봉사활동 가나요."
 
올해로 23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김해지구협의회 박희순(62) 회장은 아침이면 남편으로부터 늘 인사말을 듣는다.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한 생활에 온전히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 것은 이런 남편의 이해와 지지가 밑거름이 된 덕분이다.

"어디 저만 그런가요. 우리 회원들 모두가 마찬가지입니다. 봉사활동은 우리 회원들이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가족 모두가 그 일에 많은 것들을 양보하는 셈이지요."

김해지구협의회의 뿌리는 48년 전에 결성된 김해지역 부녀봉사회이다. 저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지만 지역의 뜻 있는 부녀자들이 모여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1980년대 말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에 적십자협의회가 꾸려지자 이 봉사단체는 그곳에 편입됐다. 이후 김해의 각 지역별 봉사회가 잇따라 생기면서 조직이 확대됐다. 지금은 19개 동·면 중에서 두 곳을 제외한 17개 지역에 협의회 산하 단체가 꾸려져 600여 명의 회원이 가입된 봉사단체로 발전했다.

단체 규모가 크고 인원이 많은 만큼 활동하는 분야도 다양하다. 헌혈 캠페인과 새터민 무료합동결혼식, 농촌지역 경로당 난방비, 홀몸어르신 여름 밑반찬 지원 등에서부터 지역 내 각종 행사까지 회원들의 직·간접적인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이다. 지난 10월 3일 장애인의 날 행사 때에는 점심 도시락과 간식거리를 1천200인분이나 마련해 나눠줬다. 적십자사 마크가 찍힌 노란 유니폼 덕분에 '노란 천사'로 불리는 회원들은 정성껏 마련한 선물을 나눠줬다. 장애인과 가족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고, 회원들은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2011년 여름에는 홀몸어르신 140여 명을 모시고 거가대교를 지나 거제와 통영 일대에서 나들이 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하루였지만 오랜 만의 바깥 나들이에 흥겨워하던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회원들이 더 행복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김해지구협의회는 무료급식소도 14년째 운영하고 있다. 김해중부경찰서 뒤편 노인복지관 1층에 마련된 120석 규모의 무료급식소에서 매일 150여 명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한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빨래방도 김해시청 뒤편 옛 보건소 터에 마련해 운영 중이다.

홀몸어르신들과 다문화가정, 저소득가구 청소년 등 113가구와 자매결연을 통해 매달 일정 상당의 생활물품을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자매결연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을 주문받아 홈쇼핑으로 구입해 지원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일률적으로 지원하던 방식에서 혜택을 받는 사람 중심으로 한 단계 향상된 셈이다.

"다음달에도 홈쇼핑 주문 지원을 할 예정입니다. 실제 각 가정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주문받아 지원하기 때문에 훨씬 흡족해 합니다. 봉사활동도 맞춤형 시대이죠. 막연히 도와주기만 하던 것에서 '요구'를 적극 수렴하는 쪽으로 발전했으니 말입니다."

13일에는 홀몸 어르신들에게 나눠줄 김장김치를 담근다. 평생학습축제 때 모은 기금과 시 보조금 등을 합해 400만 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부모 같은 어르신들이 겨울 동안 드실 김치를 만들 땐 회원들의 표정도 한껏 밝아집니다. 더 넉넉하게 나눠드리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죠."

김해지구협의회에서 역점을 둬 추진하는 사업도 있다. 매달 3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는 업소에 '희망풍차' 명패를 달아준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소중한 정성을 표시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다. 이렇게 모은 후원금은 경남지사를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생활지원금, 학자금, 병원비, 주거수리비 등의 형태로 지원한다.

"봉사활동은 타인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봉사자 스스로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어떤 방식으로든 따뜻한 손길을 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큰 행복이니까요. 아직 봉사의 세계를 모른다면 주저하지 마세요.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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