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웹툰 미생

2014년에는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 알려진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런 책을 '미디어셀러(media seller)'라고 한다. 영화·드라마·예능 등 미디어에 노출된 이후 주목을 받으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의미이다.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웹툰 <미생> 등이 올해 베스트셀러이자 미디어셀러에 올랐다. 올해 베스트셀러 현상을 보면 영상매체의 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출판계에서 책이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
 
글자 그대로 진짜 '베스트셀러'는 스웨덴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이 쓴 장편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다. 요나손은 데뷔작인 이 책 한 권으로 유럽의 서점가를 강타했다. 이 책은 이어 세계의 화제작이 됐으며 영화로도 제작됐다. 100세 생일을 맞은 알란은 슬리퍼를 신은 채 양로원의 창문을 넘어 탈출한다. 양로원에서 무료하게 남은 인생을 보내기보다 남은 인생을 실컷 즐기며 살기로 작정한 것. 그는 우연히 갱단의 트렁크를 훔쳤는데, 그 안에는 돈다발이 가득 차 있다. 갱단에게 쫓기는 알란은 길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본의 아니게' 세계사의 주요 장면에 휘말린다. 1905년 스웨덴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노인이 살아온 100년의 세월을 코믹하고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미국 작가인 케이트 디카밀로가 쓴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노출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아동도서계의 노벨문학상으로 알려진 뉴베리상 수상작가인 디카밀로의 대표작으로 2006년 출간됐다. 매년 우수한 아동 문학 작품에게 주는 보스톤 글로브-혼 도서상을 수상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차가운 도자기 토끼인형 에드워드 툴레인이 진정 누군가를 사랑하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게 된다는 감동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간된 것은 2009년이다. 2013년까지 1만 부가량이 판매됐지만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노출된 직후에만 25만 부가 팔렸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은 인기 웹툰이었다. 특히 드라마 '미생'으로 만들어지면서 2014년 하반기 내내 화제가 됐다. 작가는 이 작품을 그릴 때 종합상사 직원 6∼7명을 따로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 하나하나까지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고 한다. 나아가 웹툰 연재 도중에 독자 의견란에 올라온 모든 견해를 귀담아 듣고 반영했다 한다. 그렇게 해서 이 시대 모든 직장인의 가슴을 울린 <미생>이 탄생할 수 있었다. 영화 '이끼'의 원작, 드라마 '미생'의 원작을 그려낸 그는 대한민국 만화계의 대표적 스토리텔러로 떠올랐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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