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지역 30개 단지 중 4500가구 달해 피해 주민들 "난방도둑"
공동난방비로 부담 … 김해지역 전체 조사 땐 더 늘어날 듯


▲ '난방비 0원' 문제가 불거진 장유의 한 아파트 입주민이 논란의 대상이 된 열량계를 가리키고 있다.
배우 김부선 씨의 폭로에 의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난방비 0원' 아파트 가구가 김해 장유지역에서도 수천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시에서 전체 아파트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할 경우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은 공청회를 여는 등 반발하고 있다.

지난 25일 김해시에 따르면, 아파트의 각 가구들이 집중적으로 난방을 하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6개월 동안 장유지역 30개 아파트 단지에서 난방비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가구가 누적 기준 4천500여 가구에 이른다. '난방비 0원'의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있는 지역난방 아파트 52개 단지 전체로 조사 대상을 확대할 경우 '난방비 0원' 가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개별난방식 아파트에는 각 가구마다에 가스보일러가 설치돼 있다. 반면 지역난방 아파트는 열병합발전소를 통해 열을 공급받는 방식이어서 개별난방에 비해 난방비가 저렴하다. 그러나 특정 가구가 난방비를 내지 않을 경우 그 금액은 공동난방비로 책정돼 다른 가구들이 나눠 부담해야 된다.

1천5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장유 A아파트 단지의 경우, 지난 1월에 난방비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가구가 452가구나 됐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주민들에게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날씨가 가장 추운 11월~2월 난방비 미부과 가구는 평균 461가구였다. '난방비 0원'은 난방을 전혀 하지 않았을 경우를 제외하면 난방 측정 열량계가 고장났거나 의도적으로 열량계를 고장냈을 경우에만 발생한다.

이에 대해 이 아파트 단지의 일부 입주민들은 "한겨울에 난방을 하지 않는 가구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부 입주민들이 내지 않은 난방비 때문에 다른 주민들이 난방비를 나눠 내는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A아파트 단지의 한 입주민은 "전기장판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겨울에는 난방을 안 할 수가 없다. 일부 난방비 미부과 가구 중에는 어린 자녀를 키우면서 집 안을 후끈하게 데워 쓰는 집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난방 열량계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다른 입주민은 "각 가구의 현관문 옆에 설치된 외부 검침부만 봐도 난방비 미부과 가구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이 가구들에 대해 검침을 하지 않았다. 생업에 바쁜 입주민들이 이런 부분에 신경을 못 쓴다는 점을 악용해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소사무소가 아파트 '열도둑'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 아파트 단지의 공동난방비는 지난해 12월 1천451만 원, 지난 1월 1천 641만 원이었다. 열손실 금액과 경비실, 공동시설 등의 난방비를 포함시키더라도 지나치게 금액이 많다는 게 일부 주민들의 주장이다. 한 입주민은 "관리사무소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난방비 0원 가구 때문에 다른 가구들이 부담하는 금액이 매달 1천만 원 정도는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난방비 1천400만 원 중 400만 원 정도는 가구별로 매달 2천800원씩 공동난방비 명목으로 관리비에 포함시켜 걷는다. 나머지 1천만 원은 역시 가구별로 매달 관리비에 부과하는 잉여금으로 충당한다. 잉여금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A아파트 단지의 일부 입주민들은 난방비 미부과 가구의 현황 및 관련 의혹들을 적시한 안내문을 전체 입주민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오는 30일에는 난방비와 관련된 입주민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해당 아파트 단지의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난방비 미부과 가구 중 300 가구의 열량계를 교체했다. 앞으로 전체 가구의 열량계를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해시는 장유지역 아파트들의 난방비 미부과 현황을 파악한 뒤 비리 의혹이 있을 경우 경찰에 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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