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미자 할머니가 이북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망천마을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있다.
김해여성복지회 지난 1년간 수업 진행
주민 스스로 역사·문화자원 발굴·개발
구술 채록 내용 정리해 책 발간도 추진

"반갑습니다. 학생 여러분. 우리 바래내 마을에 오신 것을 정말 환영합니다. 저는 30년 동안 이 마을에서 살아왔고 '부산댁'이라 불리는 배미자라고 합니다. 우리 마을에 있는 천연기념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할머니가 재밌는 얘기를 해준다고 생각하고 즐겁게 들어주세요."

신천리 망천마을 배미자(61) 마을해설사가 마을을 찾은 이북초등학교 학생 18명 앞에서 마을 소개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엿보였지만 한 번 말문이 트이자 준비했던 소개들이 줄줄 쏟아져 나왔다. 수령 700년인 이팝나무를 소개하자 학생들의 입에서는 "우와~"하는 탄성이 터졌다.

지난 17일 오후 2시 망천마을에서 열린 '바래내 마을 이야기'의 마지막 수업 현장 모습이다. 바래내는 망천마을의 순우리말 이름이다. 지난 1년간 '우리 마을'에 대해 공부한 몇몇 우등생들이 이날 마지막 수업의 손님인 이북초등 학생들에게 직접 마을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와 함께 마을해설가 수료증 증정, 어르신들이 수업시간이 직접 만든 마을 간판을 마을회관에 거는 현판식 행사도 열렸다. 

'바래내 마을 이야기'는 '2014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 교육 지원사업'의 하나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망천마을의 마을 이야기꾼과 마을문화재 지킴이를 양성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경남도, 김해시가 주최하고 김해여성복지회가 주관했다. 농어촌 마을에 숨겨진 역사·문화 등의 자원을 주민 스스로 발굴하고 이야기 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창조적 활동을 통해 마을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게 사업의 목표다. 마을해설사 사업은 김해에서는 망천마을이 처음이다.

▲ 망천마을 어르신들이 17일 '바래내 마을 이야기' 사업 수료식에서 마을해설사 자격증을 수여받고 있다.

'마을 해설' 교육은 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매주 망천 1구 마을회관에서 실시됐다. 수업은 천연기념물 185호로 마을의 자랑인 신천리 이팝나무와 경상남도 문화재자료인 신천리 망월석탑,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마을 당산제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어르신들은 오랜 세월 동안 너무나 당연한 듯 무심하게 생각해온 소중한 마을의 문화·역사 유적들에 대해 공부하며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높였다. 특히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이팝나무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종전에는 이팝나무 때문에 마을의 발전이 뒤처진다며 반발하던 주민들이 이팝나무를 아끼고 사랑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 수업을 앞둔 학생들의 주름진 얼굴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망천마을 이귀순(66) 씨는 "30년 넘게 살아도 몰랐던 이팝나무, 당산제에 얽힌 설화들을 수업을 통해 알게 됐다. 특히 주촌면 이팝나무 답사를 통해 우리 마을 이팝나무가 얼마나 대단한 나무인지를 깨닫고 앞으로 마을 주민들이 잘 보살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해여성복지회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면서 동시에 어르신들이 직접 체험한 '우리 마을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구술 채록 작업을 진행했다. 김해여성복지회는 다음 세대에 마을의 역사를 전달하기 위해 오랜 세월 동안 마을을 지키며 살아온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바래내이야기 수업을 실시한 김해여성복지회 허모영 감사는 "문화관광 해설사가 많이 뜨고 있지만, 우리 마을에 오랫동안 살아온 어르신들이야말로 우리 마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자 역사의 산 증인이다.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생생한 마을의 옛 이야기가 마을 어르신들의 입을 통해 젊은 세대까지 전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