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기(41) 씨와 중국인 아내 진유빈(38) 씨는 동네에서 소문난 '잉꼬부부'다. 한국으로 시집와 힘든 일이 있었을 법도 한데 진 씨는 "남편 덕에 행복했다"며 치켜세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입에 침이 마르도록 남편 칭찬을 했다. 처음엔 흔히 있는 '닭살 부부'정도로 생각했는데 듣다 보니 남편 한 씨가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진 씨 부부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진 씨는 중국 산둥성에서 돈을 벌기 위해 김해 안동공단으로 왔다. 그 때 회사동료의 소개로 남편 한 씨를 만났다. 하지만 회사가 부도나 진 씨는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한 씨는 중국으로 가 진 씨 부모님에게 결혼 승낙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진 씨를 기다리는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2001년 3월, 아직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씨였지만 집에는 여름 이불이 전부였다. 진 씨가 중국에서 들고 온 비상금을 환전해 손에 쥔 돈은 180여 만 원. 이불을 사고 숟가락 등 기본적인 생활용품을 마련하고 나니 주머니는 금세 비었다. 진 씨는 냉장고를 조립하는 회사에 들어가 12시간을 서서 일했다. "그래도 싫지 않았어요. 남편과 같이 있으니까 그저 행복했어요."
 
그런 진 씨에게 남편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당시 국제결혼을 한 이주여성들이 집을 나가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이 됐어요. 그래서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이 걱정을 많이 했죠." 남편은 그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얘기 할 거면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고. 진 씨는 그런 남편이 고마우면서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진 씨는 또 다른 일화도 들려줬다. '보이스 피싱(전화 금융사기)'으로 사기를 당했을 때, 안절부절못하는 진 씨를 꼭 끌어안고 남편은 말했다. "괜찮아. 내가 더 벌면 되지." 그 후로 남편은 그 일에 대해 다시는 묻지 않았다. 운이 좋게 돈을 다시 돌려받긴 했지만 진 씨는 그 날을 잊지 못한다. "가진 거 없지만 마음 편하게 해준다는 말에 넘어가 결혼했는데, 정말 그렇게 해주더라고요."
 
동네 주민들도 부부에게 큰 도움을 줬다. "언젠가 날이 너무 더워 아이를 데리고 바람 쐬러 왔는데 누가 큰 솥에 미역국을 끓여놓고 냉장고에 반찬을 채워놓고 갔더라고요." 알고 보니 '우렁각시'는 이웃 통닭집 주인 아주머니였다. 이렇게 진 씨 부부를 도와 준 사람은 수없이 많았다.
 
그는 이제 '제 2의 삶'을 꿈꾼다고 했다. 특히 다른 이주 여성들을 돕는 통역 상담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저도 힘든 일이 왜 없었겠어요.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게 또 힘이 되더라고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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