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지 하남읍과 낙동강 사이 5~8㎞
한림·생림·진영 소음피해 불가피
화포천습지 생태계도 치명적 타격 예상

무척산 등 지역의 명산도 허리 잘리고
발파 공사로 인한 각종 부작용 불보듯
지역 여론 "난개발 김해 더 망치는 꼴"

김해 시민들은 김해공항 이착륙 항공기들 때문에 엄청난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불암동 등 일부 지역의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굉음을 내며 머리 위를 떠다니는 항공기들을 쳐다보기만 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해고등학교를 비롯한 초중고교들도 고스란히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해의 인근지역인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김해지역의 피해 정도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 자명하다. 예상되는 피해 내용과 지역 주민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 소음 피해 불가피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을 보면 공항 소음대책지역은 공항 부지를 중심으로 활주로 방향 약 8㎞까지 제1~3종구역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밀양 신공항 예정지인 하남읍과 5~8㎞ 내외에 있는 한림면과 생림면, 진영읍의 항공기 소음 피해는 불가피해진다.

하지만 모든 소음피해 지역 주민, 학교들이 소음대책사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공항 소음대책지역 구역별 기준'에 해당돼야 소음피해 방지대책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2011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 자료집'과 부산발전연구원에서 마련한 '2011년 밀양 신공항 후보지 피해 학교 현황도'에 따르면, 밀양 신공항을 건설할 경우 항공기 소음에 따른 김해지역의 피해 규모는 최소 1천여 가구의 주민 2만 5천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을 위한 연간 소음보상비는 약 14억 원 정도로 계획돼 있다.

한림면 시산리와 금곡리, 생림면 마사리는 소음영향도 75~85웨클에 해당해 제3종구역으로 구분된다. 생림면 생림초등학교는 소음영향도 70웨클 기준에 포함된다. 이 지역은 제3종 소음피해지역으로 구분돼 방음, 냉방시설 설치 등 소음 대책사업 지원을 받게 된다. 반면 인근에 위치한 한림면 가동리와 장방리의 한림초등학교, 한림중학교는 소음영향도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다. 웨클(Wecpnl)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기소음평가 단위다.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발생하는 소음도와 운항 횟수, 시간대, 소음의 최대치 등을 종합해서 산출한다.

현재 불암동, 삼안동, 내외동 지역의 경우 항공기가 수시로 날아다니고 있지만, 소음대책사업 지역에 속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머리 위로 항공기가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이들 지역에서도 재현되게 되는 것이다.

한림의 한 학교 관계자는 "수업을 할 때 항공기 소음이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 밀양 신공항 건설은 한림면 주민들 뿐만 아니라 김해시민에게 아무런 득이 될 게 없다"고 지적했다. A초등학교 교사는 "신공항은 24시간 운항가능 한 공항을 목표로 한다. 한림면, 생림면 주민들과 학생들은 24시간 항공기 소음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다. 보상지원이라고 해봐야 냉방기 설치와 방음시설 설치가 전부다. 이러한 대책만 가지고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하려는 것은 김해 시민들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반발했다.

한림면번영회 송기철 회장은 "국제공항은 24시간 이·착륙이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소음에 시달리게 될 뿐 아니라 삶의 질까지 떨어진다. 최근 화포천습지생태공원에 황새 봉순이가 찾아온 뒤로 한림면의 자연을 되살리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한림면의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다. 한림면 주민들 대부분은 신공항이 가덕도에 설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모(56·한림면 시산리) 씨는 "각종 공장과 산업단지가 들어서서 살기 좋은 마을을 망치더니, 이제는 신공항까지 들어선다는 것인가. 안 좋은 건 시골에 다 들어오려고 한다. 밀양에 신공항이 건설되면 차라리 고향을 버리고 다른 도시로 가는 게 낫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려면 김해의 작약산, 무척산 등 많은 산봉우리를 절개해야 한다.

■ 김해 명산들 잘려나갈 위기
밀양 신공항의 입지 예정지인 하남읍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분지 지형이다. 따라서 항공기 이착륙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을 깎아내는 작업이 불가피하다.

