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해장국'의 별미인 양해장국.
주촌 내삼리 국도변 식당 '부부해장국'
허연 김 내뿜는 뚝배기 한 그릇에 땀범벅
전용 소스와 어울린 양 씹을수록 "오호"

가을이 왔나 싶더니 겨울이다. 제대로 단풍놀이도 못했거늘 계절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2014년이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달. 정말 정신없이 보낸 첫 불혹의 해가 이렇게 지나간다.
 
매년 겪는 겨울이고 추위이지만 해가 바뀌어 갈수록 겨울의 그 느낌은 다르다. 엄동설한에 찬물로 목욕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따뜻한 아랫목만 찾는 나 자신을 보며 "철없어도 나이는 먹는구나" 하는 헛웃음이 나온다.
 
이런저런 생각 속에 김해평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해는 넓은 평야가 있어 겨울이 더 춥고 길게 느껴진다. 실제로 부산보다 섭씨 2~3도가 낮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김해 주촌에만 오면 춥고 배가 고프다.
 
얼마 전 외동에서 주촌으로 가는 새 길이 났다. 길은 시원하게 뚫렸고 거리는 짧아졌지만, 옛 도로변 상가들은 발길이 끊기면서 보기에 흉흉해졌다. 어찌 보면 그들은 끝을 알 수 없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 양을 소스에 찍으면 고소한 맛이 난다.
우연히 그쪽으로 갈 일이 생겼다. 점심 때이고 해서 손은 운전대를 잡고 있었지만 시선은 국도변 식당을 찾고 있었다. 마침 '부부해장국'이라는 간판에 눈에 들어왔다. 황급히 차를 세우고 식당 문을 열었다. 길게 뻗은 테이블이 석 줄. 30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규모였지만 혼자 식사 중인 기사분들 몇몇만 보였다. 예전에는 분명 손님들로 넘쳐났을 텐데 왠지 모를 씁쓸함이 입속을 감돌았다.
 
아무튼 춥고 배고픈 처지여서 가장 뜨끈하고 든든한 게 무얼까 하며 차림표를 열심히 훑었다. 그때 딱 당기는 게 '양해장국'이었다. 벌건 고추기름이 둥둥 떠있는 선짓국에 소 위장의 하나인 양을 듬뿍 넣고 칼칼하게 끓인 게 양해장국이다. 이런 종류의 해장국으로 유명한 곳으로는 '양평해장국'과 '신라해장국'이 있다.
 
몇 가지 찬이 차려지고 기차 화통을 삶는 듯 허연 김을 내뿜는 뚝배기가 놓였다. 얼른 숟가락을 뚝배기의 심장에 꽂았다. 붉은 기운이 코끝에 화끈하게 다가왔다. 아삭한 콩나물, 담백한 선지, 쫄깃한 양이 가득 들었다. 국물은 칼칼하고 진했다. 젓가락으로 양을 집어 탈탈 털고 전용 소스에 찍어 먹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내장 특유의 누린내가 났지만, 고기에서 고기 맛이 안 나면 어찌 고기라고 할 수 있을까. 국물까지 후루룩 비웠더니 등줄기로 땀이 주르르 흘렀다. 유명 맛집에 비해 돋보이는 점은 없었지만 춥고 배고픈 지금 이보다 더 고마운 게 있을까 싶었다.
 
지금 전반적으로 경기가 다 나쁘다. 그래서인지 이번 겨울은 더 길고 추울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나보다 남을 더 챙기고, 낮은 곳을 돌아보는 게 어떨까. 부디 마음만은 따뜻한 겨울이고 싶다.


▶부부해장국 /주촌면 내삼리 793-10. 055-312-0551. 내장탕 7천500원, 양해장국 6천500원, 선지해장국 5천 원.




김해뉴스
울이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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