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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건축가들은 어떤 집에 살까(21)집을 순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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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1.04.26 11:02
  • 호수 21
  • 11면
  • 박현주 기자(phj@gimhaenews.co.kr)

   
 
세계적인 건축물들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어떤 집에서 살고 있을까. 그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어떤 집을 지을까.
 
일본의 주택전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20세기 현대건축의 거장들이 철학을 담아 직접 지은 작은 집을 소개한다. 저자는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여행이 필수적인 수업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다녔다. 특히 주택을 찾아다니는 것은 큰 공부란다. 그 여행길에서 저자는 르 코르뷔지에, 알바 알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루이스 칸, 마리오 보타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지은 집을 보았다. 그들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펼쳐갈 생활과 삶과 미래를 위해, 작고 따뜻한 집을 지었다.
 
'강남교보타워'와 리움 미술관의 '고미술관'을 설계하여 우리에게도 익숙한 스위스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는 그 어떤 화려한 건축 기법보다 장소성을 중요시한다. 그는 그 지방 전통민가의 방식을 그대로 현대식 집에 적용해 주위의 촌락과 조화를 담아 '리고르네토의 집'을 지었다.
 
"집은 대지에 뿌리를 내리는 것입니다. 하나의 집을 설계한다는 것은 그 장소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마리오 보타의 생각을 말해주는 그림 두 점이 책에 실려 있다. 리고르네트 마을을 직접 그리고 그 풍경 속에 자신이 지은 집을 놓아 둔 애정 넘치는 스케치이다. 마을과 잘 어울려 자리잡을 집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 것인가 생각했을 명건축가의 마음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방문을 허락받기 위해 마리오 보타를 직접 동원했고, 그렇게 방문한 집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미국 건축가 루이스 칸이 지은 에시에릭 하우스.
건축을 잘 모르는 독자들도 한 번쯤 그 이름을 들어보았을 르 코르뷔지에는 연로한 부모님을 위해 레만호수가 보이는 코르소라는 조용한 마을에 18평의 집을 지었다. 나이드신 부모님들의 조용한 생활을 염두에 두고 사소한 부분까지 예측하고 통찰하는 일부터 시작해 정성스럽게 설계한 작은 집이다. 얼마나 세심하냐면 어머니가 피아노를 칠 때 악보가 잘 보이도록 회전이동식 조명기구도 설계하고, 고양이가 호수를 볼 수 있는 조망 테라스까지 설계했다. 코르뷔지에의 부친은 이 집에 이사온 지 일 년 만에 돌아가셨지만, 어머니는 36년 간 이 집에서 살다가 101세에 돌아가셨다. 사람들은 이 집을 '어머니의 집'이라고 부른다.
 
그 외에도 햇빛을 끌어들이는 것을 최대의 과제로 삼아 유리벽과 목재벽을 효과적으로 조합한 루이스 칸의 '에시에릭 하우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숲 속에서 건축물만을 유별나게 하고 싶지 않아 자연에 대한 그리움과 오마주를 담은 알바 알토의 '코에타로' 등 건축가들의 철학이 담긴 집 9채가 소개되어 있다.
 
저자 역시 부모님을 위해 집을 지은 적이 있다. 20대 중반 주택설계의 처녀작으로 지었는데, 그 집은 초보 건축학도의 의욕만을 내세워 지은 실패작으로 부모님께서 살기 불편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그런 경험이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은 집을 방문하게 했던 것이다. 9개의 집을 직접 찾아가고 싶은 이들을 위해 연락처와 주택 순례도를 책 말미에 실어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되겠다.
 
책을 펼쳐보는 동안 화려하고 넓은 주택공간에 마음을 뺏기고 사는 우리의 현실을 몇 번이나 돌아보았다. 사람이 사는 공간이기에 그 사람이 움직이는 동선과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구조를 세심하게 다듬어 내는 집이 어떤 것인지도 생각해본다. 유명한 건축물을 지어서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뻔한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하는 책이다.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황용운·김종하 옮김/사이/278p/1만9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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