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단감 재배농민 조홍래 씨가 자신의 농장에 버려진 단감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생산량 급증 탓 가격 폭락에 수확 포기
국내 소비·수출 물량도 대폭 줄어들어
진영 대부분 농가 "투자금도 못 건져"

진영지역의 농민들이 단감을 대거 폐기 처분하고 있다. 단감농사를 접겠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데 반해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진영읍 진영리의 한 단감농장. 수확시기를 놓친 단감들이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채 얼어있었다. 농장 한 쪽에는 바닥에 버려진 채 썩어가는 단감들이 수북했다. 농장 주인 조홍래(46) 씨는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지난달 초부터 단감 수확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조 씨는 "'풍년의 역설'이다. 올해는 기상상황이 좋아 지난해에 비해 품질 좋은 단감이 많이 생산됐다. 생산량도 지난해보다 20~30% 많다"면서 "반면 수매가격은 최저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최상품 단감을 10㎏짜리 상자 당 2만 7천~3만 원에 팔았다. 올해는 1만 5천~1만 7천 원 수준이다. 최상급이 아닌 단감은 10㎏ 상자 당 4천~5천 원에 불과하다. 이 가격에 팔면 단감 수확을 위한 인건비도 안 된다. 수확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토로했다.

조 씨는 4만 9천500여㎡(약 1만 5천 평) 규모의 단감농장을 10년 째 운영하고 있다. 그가 올해 단감 재배에 투자한 금액은 6천만 원. 지난해에는 같은 금액을 투자해 3천만 원의 수익을 올린 반면 올해는 수익은커녕 투자금도 절반밖에 거둬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조 씨는 "땅에 버려진 채 썩고 있는 단감을 보면 내 가슴도 썩어가는 듯하다. 현재 진영단감 농가 130여 곳 가운데 소규모 농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농가에서 단감을 폐기처분하고 있다"며 "농민들 중에는 농사를 일찌감치 접고 농협에서 일용직 일을 하고 있는 이도 있다. 올해 농사로 1억 원가량의 손해를 보고 살길이 막막해졌다며 하소연하는 농민도 있다"고 전했다.

경남단감원예농협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진영단감 생산량은 10만 5천여t으로 지난해의 8만여t에 비해 20%가량 증가했다. 반면 단감 소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30%가량 줄었다. 이 때문에 진영단감 10㎏짜리 상자 당 가격이 지난해보다 5천~8천 원 떨어졌다.

경남단감원예농협 관계자는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품질이 우수한 진영단감이 많이 생산됐지만 단감 구입 소비자들은 줄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과일 구입을 꺼린다. 올해는 유난히도 단감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영단감의 수출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해의 경우 동남아 등지로 수출하기 위해 선별된 진영단감 물량은 2천700t. 하지만 연말을 앞둔 현재 실제로 수출한 물량은 약 800t에 그치고 있다. 경남단감원예농협 관계자는 "단감농협 저장고에 단감이 가득 쌓여 있다. 저장기간은 약 3개월 정도이다. 이 기간 내에 수출을 하지 못하거나 국내 소비를 하지 못하면 대량으로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영공설운동장 부근에서 단감을 팔고 있던 농민 김 모(58) 씨는 "올해는 대부분의 단감농가들이 적자를 봤다. 내년부터는 농사를 접겠다는 농민들이 적지 않다"며 "김해시와 단감농협, 농가 등이 합심해서 진영단감의 판로를 개척하고 홍보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김해의 특산물인 진영단감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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