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튀김옷에 한마리 통째 튀겨 '바삭'
신선한 닭 사용해 속살은 부드럽고 연해
"아버지가 사오시던 추억의 맛 떠올라"

이색 인테리어도 '재미난 쌀롱'의 작품
미술작품 곳곳 전시돼 카페 분위기 물씬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시절. 퇴근길의 아버지는 시장통으로 향했다. 아버지의 바지 호주머니에는 며칠 동안 모은 버스요금이 들어있었다. "오늘은 뭘 사가야 녀석들이 좋아할까…."
 
백열등 불빛으로 눈이 부셨던 시장통 안에서는 고소한 콩기름 냄새가 등천을 하고 있었다. "닭 한 마리 튀겨주소." 통닭집 주인은 잘 익은 통닭 한 마리를 누런 봉투에 담아 건넸다. 침이 꼴딱 넘어가고 덩달아 소주 생각이 간절했지만, 문 앞까지 나와 반길 자식들의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급해졌다.
 

▲ 닥왕통닭의 단골손님인 금강병원 노병락 영상의학과 실장이 옛날통닭을 맛있게 먹고 있다.
부원동 금강병원 옆 골목길에 위치한 '닥왕통닭'은 '치킨점'보다는 '닭집'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법한 가게다. 그 옛날 아버지가 사다준 '옛날 통닭'의 맛을 재현한 곳이기 때문이다. "고소한 옛날 맛으로 추억을 튀깁니다"라고 적힌 입간판도 향수를 자극한다.
 
금강병원 영상의학과 노병락(37) 실장과 함께 닥왕통닭을 찾았다.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노 실장이 꺼낸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이 닭집 때문에 제가 퇴근한 뒤에 제때 집에 가질 못한다니까요. 오후 5시만 되면 어김없이 병원 안으로 고소한 기름 냄새와 닭 냄새가 솔솔 들어오는데요. 퇴근시간은 다가오고 배는 출출한데 옆집에서 닭을 튀기고 있으니 정신이 아득해질 수밖에요. 이제는 '치맥'하면 무조건 이곳을 찾습니다."
 
노 실장은 일주일에 한두 번 꼴로 닥왕통닭을 찾는다고 했다. 석 달 동안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으니 가게 주인은 이제 노 실장의 눈빛만 봐도 원하는 메뉴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제가 치킨을 좋아하지만 또 느끼한 건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이곳은 어린 시절 먹던 옛날 통닭 딱 그 맛이에요. 고소한 맛이 잘 살아있으면서도 느끼하지가 않습니다. 자주 오다보니 가게 사장님과도 친해졌어요." 드디어 통닭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통째로 닭 한 마리를 튀긴 뒤 큼지막하게 잘라낸 것이었다. 무엇보다 튀김옷이 얇은 게 일반 체인점 치킨과 달라보였다. 이 가게의 통닭은 같은 한 마리인데도 양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는데, 튀김옷이 얇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작은 닭을 쓰는 게 아니냐는 의심은 거둬도 되지 싶었다.
 
"저는 양보다는 질을 우선시 하는데, 그런 점에서도 이 가게의 통닭이 마음에 들어요. 통닭 한 마리에 1만 원도 채 하지 않으니 모자라면 부담 없이 다른 메뉴로 한 마리 더 시켜도 돼요."
 
본격적으로 통닭을 맛보기 시작했다. 우선 포크로 통닭을 찔러보았더니 튀김옷에서 '바삭' 하며 맛있는 소리가 경쾌하게 났다. 기름이 쫙 빠진 상태란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튀김옷이 두꺼운 치킨은 튀김옷과 닭살코기 사이에서 콩기름이 배어나오기 마련인데, 닥왕통닭의 옛날통닭은 확실히 튀김옷이 머금고 있는 기름이 적어 보였다.
 
닭다리를 한 입 베어 물어보았다. 바삭바삭한 겉과 달리 속살은 무척 연했다. 닭 특유의 누린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신선한 닭을 사용한 게 분명해 보였다.
 
"기름이 쫙 빠졌는데도 고소하지요? 자주 가던 치킨점이 있었는데 이곳이 생긴 뒤로는 여기 통닭만 먹는다니까요. 먹다보면 어린 시절 생각도 나고…."
 
노 실장과 옛 추억을 더듬어가며 맥주 두 병을 비웠을 때쯤 마늘간장통닭이 나왔다. 옛날통닭에다 마늘 맛이 나는 간장을 발랐는데 달콤 짭짤한 맛이 입맛을 한층 돋웠다.
 
닭과 함께 튀긴 통마늘을 집어먹는 재미도 쏠쏠한데 마늘간장통닭은 닭똥집튀김과 더불어 인기메뉴라고 했다.
 
이어 골뱅이무침도 테이블 위에 올랐다. 이달 들어 닥왕통닭이 새로 선보인 메뉴라고 했다. 닭이 물리면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메뉴가 바뀌자 덩달아 노 실장도 이야기의 주제를 바꿨다. "사실 이 닭집은 통닭 맛 말고도 매력적인 게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이 가게의 인테리어인데요. 가게 안을 한번 둘러보세요. 곳곳에 재미있는 미술작품들이 전시돼 있지요? 닭집보다는 카페에 더 가깝지 않나요?" 그래서 닥왕통닭의 간판과 내부인테리어를 유심히 살펴봤더니, '재미난 쌀롱'과 '재미난 족발', '재미난 사진관' 등이 모여 있는 내동 연지공원 맞은편의 '재미난 골목길'이 떠올랐다. 닥왕통닭 사장에게 사정을 물었더니 화가 김혜련 씨를 비롯한 '재미난쌀롱'의 운영자들이 닥왕통닭의 인테리어를 도맡아 했다고 했다.
 
"옛날 통닭에 대한 추억이 전혀 없는 젊은 세대들도 가게의 재미있는 모습에 이끌려 이곳을 찾을 것 같네요. 제가 왜 퇴근길에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지 이제 완벽하게 이해가 되시죠?"


▶닥왕통닭 /부원동 609-8(금강병원 후문). 055-327-9253. 옛날통닭 9천700원(포장현금가 8천900원), 양념통닭 1만 1천 원, 마늘간장통닭 1만 2천 원, 닭똥집튀김 8천500원, 골뱅이무침 1만 5천 원.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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