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여주인공 거짓말 하면 '딸꾹질'
말더듬기·얼굴홍조·불안 표출과 비슷

일 몰두 후 우울증·무기력증 '번아웃'
집중력 저하에 충동조절장애까지 유발

여러가지 틱장애 동반 '뚜렛증후군'
스트레스·뇌손상 탓 … 약물치료 필수

기억상실증이나 불치병의 대명사인 암 등이 드라마의 단골 메뉴이던 시대는 지나갔다. 주인공들은 점점 희귀하고 복잡한 질병을 앓고 있으며, 때로는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질환들도 등장한다. 점점 다양해지는 드라마나 영화 속의 질병만큼이나 실재 하는 질환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피노키오증후군

▲ 거짓말이나 양심에 반하는 말과 행동 등을 할 때마다 딸꾹질을 하는 드라마 속 가상의 '피노키오증후군'은 따돌림이나 사회생활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기도 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실제 다른 유사증상 등을 바탕으로 한 가공의 질환이다.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한다. 거짓말을 취소하거나 거짓말임을 인정하면 증상이 바로 사라진다. 사소한 거짓말인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지만 양심에 반하는 심각한 거짓말인 경우에는 모든 상황이 바로 잡힐 때까지 딸꾹질이 지속된다. 그녀가 되고 싶은 건 진실만을 말하는 진짜 기자인데, 그녀가 앓고 있는 병은 '피노키오증후군'이다. 방영 중인 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캐릭터이다.
 
그녀의 병은 선천적이며, 완치되지 않는다. 자율신경계의 이상에 따른 이 질병은 일상생활에서 작은 거짓말조차도 불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따돌림을 당하기 쉽고 취직과 사회생활에도 큰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데 이 병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질병이다. 물론 완전한 허구는 아니고 유사 증상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는 거짓말을 몇 가지 단계로 나누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둘러대는 '충동적 단계'와 거짓말을 감추거나 덮기 위해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습관적 단계'로 나뉜다. 이보다 심한 병적 단계로는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는 자기최면의 '공상허언증'과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에 도취돼 사실인 것처럼 믿게 되는 '뮌히하우젠증후군'이 있다.
 
충동적 단계와 습관적 단계에서는 거짓말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는 반응들이 있는데, 시선을 돌리거나 손발을 떤다든가 하는 이상 몸짓들이 동반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282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20일부터 5일 동안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나는 동료가 있다는 응답이 67.4%로 나왔다. 증상별로 보면 '말 더듬기'가 32.7%로 1위를 차지했고, '불안한 모습'이 25.7%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이어 '얼굴 빨개짐'이나 '목소리 커짐', '불안한 시선 처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거짓말이 반복될수록 양심의 가책이나 말을 하는 데 막힘·망설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 번아웃증후군
직장인의 85% 정도가 이 범주에 속해 있다고 알려진 '번아웃증후군'도 화제다. 한 가지 일에 온힘을 다해 몰두한 뒤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밀려들면 우울감·불안·무기력증에 빠지는 증상이다. 일에 대한 집중이 한계치를 넘어서면 다 태워버린 연료처럼 돼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번아웃증후군이 반복되면 수면장애나 인지능력·집중력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지기도 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된다. 또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노출될 위험성도 커진다. 심리적으로는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조그마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폭발적이고 충동적인 양상을 보여 충동조절장애까지 나타날 수 있다.
 
김해 한사랑병원 신진규 원장(정신과 전문의)은 "번아웃증후군은 과다업무, 휴식부족, 자기관리 부족 등으로 인해 사람이 만성적으로 지쳐 있는 상태를 말한다"며 "아직까지는 병명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보는 측면이 강해 질병의 개념으로 정의되지 않았지만 만성피로증후군이나 신경쇠약증과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번아웃증후군 상태가 지속되고 만성화되면 무기력해지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며, 남성의 경우 성기능 장애 등 전형적인 남성갱년기장애 증상이 초래될 수 있다. 스트레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개인이 해결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평소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잘 알고 꾸준히 관리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 원장은 "건강검진 항목에서 정신건강 검진이 빠져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가 어떠한지를 알 길이 없고, 그러다 보니 관리도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남자들의 경우 스트레스를 술과 담배, 과도한 운동 등 부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그렇지 않아도 번아웃 상태인데 더욱 번아웃 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이는 결국 마음에 대한 생활습관의 병이니, 관리와 예방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뚜렛증후군
배우 이광수가 한 드라마에서 보여준 열연 때문에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이 뚜렛증후군이다. 이상한 소리나 욕설, 상스러운 말,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이는 틱장애 중에서 증상이 가장 심한 상태이다.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크고 직계가족 중 틱이 있을 확률은 25%정도이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한 명이 틱장애를 보일 경우 나머지 한 명도 같은 증상을 보일 확률이 90%가량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스트레스나 감염, 뇌의 구조적·기능적·생화학적 이상, 호르몬, 출산과정에서의 뇌 손상이나 세균감염 등이 틱의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여러 개의 운동틱과 음성틱이 동반되고 1년 이상 지속되며, 약물과 같은 다른 원인에 의해 유발된 경우가 아니면 뚜렛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신 원장은 "뚜렛증후군은 신경전달물질이나 뇌신경계 이상에 의한 뇌 기능장애의 하나이므로 환자를 나무라거나 비난하거나 놀리는 등의 행동은 피하는 게 좋다"며 "항정신병 계통이나 신경전달 기능 이상 개선 약물 등의 약물치료가 필수이며, 인지행동치료를 통한 억제나 교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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