국토부의 '2011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 자료집'에 따르면, 밀양 신공항이 건설되기 위해서는 김해와 창녕, 밀양의 산봉우리 27개를 깎아내야 한다. 산봉우리를 깎았을 때 발생하는 흙의 양만해도 약 1억 7천390만㎥에 이른다. 15t 트럭 2천100만 대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김해의 경우에는 생림면 무척산 산봉우리 1개, 한림면 안곡리 뒷산 산봉우리 7개, 상동면 우계리 석용산 산봉우리 1개, 삼방동 신어산 산봉우리 2개, 진영읍 봉화산 산봉우리 8개 등 총 19개를 깎아내야 한다. 전체 면적은 310만 8천㎡에 흙 양은 1억 1천290만㎥이다. 무척산과 신어산, 봉화산은 김해 시민들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자주 찾는 명산들이다. 산을 깎아냄과 동시에 동·식물들은 수 십 년 간 살아오던 터전을 잃어야 한다.

산을 깎아내려면 산마다 정상까지 도로를 개설해야 한다. 산 표면 아래 3~4m에는 암반층이 있어 발파를 해야 한다. 그래야 토사를 운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공항 공사 기간 중 인근 지역 주민들은 진동과 소음, 분진 피해를 피해갈 수 없게 된다.

지역주민들은 밀양 신공항 건설을 위해 김해의 명산을 깎는다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 모(26·여·생림면 도요리) 씨는 "생림면 주민들에게 무척산은 보배와도 같은 산이다. 4대강 사업으로 생림면 주민들은 이미 많은 피해를 입었다. 만약 신공항을 만들기 위해 무척산을 깎아낸다고 하면 생림면민 모두 반대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 모(33·진영읍 진영리) 씨는 "봉화산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산 절취공사를 하는 동안 관광객의 발길은 끊길 것이다. 또한 봉화산의 생태계 파괴도 심각해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한림면 금곡리 한림배수문에서 낙동강 너머로 바라본 밀양 신공항 예정지 하남읍.

■ 축산농가들 타격 클 듯

밀양 신공항 건설은 산을 깎아내면서 생기는 발파 소음과 이후 항공기 운항으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김해지역 축산농가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김해시농업기술센터 농축산과에 따르면, 김해지역의 소 사육농가(한우·젖소)는 765곳, 양돈농가는 273곳이다. 밀양 신공항 건설 예정지인 하남읍과 가까운 한림면의 경우 소 사육농가가 273곳(전체의 35%), 양돈농가는 68곳(54%)이다. 생림면의 소 사육농가는 162곳 (21%), 양돈농가는 15곳(12%)에 이른다. 김해지역 소 사육농가 가운데 56%, 양돈농가 가운데 66%가 한림면과 생림면에 있다는 말이다.

환경부의 '소음에 의한 가축피해 평가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소·돼지 등 가축들은 60~70㏈의 소음에 노출될 경우 성장 지연, 유량 감소, 육질 저하, 치료비 증액 등의 피해를 입는다.

김해의 축산농가들도 밀양 신공항이 건설될 경우 축산농가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축산농민 하 모(52·한림면 병동리) 씨는 "외국에 가 보면 큰 공항은 대부분 바다에 위치해 있다. 2002년 중국민항기가 돛대산에 추락한 이후 김해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는 한림면까지 와서 회항해 착륙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축들이 놀라 유산을 하거나 발달에 지장을 받고 있다. 이미 항공기 소음피해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소음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축산농민 전 모(54·한림면 장방리) 씨는 "사람은 소음에 대비할 수 있지만 가축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소음피해 기준은 사람이 75㏈, 가축은 57㏈이다. 한림면과 생림면에 김해의 축산업이 밀집돼 있는 상황에서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한다는 것은 우리 보고 죽으라는 소리와 같다"고 성토했다.

김해여성의전화 이선희 회장은 "밀양지역에 신공항이 들어선다고 하면 반대운동에 나설 것이다. 김해지역은 이미 난개발 탓에 엉망진창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해의 중요한 산들을 깎아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해양산환경연합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무척산, 신어산, 봉화산 등은 김해의 명산들이다. 이미 일부 산지는 공장 때문에 녹지를 많이 잃은 상태다. 잃어버린 녹지를 되살리지는 못할망정 산을 추가로 잘라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선다면 경남지역 환경단체들과 연합해 반대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밀양시 기획감사담당관 관계자는 "2011년 국토교통부에서 입지 평가를 할 때 김해의 산 일부가 절취된다고 했다. 하지만 밀양 신공항의 입지나 활주로 방향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현재로서는 뭐라고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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