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보건소 호스피스자원봉사회 회원들이 지난달 20일 김해한솔재활요양병원에서 봉사활동에 앞서 회의를 마친 뒤 밝게 웃고 있다.
15년 전 결성 2006년 시보건소 소속
3개 팀 나눠 매주 1차례 병원 봉사
바자회로 기금 모아 병원비 지원도

죽음을 앞둔 말기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중환자실에서 일상적으로 시행되는 '삶을 연장시키는 방법'은 어쩌면 불편함과 고립감을 증가시킬 뿐, 그들로부터 평화롭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인지도 모른다. 호스피스는 이런 말기환자들이 생의 마지막 날들을 즐겁게 보내고 스스로 편안한 임종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일에 자신의 열정을 다 바쳐 봉사하는 이들을 '호스피스완화의료 봉사자'라고 한다.
 
김해시보건소 호스피스자원봉사회(회장 박말순)는 1999년 결성됐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인 인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조현 교수가 주축이 돼 자생적인 단체로 출발했다. 호스피스 봉사에 뜻을 가진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김해지역 일부 병원과 연계해 봉사활동도 했다. 2006년에는 김해시보건소로 소속이 바뀌었다. 활동의 성격과 내용상 정부사업과 연계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초창기 40~50명 정도의 회원으로 출발한 봉사회는 지금은 매년 한 번씩 신규봉사자 30~40명을 대상으로 양성교육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을 받은 인원만 300명이 넘는다. 물론 교육을 받았다고 모두가 호스피스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의지를 가지고 교육을 받고 현장 봉사활동에 참가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이 봉사활동이 얼마나 힘들고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하는 것인지 경험을 하게 되면 달라지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교육을 받았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회원은 6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많은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박 회장의 말에서 일종의 의지와 자부심이 느껴졌다.
 
봉사회는 3개 팀으로 나눠 김해한솔재활요양병원, 경남도립노인전문병원, 김해성모병원에서 평균 1주일에 한 번씩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말기 암환자들이 주요 대상이며, 말기 치매환자 등도 돌보고 있다.
 
"환자와의 대화, 마사지, 손톱·발톱 깎아주기, 이·미용과 목욕봉사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보호자가 없는 환자들의 경우 임종을 지키거나 장례식까지 치러주기도 합니다."
 
2007년에는 바자회 등을 통해 푼푼이 모은 기금 500만 원을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으며 골수이식 수술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여중생의 병원비로 전달하기도 했다.
 
자매 봉사자인 장경옥(50) 씨와 장경미(46) 씨의 사연은 회원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경우로 회자되고 있다.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먼저 시작한 언니를 따라 참가했던 경미 씨는 2년 전 시아버지가 임종하기 전까지 모든 과정에서 훌륭한 호스피스를 담당했다. 그래서 효부로 불린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했어요. 선배들이 도움을 주는대로 하다보니 시아버지가 마지막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던 것 같아요. 내면에 있는 삶의 집착에서부터 응어리진 모든 것들을 다 열어놓고 편안히 갈 수 있도록 해드렸죠. 그때, 시아버지가 말이나 표현은 못했지만, 저와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습니다."
 
김정자(61) 전 회장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궁경부암을 앓고 있던 50대 중반의 환자였습니다. 자신이 사망한 뒤 시신을 대학병원에 기증한다는 뜻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어요. 의학 발전에 병든 자신의 육신을 모두 바친 거지요. 몇 달 뒤 양산부산대병원에서 기증자 합동 장례식이 치러졌는데, 의과대 학생 모두가 상주 노릇을 하더군요."
 
수많은 말기환자들의 '아름다운 이별'을 도우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물었다. 김 전 회장은 "환자들을 돌보는 일이지만, 사실은 봉사자 자신의 살아온 삶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한 경험이자 자각의 시간"이라고 대답했다.
 
이렇듯 소중한 봉사활동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헌신하고 있는 '아름다운 천사들'이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환자들이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른 도시들의 경우 의사와 간호사, 복지사, 봉사자 등의 전문 호스피스 체계가 잘 꾸려져 있어요. 김해는 그렇지 못해서 안타깝죠. 하루빨리 전문 병동을 갖준 병원시설이 생겨야 할텐데…."
 
말기환자들이 전문 호스피스 체계의 보살핌 속에서 행복한 이별을 맞이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하는 것은 비단 박 회장과 회원들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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