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재능과 물질, 시간을 사용해 남을 돕는 것이 봉사지만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배우고 얻는 것이 더 많다. 그래서 봉사의 '중독성'은 해보지 않은 사람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남에게 도움이 되려다 자신이 도움을 받은 셈이니 참으로 역설적이다.
봉사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고 되어 있다. 나는 이 정의에 이론이 있다. 왜냐하면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지 않는 사람은 진정한 봉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인격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봉사에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많다.
사전적 정의의 봉사가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지 지난 2년 동안 크고 작은 봉사행사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소감과 경험을 회상해 보면 아쉬운점이 참 많음을 느낀다. 그 하나의 예로 봉사를 의뢰한 단체나 기관종사자들의 봉사자들에 대한 태도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봉사자들에 대한 무시와 무례, 배려없음을 접할 때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다는 것이다. 완벽하지 못한 사람인지라 솔직히 상처 받을 때가 더러 있다.
봉사자들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는 가끔씩 너무 거침없다. 국격을 갖춘 선진국으로가는 행보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다. 어떤 축제에서는 봉사자들에게 마실 물도 준비해 주지 않아 회원들이 마실 음료수를 구하느라 지인들을 찾아 다녀야 한 적도 있다.
외국인 통역봉사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외국 CEO들의 통역봉사인데 저녁 만찬으로 한정식을 외국인들이 먹게 되었다. 한정식은 코스요리라 외국인들에게는 양이 많다. 밥이나 국수가 식사로 나오는데 외국인들에게 주려고 삶은 국수를 그들이 먹지 않자 퉁퉁불은 상태의 국수를 통역봉사자들에게 먹으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봉사하러 나왔지만, 남은 음식을 먹으라는 것은 좀 너무하다 싶어 서운한 감정이 밀려왔다.
기가차고 어이가 없어 한바탕 담당자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봉사하러 나온 마당에 심하게 항의도 할 수 없어 속상한 적이 있었다.
주최측이 의뢰한 행사가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원활하게 진행되었다면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따듯한 감사의 말 한마디면 일하다 받은 스트레스와 피로가 말끔히 가시곤 하는 걸 느낀다.
봉사자들은 그들의 하수인이 아니다. 특히 통역봉사는 전문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 그어느 누구보다도 바쁘게 시간을 쪼개가며 봉사를 하러 나왔는데 이런 푸대접을 받을 경우 과연 지속적인 봉사마인드를 유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자그마한 배려가 필요하다. 식사, 음료, 간식을 준비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또 행사를 의뢰하는 기관에서는 적어도 봉사자들을 대하는 소양교육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해시에는 7만 자원봉사자가 있다. 이 지면을 빌어 봉사의 손길을 원하는 모든 단체나 기관에서는 봉사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이들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봉사를 의뢰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사회도 선진국처럼 특별히 봉사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봉사자가 되고 누구나 봉사의 마음을 가지는 그런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바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세상을 따듯하게 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